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가 시행된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에 마련된 문제분석 상황실에서 강사들이 문제를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을 발표한 뒤 처음 시행된 9월 수능 모의평가 채점 결과, 수학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자(만점자)가 지난해 11월 치른 2023학년도 수능보다 2.7배, 지난 6월 모의평가보다 3.9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킬러문항 배제가 수학 상위권 변별력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4일 발표한 2024학년도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보면, 킬러문항 배제 방침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영역은 수학이었다. 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4점으로,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치러진 2021년 이후 평가원이 출제한 8번의 시험 가운데 가장 낮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어려울수록 오른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학 상위권 변별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1등급 구간 내 점수 차는 9점(최대 144점, 최소 135점)으로 통합 수능 이후 격차가 가장 작았다. 이는 1등급 안에서 수험생들이 일정 점수대에 몰려 변별력이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점자도 2520명으로 집계돼 지난해 수능(934명), 6월 모의평가(648명)보다 크게 늘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수학 만점자가 전국 의대 정원(3058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며 “수능에서 이과 출신 반수생이 가세하고 킬러문항 배제 방침으로 주관식(배점 4점) 문항이 쉽게 나올 경우 만점자가 속출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2점, 만점자는 135명이었다. 지난해 수능과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게 출제된 셈이다. 국어 만점자는 지난해 수능 371명, 6월 모의평가 1492명이었다. 1등급 구간 내 점수차는 12점(130∼142점)으로, 상위권 안에서도 격차가 컸다.
영어 영역 역시 절대평가 도입 이후 1등급 인원이 가장 적게 나와 상당히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킬러문항 배제에도 9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 비율이 4.37%(1만6341명)로 집계됐다. 지난해 수능 땐 7.83%, 6월 모의평가 땐 7.62%였다. 변별력을 높이기보다 본래 수능의 목적인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절대평가로 전환한 취지가 무색하게도 1등급을 받은 비율이 상대평가 1등급(4%)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온 셈이다.
국어·영어 채점 결과와 관련해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과거에는 지문 자체가 어려웠다면 이제는 지문은 쉽게 읽혀도 답을 고르기가 까다로워졌다”며 “이번 9월 모의평가부터 (킬러문항 배제라는) 교육부 방침이 적용되면서 문제 패턴이 달라진 게 수험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음달 16일 치르는 수능에선 영어 영역 난이도가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상위 등급 비율이 예년에 비해 크게 낮아진 만큼 실제 수능에서는 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쉽게 난이도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은 40여일 동안 교육방송(EBS) 교재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시간 안배에 초점을 맞춰 수능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성호 대표는 “출제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에 9월 모의평가 문제를 차분히 들여다보면서 본인이 어떤 문제에서 시간을 많이 빼앗겼는지 점검해야 한다. 본인이 약한 유형의 문제들을 파악하고 수능 전까지 더 많이 풀어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남윤곤 소장은 “문제마다 정답을 고르는 게 까다로워 시간이 부족했다는 반응이 많았던 만큼, 9월 모의평가 난이도 수준의 문제를 계속해서 연습해야 한다. 교육방송 교재에 나오는 지문과 문제들도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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