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4 수능 결과 및 정시 합격점수 예측 설명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24학년도 정시모집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치른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너무 어려워 ‘불수능’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교육당국의 배제 방침에도 사실상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이 출제됐다거나 새로운 유형의 킬러문항이 등장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교육·입시 전문가들은 애초 킬러문항 배제의 취지인 사교육 경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킬러문항으로 논란이 되는 문제는 수학 공통과목 주관식 단답형 22번이다. 미분법을 이용해 조건을 만족하게 하는 3차 함수를 구할 수 있는지 묻는 문제인데, 입시업계에서도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라는 주장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교육부가 제시한 킬러문항의 정의에는 벗어날지 몰라도, 수험생 입장에서는 거의 접해본 적 없는 문제라 킬러문항으로 느꼈을 수 있다”고 짚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이 문제가 킬러문항이 아니라면 교육당국이 말하는 킬러문항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교육방송(EBS)이 운영하는 고교생용 누리집 이비에스아이(EBSi)가 이날까지 13만여명의 자율 기입 답변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학 22번의 오답률은 98.5%에 이르렀다.
사실상 새로운 유형의 킬러문항이 등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은 “교육당국은 킬러문항을 없앴다고 주장하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신유형 등 킬러문항에 준하는 문제들이 대거 출제됐다”며 “애초 학생들이 새로운 방침에 따른 시험 문제에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줘야 했다. 불과 수능 5개월 전에 새 방침을 발표하면서 발생한 예견된 혼란”이라고 짚었다. 임성호 대표도 “수험생들이 새롭게 마주한 어려운 유형들을 ‘변형된 킬러문항’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킬러문항 배제를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내세운 정부 예상과 달리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줄 세우기 평가, 대학 서열화 등 근본적 문제는 그대로 둔 채, 킬러문항 배제로 사교육을 경감하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며 “킬러문항을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 상품이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유형의 수능을 대비하기 위한 상품이 생겨날 것”이라고 짚었다. 유성룡 소장도 “신유형을 접한 고2 학생이나 재수를 택하는 수험생들은 불안감에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미 학원가에선 올해 수능에 나온 유형을 분석하고 이와 유사한 문제를 만들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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