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한글 수업 시간 크게 증가해
한글 안 떼고 입학해도 학업에 무방
수학은 숫자 1부터 10까지 알면 돼
기상·식사·배변 등 습관 훈련부터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최수미(41)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1~2월을 어떻게 활용해야 자녀가 학교에 잘 적응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 선행은 해야 하는지, 한다면 얼마나 해야 하는지. 학습과 별개로 생활면에서 어떤 습관을 고쳐주면 좋을지 등 궁금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최씨는 “선배 맘들의 경험담을 들어보고,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도 찾아봤지만, 정보들이 천차만별이어서 더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최씨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를 위해 양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책임연구원, ‘우리 아이가 학교에 처음 학교에 갑니다’를 펴낸 김선 둔전초 교사, ‘엄마 아빠도 1학년’ 책을 펴낸 이은경 교사에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위해 겨울방학 동안 부모가 해야 할 일을 들었다.
■ 과한 예습은 금물
예비 초등학생을 둔 엄마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선행’ 여부일 것이다. 최씨 역시 “유치원과 달리 국어, 수학 등의 과목에서 본격적으로 한글과 숫자를 배우기 시작하는데, 선행하지 않아 우리 아이가 학업에서 낙오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행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김선 교사는 “학급에서 학습이 뒤처지지는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있을 수 있지만, 1학년의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학습 내용은 무척 적다. 한 시간에 2~3페이지 정도 학습을 하는데 그마저도 그림인 경우가 많다”며 “만약에 자녀가 기본적인 한글을 읽고 쓰는 것과 숫자를 세거나 더하는 것을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걱정하실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한글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입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역시 가질 필요가 없다. 양신영 책임연구원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1학년 한글 해득 시간이 이전 25시간에서 68시간으로 크게 늘었고, 내년에는 2022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34시간이 추가로 더 늘어난다”며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학생 스스로 알림장, 받아쓰기, 그림일기를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이런 학교의 변화를 믿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녀가 호기심을 보이고 싫증을 내지 않는다면 적절한 수준의 한글과 수학 예습을 고려해볼 수 있다. 김선 교사는 “학교에서의 모든 표지판과 지시사항들이 한글로 적혀 있는데, 글자를 보고 읽어낼 수 없다면 불편함이 크고, 스스로 위축될 수도 있다”며 “완벽하게 맞춤법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초적인 한글(읽기, 쓰기)을 익히는 선에서 시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양신영 책임연구원 역시 “한글은 유창한 읽기 수준이 아니라 간단한 읽기 수준까지 부모가 알려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수학은 1학년 때 10 이내의 숫자로 그림을 통한 모으기와 가르기, 덧셈과 뺄셈 등을 아주 간단하게 풀게 하므로 1에서부터 10까지 셀 수 있는 수준이라면 걱정 말고 학교에 보내도 된다”고 말했다.
■ 생활 습관 교육부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많은 아이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겨울방학 동안 학교를 친근하고 편한 곳이라고 여기길 수 있도록 부모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이은경 교사는 “무언가를 잘하지 못했을 때 혼나고 곤란해지는 곳이라는 편견을 가질수록 학교 적응이 늦어질 수 있다”며 “학교가 무섭거나 힘든 곳이 아니라 재미있고, 흥미로운 곳이라는 기대감을 되도록 많이 갖게 해줘야 한다”며 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입학을 앞두고 더 학습적으로 앞서 나가도록 준비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겠지만, 아이의 공부와 학교생활은 12년 동안의 긴 레이스”라며 “부모의 불안감과 조급함을 느낀 아이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오히려 더 큰 거부감을 가질 수 있으므로 부모가 먼저 학교를 불안해하거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비 초등생 부모들이 소홀히 여기기 쉬운 것 중의 하나가 학교생활 적응에 필요한 습관 교육이다. 유치원과 달리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칙과 규율을 따라야 할 뿐 아니라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사회생활을 접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시간에 일어나 학교 가기 △30~40분 앉아 있기 △정해진 시간에 편식 안 하고 먹기 △화장실 사용법 익히기 △자기 의견 또박또박 말하기 △내 물건 잘 챙기기 등 기본적인 것들을 자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칠 필요가 있다.
양신영 책임연구원은 “책과 공책 등 내 물건을 가방에 넣고 등교 준비를 하는 습관과 함께 크레파스와 색연필 잡기 등 소근육 발달을 돕는 활동을 통해 글씨를 수월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급식에 대비해 어른용 젓가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한편 ‘화장실 가도 될까요?’ ‘네가 찔러서 불편하니 그만해주면 안 되겠니?’ 등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자기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좋다”고 말했다.
김선 교사는 “학교에서는 점심시간 50분 중 대체로 20분 내로 급식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밥, 반찬, 국을 떠서 잔반 없이 먹을 수 있도록 적당한 식사 속도를 알려줘야 한다”며 “아울러 스스로 화장실 다녀오는 것은 물론 휴지 사용법, 뒤처리 연습 등 배변 실수에 당황하지 않도록 연습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서는 시간표에 맞춰 40분 수업과 10분 휴식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편이다. 평소 집중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아이라면 이에 대한 훈련이 요구된다. 이은경 교사는 “의자에 단순히 앉아만 있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을 점차 늘려 40분까지 가능하도록 연습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안전 교육과 독서 교육
안전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김선 교사는 “건널목을 건너서 학교에 가는지, 보행 분리대가 있는지, 위험하거나 성인물은 없는지 등 학교 가는 길을 자세히 살펴서 가장 안전하게 등하교 하는 법을 연습시켜야 한다”며 “특히 큰길로 다니기, 절대 다른 사람을 따라가면 안 된다 등을 환기해줄 필요가 있으며, 아동안전지킴이집 위치를 알려주는 한편 성범죄자알림e서비스를 통한 주변 성범죄자 확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한글과 접하는 이 시기에는 독서 교육이 효과적이다. 어릴 때 익힌 독서 습관이 평생의 독서 습관으로 몸에 배기 때문이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시간이 부족해지고 특히 고학년으로 갈수록 점점 더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매일 1권씩 부모가 읽어주든, 스스로 읽든 책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도움이 된다.
김선 교사는 “한글 교육이 아닌 독서 교육으로 바른 자세로 읽고, 소리 내어 읽는 등 다양하게 읽는 것이 필요하다”며 “독서 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간접경험이 병행될 수 있도록 습관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우는 연습을 본격적으로 시도해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다시 말해, 상위인지(메타인지)를 발휘해서 자녀 스스로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 자신의 학습 전략을 짤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시기로 활용할 수 있다.
양신영 책임연구원은 “모르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능력은 오직 나의 실패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데, 실패를 너그럽게 허용하는 사회적 마지노선 시기가 요즘은 초등 1~2학년인 것 같다”며 “부모가 자녀의 실수와 실패를 꾸짓기보다는 실패를 응원하고 격려함으로써 자녀가 실패 속에서 상위인지 능력, 즉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발달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 부모와의 소통이 먼저
요즘 시기 선행학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유대감과 교감을 넓혀나가는 것이다. 양신영 책임연구원은 “어릴 때부터 물을 따르면 더 빨리 물이 차고 넘쳐 성공한다는 가설이 있다. 물이 차는 속도가 변함없다면 그 가설이 맞지만, 물을 채우다가 공부가 질리거나 부모 사이가 틀어지면 정말 중요한 시기에 물을 채우지 않기도 한다”며 “내재적 학습 동기가 높고, 공부를 즐겁게 하는 아이들이 잠재력이 높은데, 그 바탕은 부모와의 관계다. 자녀가 공부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받는 바탕이 바로 부모와의 긍정적인 감정, 즉 관계가 좋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그는 “7살, 초등학교 1~2학년의 경우 부모와 함께 책상에 같이 앉아 공부하는 공기를 기억한다”며 “자녀가 공부를 잘하기를 원한다면 관계부터 돌아보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경 교사는 “부모와의 유대감이 단단한 아이들은 학교생활 등에서 어려운 일을 만나도 자신감 있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친구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더라도 가족과의 소통을 통해 힘든 시기를 수월하게 넘긴다”며 부모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아이가 하는 말이 터무니없거나, 이해되지 않거나, 지겹거나, 귀찮아도 일단 ‘그랬구나’라고 반응해주는 대화법을 추천한다”며 “아이는 부모의 반응에 따라 더 말할지 그만할지를 결정하는데, 아이가 쏟아내는 말들을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이미 매우 훌륭한 부모”라고 덧붙였다.
김선 교사는 “행복한 추억이 많고, 가정이 안정적인 아이가 학교생활도 잘 해낸다”며 “가족이 함께 행복한 추억을 쌓는 시간으로 이번 겨울방학을 활용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 디지털기기는 나중에
요즘에는 입학선물로 스마트폰을 원하는 자녀들이 늘고, 부모로서도 하교 후 연락 등을 위해 스마트폰을 사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등학교 입학 자녀에게 스마트폰이 꼭 필요할까. 이은경 교사는 “자녀와 연락이 필요하다면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괜찮다. 키즈폰, 2G폰 등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므로 스마트폰 구매는 되도록 늦출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선 교사는 “디지털 소양은 이제 필수가 되었고, 아이를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로부터 원천차단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핸드폰은 부모의 불안 정도, 맞벌이 여부 등을 감안해 아이의 동선을 파악하고 안전을 확인할 용도라면 필요하겠지만, 아이의 모든 동선이 파악 가능해 큰 문제가 없다면 일부러 사줄 필요는 없다. 만약 사야 하는 상황이라면 손목형 키즈폰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