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은 “도시과학과 첨단과학이 결합하고, 기초학문과 응용 분야가 조화롭게 융합된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하는 서울시립대의 초석을 쌓은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제공
지난 3월 취임한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은 취임사에서 첨단 분야 육성을 강조했다. 올해 대학원에서 교육부로부터 △지능형 반도체 △인공지능 △ 빅데이터 △스마트시티 등 4개 첨단 분야 정원을 161명 증원받은 데 이어 학부에서는 내년부터 첨단융합학부를 신설해 이번 정시모집에서 △지능형 반도체 △바이오헬스 △첨단 인공지능 전공에서 20명을 선발하는 등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로 개교 105주년을 맞은 국내 유일의 4년제 ‘공립’ 종합대학인 서울시립대는 그동안 도시계획, 환경, 세무, 행정, 교통 분야를 기반으로 명문대 반열에 올라섰다. 원 총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임기 내에 도시과학과 첨단과학을 융합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할 발판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취임 7개월을 맞은 원 총장을 지난 26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그동안 활동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제일 기억에 남고 보람 있는 일은 지난해 삭감된 예산 100억원의 회복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 7월 초 서울시의회에서 161억원의 추경을 확보함으로써 우리 대학 발전에 꼭 필요한 교육 및 연구 활동에 예산을 편성할 수 있게 됐다. 35억원에 달하는 전자현미경 구입 등 2학기 학사 운영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당선 직후부터 본부 보직자들과 예산삭감 문제 해결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만 대원 597명에게 숙식 및 다양한 한국문화 체험기회를 제공한 일,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공주지역에서 수해복구 자원봉사를 한 일, ‘총장이 쏜다’ 행사를 개최해 학업에 지친 학생을 격려하고 교직원과 소통·화합의 시간을 가진 일 등도 기억에 남는다.”
서울시립대는 지난 8월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만 대원 597명에게 숙식과 통역, 의료서비스, 한국문화 체험기회 등을 제공했다. 사진은 서울시립대에 머물고 있는 대만 잼버리 대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서울시립대 제공
―취임사에서 ‘서울의 문제 해결과 국가 및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공립대학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학의 비전과 총장의 경영 철학이 궁금하다.
“취임 당시 ‘서울과 함께 세계로 도약하는 서울시립대’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국내의 명문대학에서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의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를 위해 △혁신적 미래 인재 양성 △첨단 융·복합연구 주도 △산관학 협력 및 창업 진흥 △지역사회 및 글로벌 협력 강화 △행정 및 재정 인프라 개선 등 5가지 발전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려고 한다. ‘도전 정신과 따뜻한 인간미를 겸비한 미래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리더’를 배출하고, 그간의 교육과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서울의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국가 및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공립대학 및 명문대학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공립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서울시의 ‘싱크탱크’로서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대학인 만큼 서울시립대는 도시과학 분야에서의 강점을 활용해 행정, 세무, 교통, 환경,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울시의 정책 및 시스템 개발에 참여해 왔다. 지난해에만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서울 2030 핵심과제 달성을 위한 민관데이터셋 개발연구 △스마트도시 상권 활성화 정책 수립방안 연구 △빅데이터 기반 장애인 이동 서비스 수준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등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시정연구사업을 진행했다. 서울시 열린데이터 광장에 개방돼 있는 ‘서울시민생활 데이터’도 우리 대학이 구축한 도시과학 빅데이터와 AI 연구원이 유용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서울시 정책을 개발하는 교수들의 ‘시정연구사업’을 확대하고, 서울연구원과의 협력 관계 구축 및 다양한 정책연구사업 진행을 통해 서울시 정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디자인 서울 2.0’ 지원을 위한 서울디자인연구소를 신설하는 한편 서울의 우수 정책을 발굴해 해외 도시에 컨설팅해주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취약계층 평생교육원 특화 교육과정 무료수강 기회 확대, 서울시 노숙인 자활 프로그램 ‘희망의 인문학’ 과정 등 서울시민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다.”
서울시립대학교 원용걸 총장과 보직교수, 교직원, 학생 등 30여명은 지난 7월28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공주시 관내 지역에서 수해복구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서울시립대 제공
―임기 동안 추진할 5대 발전 전략 및 향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먼저 교육혁신 분야에서는 디지털 문해력을 갖춘 혁신적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반도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분야를 증원하고, 고품질의 교양 과목을 제공하는 한편 문·이과와 상관없이 소프트웨어 활용과목을 교양필수 과목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첨단과학과 도시과학이 어우러진 연구혁신 분야에서는 신설 대학원 첨단학과 지원, 전임교원의 연구역량 강화, 우수 연구인력의 대학원 유치 확대를 추진할 것이다. 산관학 협력 및 창업 지원 분야에서는 지원단을 통한 대형 과제 수주 지원, 캠퍼스타운 사업을 통한 서울시 혁신창업기업 지원, 은평캠퍼스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과 지역·글로벌 협력 분야에서는 서울시의 싱크탱크 역할 강화, 국제교류의 질적인 제고, 지역대학과의 협력 허브 역할 수행을 추진한다. 행정 효율화 및 대학 인프라 개선 분야에서는 자체 수입 재원 확대, 차세대 대학정보화시스템 구축, 복합연구동 신축 등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은 지난 5월16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교내 중앙로에서 학생과 교직원에게 커피와 쿠키를 제공하는 ‘원용걸 총장이 쏜다'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시립대 제공
―첨단 분야 인재육성을 위한 향후 계획은.
“내년부터 신설되는 첨단융합학부 내부에서는 지능형 반도체, 바이오헬스, 첨단 인공지능 등 전공에 관계 없이 복수전공을 자유롭게 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학칙상 해당 학과의 20%로 제한된 전과를 30%로 확대하고, 복수전공과 부전공 기회를 더 넓히려고 한다. 아울러 재학생을 상대로 ‘전공박람회’를 개최해 전공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관련 제도를 두루 안내해 학생의 정보기반 전공선택권을 강화하려 한다. 이외에도 과거에 마이크로 디그리 과정이라 부르던 모듈형 전공 과정을 확대해 전과 복수전공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첨단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전공을 이수할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고자 한다. 내년부터 모든 학생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로 수강하도록 해, 인문사회 계열 학생도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와 결합해 자신의 진로를 생각해볼 기회를 줄 생각이다. 또한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반도체, 전장 기업들과의 채용연계형 계약학과, 산학연계형 대학원생 지원 프로그램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우리 대학은 이미 정부 지원 ‘첨단 분야 혁신융합대학사업’에 인공지능·빅데이터·차세대통신 등 3개 분야가 선정돼 진행 중이다.”
―국제화 전략 등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만들기 위한 복안이 있다면.
“우리 대학이 국제화되고, 세계적인 명문대학이 되려면 구성원 전체가 국제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들을 적극 유치해 재학생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하도록 하는 한편 글로벌 동문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전체 교수의 1%(5명)인 외국인 교수 비율을 이번 외국인교원 티오 1명 증원을 시작으로 높여나가고, 해외 대학 교수들과 공동 연구를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 나가려고 한다. 직원들의 국제화를 위해 해외 명문대학 탐방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겨울방학부터 홍콩과기대, 싱가포르국립대학 등에 탐방이 시작된다.”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은 임기 내에 도시과학과 첨단과학을 융합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할 발판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서울시립대 제공
―향후 조성될 은평캠퍼스를 창업의 전진기지로 구축하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2030년까지 조성할 계획인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4000평 규모의 창업교육·평생교육·산학협력 중심의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창업대학을 신설하고 본교에 있는 창업지원단을 확장 이전해 은평캠퍼스를 서울시와 대학의 협업 단지로 조성해 창업자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려고 한다. 우리 대학을 중심으로 입주기업, 취업사관학교·문화시설 등 기관 간 협업체계를 구축해 공동연구, 국제포럼 유치 등 ‘직주락 콤플렉스’ 융합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반도체 등 기업연계 채용형 계약학과를 포함한 첨단대학원을 신설해 고급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시과학빅데이터연구원, AI연구원, 공학연구원 등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평생교육대학원을 만들어 서울의 성인 학습자들의 학위를 취득하고 경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한다. 은평캠퍼스는 2026년 착공해 2028년 완공이 목표다.”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서울시립대는 굉장히 좋은 대학임에도 덜 알려졌고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 아름다운 캠퍼스, 우수한 학생과 교수·교직원 등 우리 대학이 가진 인프라와 인재 시스템이 실제보다 저평가되어 항상 아쉽다. 학교의 본 모습을 제대로 알리는 데 최대한 노력할 생각이다. 남은 임기 3년 4개월 동안 앞서 말했던 서울시립대의 비전과 목표를 전부 실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임기를 마치는 2027년에 더 나은 대학으로 성장해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기를 기대한다. 도시과학과 첨단과학이 결합하고, 기초학문과 응용 분야가 조화롭게 융합된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하는 서울시립대의 초석을 쌓은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학교 발전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던 총장, 꼭 필요한 혁신과 개혁을 했던 총장으로 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원용걸 총장은 누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경제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시립대 정경대학장 겸 사회과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2023년 3월 서울시립대 제10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