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전문대 졸업 뒤 전공을 살려 취업에 성공했거나,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는 퓨전 재즈밴드 에이퍼즈(A-FUZZ) 기타리스트 김진이씨(한양여대 실용음악과 졸), 국방부 국방출판지원단에 근무 중인 조석현씨(신구대 디지털인쇄정보과 졸), 한나코스메틱 대표이자 경인여대 겸임교수 문한나씨(경인여대 뷰티디자인과 졸). 사진 본인 제공.
경기 침체 장기화로 청년들의 사회 진출은 점점 힘겨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대학 졸업자 취업률은 이른바 ‘4년제’ 일반대학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1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에 따르면 전문대 취업률은 71.3%로 일반대학 평균 64.2%, 수도권 4년제 대학 평균 67.8%보다 높아 취업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는 학생들이 특정 직업을 준비하고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교육하는 전문대학의 집중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체계의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18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는 전문대학을 포함한 수시모집 합격자 등록 기간을 맞아 졸업 뒤 전공을 살려 취업에 성공했거나,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는 전문대 우수 졸업생 3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양여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뒤 퓨전 재즈밴드 에이퍼즈(A-FUZZ)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이(37)씨, 신구대 디지털인쇄정보과(현 그래픽커뮤니케이션과)를 졸업한 뒤 국방출판지원단에 근무 중인 조석현(30)씨, 경인여대 뷰티디자인과 졸업 후 한나코스메틱을 운영하면서 모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문한나(36)씨다.
지난 12~13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들은 “현장 중심 실무교육을 2년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어 친구들보다 어린 나이에 사회 진출을 할 수 있었다”며 “전문가로 성장할 기회를 더 빨리 얻게 되었고,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시기도 훨씬 빨랐다. 전문가로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뿐 아니라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퓨전 재즈밴드 에이퍼즈(A-FUZZ)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이(37)씨. 사진 본인 제공
■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달라.
김진이(이하 김) : 한양여대 실용음악과 출신으로 구성된 퓨전 재즈밴드 에이퍼즈의 기타리스트이자 뮤지션이다. 2015년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 루키 코너에 출연해 월장원에 이어 2015 올해의 헬로 루키로 선정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후 꾸준히 앨범 활동과 공연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6년째 모교인 한양여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면서 백석대, 중부대 등에도 강의를 나가고 있다.
조석현(이하 조) : 국방부 소속 국방출판지원단에서 오프셋인쇄기를 조작하는 업무를 하면서 국군이 필요로 하는 출판물, 디지털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2017년 전문대를 졸업한 뒤 인쇄업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2년 전 이곳에 취업했다. 인쇄 전문가로,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뿌듯함에 만족하며 생활하고 있다.
문한나(이하 문) : 경인여대 뷰티디자인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면서, 독일 닥터슈라멕 인천·부천 지사인 한나코스메틱을 운영하고 있다. 16년간 피부관리 경력을 바탕으로 8년째 강의를 하고 있는데 후배들을 가르칠 때마다 내 선택이 옳았다고 느낀다. 이와 별개로 에스테닉숍 및 메디컬 분야 교육과 영업을 하면서 뷰티전문가로 나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 전문대에 진학한 계기는?
김 : 고등학교 때 록밴드 활동을 했다. 대학에서 실용적이고 체계적으로 음악을 배워 실력을 갖춘 록스타가 되고 싶었기에 애초부터 전문대 실용음악과 진학이 목표였다. 다른 전문대에 갈 수도 있었지만, 한양여대를 선택한 건 집과 가까워서다.
조 : 대입 전형 당시 4년제 대학과 전문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인쇄업계에 몸담은 아버지 소개와 추천으로 신구대 디지털인쇄정보과에 진학했다. 책 읽기를 좋아했기에 인쇄업계 전문가가 되는 길이 내 적성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인쇄 관련 학과는 전국에 3곳밖에 없는 희귀 학과여서 더 끌렸고,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인쇄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 신구대를 선택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문 : 뷰티전문가로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는 어머니 영향을 받아 경쟁력과 전문성을 고루 갖춘 전문가로 가급적 빨리 성장하고 싶어 현장 실무 중심 전문가를 양성하는 전문대에 진학했다.
■ 학과 커리큘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과목은?
김 : 매주 과제로 주어진 1곡을 조별로 연습한 뒤 발표하는 앙상블 수업이 기억에 남는다. 밤새우며 연습한 덕분에 많은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돼 가수 세션 활동에 도움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즉흥 연주 실력도 꽤 늘었다.
조 : 졸업 직전 학기 때 국내 유수 출판사에서 현장실습을 하면서 편집, 디자인, 인쇄, 제본 등 책의 생산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책을 보면서 책의 소중함, 인쇄업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문 : 코스메틱브랜드실무(현 교과목명), 에스테틱 세미나 및 실습, 응용피부미용 실습 등 산업체에서 실제 사용하는 화장품을 적용한 프로그램 테크닉 교육, 피부 타입과 민감도 등 피부 상태를 결정하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맞춤형 피부관리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교과목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신구대 디지털인쇄정보과(현 그래픽커뮤니케이션과)를 졸업한 뒤 국방출판지원단에 근무 중인 조석현(30)씨. 사진 본인 제공
■ 현재 일하는 분야와 전공과의 연관성은 얼마나 되고, 어떤 도움을 받고 있나?
김 : 거의 100%라고 할 수 있다. 밴드 활동뿐 아니라 학교에서 배운 걸 후배들에게 가르칠 때도 도움이 된다.
조 : 지금 인쇄출판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니, 전공과 딱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이론 위주로 배웠다면 지금은 현장에서 출판인쇄 실무를 하면서 이론을 접목하고 있다. 학창시절 배웠던 전공 덕분에 더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문 : 전공과 연관성은 100% 이상이다. 학교에서 기초부터 응용까지 교육과정을 경험했기에 교육 및 실무 현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피부관리 분야 외에도 트렌드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을 경험함으로써 현재의 화장품 교육을 이끌어 나가는 뷰티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 재학 중 꿈을 이루기 위해 했던 노력이나 활동이 있다면.
김 : 과거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행사 등의 무대 많이 오르고, 대회에 참가해 수상도 많이 하려고 했다. 그래야 인지도가 올라가니까. 그런 노력이 지금의 결실을 보는 데 일조했다.
조 : 인쇄업계에서 한 획을 긋는 인쇄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과 수석 장학생도 하고,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자부한다.
문 : 피부, 네일, 헤어, 메이크업 등 토털 미용 등 학교에서 배운 교육을 바탕으로 피부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미용사국가자격증(피부), 타이마사지, 트리콜로지스트 자격증 등을 취득했다. 또한, B.S.P 접시를 이용한 테크닉, 마케팅 교육 등에 적극 참여해 실무를 쌓은 덕분에 후배들을 가르치는 겸임 교수로서 활동할 수 있었다.
■ 직업인이자 전문가로서 보람 있던 순간이 궁금하다.
김 : 내가 작업한 곡들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될 때 보람을 느낀다. 특히 2015년 첫 번째 앨범 냈을 때 가장 뿌듯했다.
조 : 인쇄물로 하나의 완성된 책을 볼 때, 나 자신이 누군가의 지식을 채울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매일매일 보람을 느낀다.
문 :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내 수업에서 배움을 얻고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을 바라볼 때, 고객이 받은 에스테닉 서비스에 만족도가 높을 때 가장 보람이 크다.
■ 전문대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 : 일반대학에서 4년 동안 배울 커리큘럼을 2~3년 동안 꽉 채워 배우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학비 부담이 덜 하다.
조 : 현장 실무 중심, 핵심 전공 중심으로 가성비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즉,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 본인 노력에 따라 전문가라는 목표에 더 쉽고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최고 장점이라고 본다.
문 : 현장 실무 위주 교육을 받으며, 직업에 필요한 기술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현장기술과 경험이 풍부한 교수님을 만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경인여대 뷰티디자인과 졸업 후 한나코스메틱을 운영하면서 모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문한나(36)씨. 사진 본인 제공
■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김 : 내년에 새 앨범을 내고, 일본·인도네시아 등 해외로 활동 반경을 넓히려고 한다. 솔로 앨범도 준비 중이다. 에이퍼즈, 그리고 김진이라는 사람의 음악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조 : 인쇄업계에서 한 획을 긋는 사람이 되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일원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
문 : 고객 중심의 아름다움을 실현할 수 있는 화장품을 브랜딩하고, 아울러 뷰티 분야에서 케이(K)컬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정진할 것이다. 후배들에게 내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 ‘전문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김 : 열심히 하면 언젠가 보상을 받는다. 최대한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자기계발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매사에 임하면 좋겠다. 젊음이 무기다. 주어진 환경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조 : 초심을 잃지 말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항상 노력하고 꾸준히 자기계발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문 : 아인슈타인은 ‘너 자신의 무지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라’고 했다. 뷰티뿐 아니라 어느 분야든 어려움 없이 전문가로 성공하는 법은 없다.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패가 아닌 꿈의 양분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하면 크고 튼튼한 나무의 꼭대기에 도달하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