4~7살은 뇌 발달의 황금기로, 뇌 발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많은 부모들이 이 시기에 한글, 숫자, 외국어 등 선행학습에 매달리기 쉽지만, 전문가들은 선행보다 중요한 것이 일상에서의 경험과 습관이라고 말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아이들의 뇌는 출생 직후부터 성장하기 시작해 5살이 되면 성인 뇌 크기의 80%까지 성장한다. 4~7살은 뇌 발달의 황금기로, 뇌 발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적지 않은 부모들이 이보다 한글, 숫자, 외국어 등 선행학습에 매달리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과 선행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일상에서의 경험과 습관이라고 말한다.
최근 ‘0~5세 골든 브레인 육아법’을 펴낸 김보경 스탠퍼드대 박사이자 뇌과학 교육 컨설턴트는 “아이가 매일 먹고 자는 것이 뇌의 기본 구조를, 매일 경험하는 놀이와 듣는 말들이 아이의 뇌를 만들어 간다”며 “한글과 숫자 공부 등 학습량 향상에 몰두하기보다는 자녀의 뇌 발달에 맞춰 자신의 속도대로, 자신에게 맞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붕년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도 최근 펴낸 책 ‘4~7세 조절하는 뇌 흔들리고 회복하는 뇌’에서 “4~7살에는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활짝 열어 학령기라는 언덕을 잘 오르도록 준비해주면서 아이가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고 발산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공부력은 4~7살의 조절 능력에서 싹트는데, 아이가 본격적으로 학업을 시작하기 전에 조절 능력이 자라는 뇌를 잘 발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기 뇌 발달을 위해 부모는 어떻게 자녀를 양육·교육해야 할까. 김붕년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김영훈 가톨릭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보경 박사에게 들었다.
김영훈 교수는 ‘습관’ 형성을 강조한다. 공부 습관, 생활 습관, 마음 습관을 통해 아이의 평생 실력을 만드는 밑거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책 ‘4~7세 두뇌 습관의 힘’에서 “4~7살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은 교과목의 선행 학습과 책상 앞에서 달달 외우기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며 “이 시기 아이에겐 학습보다 집중력, 끈기, 체력, 정리, 독서 등 좋은 습관이 몸에 배어야 학습 교과도 함께 올라간다”고 썼다.
필요한 습관을 제때 습득한 아이는 습관을 저장하는 동시에 성취감을 얻고, 자존감이 높아지니 문제 행동이 절로 줄어든다. 성취감이라는 동기부여가 단단하게 형성돼 있어 바람직한 선택을 할 줄 알게 되고, 자신감이 충족되니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도 잘 대처하고 극복해 나간다. 이와 관련, 그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시간 관리 습관, 매일 일정 시간에 일정량의 책을 읽는 습관, 꾸준한 운동 습관, 정리하는 습관, 감정조절 및 공감하는 습관 등을 부모가 만들어줄 것을 제안했다.
경험·놀이·자극도 중요
김붕년 교수는 아이의 나이와 기능, 기질 특성에 맞는 육아와 교육에 주목한다. 그는 “아이의 호기심을 격려해주고, 즐거움을 찾는 놀이가 중요하다”며 “특히, 만 4살부터 급증하는 신체 활동성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신체놀이와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부 뇌의 핵심기능의 기초가 4~7살에 완성되는데, 아이의 마음이 충족될 때까지 몸으로 놀아야 똑똑한 뇌를 만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시기에는 아이마다 기질과 성향을 마음껏 발휘하기 시작하는 높은 활동성의 시기로 아이가 가진 넘치는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게 해줘야 잠재력이 발휘된다”며 “부모-또래와의 충분한 상호작용과 놀이를 통해 조절 능력과 정서 인지 능력의 기초가 만들어지므로 아이의 기질, 선호도, 관심에 따른 상상 놀이와 신체활동을 병행해 정서표현 능력을 포함한 뇌 발달이 이뤄지도록 일상의 습관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훈 가톨릭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이가 4~7살 때에는 공부 습관, 생활 습관, 마음 습관을 통해 아이의 평생 실력을 만드는 밑거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그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시간 관리 습관, 매일 일정 시간에 일정량의 책을 읽는 습관, 꾸준한 운동 습관, 정리하는 습관, 감정조절 및 공감하는 습관 등을 제안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보경 박사는 부모가 대단한 장난감이나 화려한 교육을 하면 뇌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그는 “한국의 많은 부모들은 정해진 기준에 맞춰 뇌가 자란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불안해한다”며 “뇌는 모두 다르고, 다르기 때문에 모두 가치가 있다.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와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의 뇌는 다르게 자란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오래, 잘 부르기 위해서는 그 방향으로 자라는 것이 맞다. 아이가 가진 특성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가 평생 배우며 살 수 있는 토대는 영·유아기 때 만들어진다. 때문에 아이가 몇 살에 진도를 어디까지 나갔는가보다는 아이가 세상에 흥미가 있는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요리조리 궁리할 수 있는지, 잘 안 될 때에도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도전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이후에 공부에도 힘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뇌 발달을 위한 방법으로 최고의 수면 환경, 뇌가 좋아하는 식단, 뇌를 똑똑하게 자라게 하는 운동, 자아를 발견하고 사회성을 길러주는 놀이, 뇌를 성장시키고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독서, 똑똑하고 건강하게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하는 습관 등 6가지 성장 사이클을 매개로 한 아이의 24시간을 채우는 육아법을 제안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많은 부모가 한글, 숫자 등의 학습량을 늘리거나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등의 선행학습에 매달리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선행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적지 않은 부모가 한글, 숫자 등 학습량을 늘리거나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경향이 있다. 이 시기 선행학습이 뇌 발달에 유리할까.
김영훈 교수는 “5~6살 때는 한글, 수학, 알파벳을 가르치고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것보다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습관과 자기 주도성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심 분야가 아니면 아이한테 스트레스만 줄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보경 박사는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방향이라면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춰 즐겁게 배워도 좋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과목의 선행 학습에 시간을 많이 쓰면 오히려 현재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 하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김붕년 교수는 “선행학습은 아이의 흥미와 동기에 기반하지 않으면 고통이 될 가능성이 크고, 과도한 학습 선행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 학습 동기를 떨어뜨리는 후유증을 가져온다”며 “아이의 흥미에 맞춰 학습을 시작하고, 부모와의 즐거운 상호 놀이를 통해 조금씩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