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인 두관이(가명)를 만났다. 아이는 착한데 무기력하고 꿈이 없어 걱정이라며 부모님이 상담을 의뢰한 것이었다. 반바지 차림에 입술이 도톰한 두관이는 긴장을 했는지 무표정했다.
“아침에 뭐 먹었어?”부터 물었다. “간단하게 먹었다”고 답했다. 바로 모험놀이상담 활동 중 하나인 동전 숨기기를 했다. 내 손에 숨겨진 동전을 찾기 위해 힘을 쓰면서 작은 미소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어서 양손을 잡고 발등을 밟는 발등 밟기를 했다. 두관이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지금 기분이 어떤지 물었다. “즐겁다”고 답했다. ‘즐겁다’에 동그라미를 그려준 뒤 살면서 즐거웠던 적 세가지를 쓰라고 했다. 친구들이랑 축구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게임을 하면 즐거워진다고 했다. 용돈을 받을 때도 좋다고 했다.
특히 축구를 잘 못했는데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시간이 날 때마다 운동장에 나가 공을 컨트롤하는 연습을 해서 실력이 늘었다고 말했다. 세가지 중 축구가 가장 즐거운 이유는 “친구들이랑 축구를 하고 나서 서로 칭찬하고 집에 가서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면 개운하다”고 설명했다.
‘즐겁다’의 반대를 물었다. “우울하다”라고 답했다. 우울했던 적 세가지를 들어보라고 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공부할 때”라고 말했다. 다른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공부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공부를 안 한다고 잔소리를 하면, 화가 나면서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강도를 물었다. 가장 작은 강도를 0이라고 하고, 가장 큰 강도를 10이라고 했을 때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7정도 된다고 했다.
두관이와 함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상황을 문장으로 만들었다. ‘나는 비록 공부할 때 부모님 잔소리 때문에 화가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온전히 마음속 깊이 사랑합니다’라는 문장을 눈을 감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그런 다음 스트레스 수치를 물었다. 0이라고 답했다.
꿈을 물었더니 “없다”고 답했다. 그래도 무조건 네가 하는 일이 잘 된다고 가정했을 때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물었다. “배우”라는 답이 돌아왔다. 배우가 되는 데 장애물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친구들이 ‘네가 배우가 된다고?’라고 놀리는 말”이라고 했다. 친구들이 그렇게 반응할까봐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친구들이 그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때 해결책으로 ‘너희들은 배우를 절대 못하잖아!’라고 당당히 대응하면 괜찮을 거 같다고 말했다.
꿈을 위해 무얼 해야할지 물었더니 “연기 연습과 사람 됨됨이가 좋아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님 설득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여기까지 대화를 나눴을 때 두관이 표정이 처음 봤을 때와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긴장이 풀린 모양이었다. 어린 아이처럼 밝아 있었다. 환한 미소와 자신감 있는 목소리가 참 보기 좋았다. 무기력해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일단은 함께 노는 것부터 권하는 이유다.
방승호 모험상담연구소 소장 hoho61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