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쌍둥이가 겨울방학에 돌입한다. 올해 방학에서 특이한 점은 두 녀석 모두 봄방학 없이 50~60일 방학 후 곧장 새 학기를 맞이한다는 사실이다. 긴 방학을 앞둔 엄마로서 내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냉장고 정리다. 삼시 세끼 밥을 차려 대령하려면 냉동실이 두둑하게 차 있어야만 한다.
유독 긴 방학이라서일까. 학교 개방에 대한 욕구가 어느 때보다 크다. 방학 중이라도 모든 학생이 가장 안전한 공적 울타리이자 익숙한 공간인 ‘학교’에 마음껏 드나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에서는 방학 중 강당을 개방하기로 했다. 비장애 학생과 달리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은 학교가 문을 닫으면 ‘자신의 세계’도 함께 닫힌다. 모든 관계가 차단되는 것이다. 발달장애 학생은 친구들끼리 연락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강당 개방 소식에 학부모들은 들떴다. 안전하고 따뜻하고 넓은 강당에서 누군가는 인라인을 탈 것이고, 누군가는 학교에 마련된 보조 바퀴 달린 자전거를 탈 것이고, 누군가는 공놀이를 할 것이며, 누군가는 이리저리 뛰어다닐 것이다.
엄마들이 함께 참여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나 ‘잡기 놀이’도 하자고 했다. 그렇게 뛰면서 한바탕 놀다 오면 긴 방학도 크게 퇴행하지 않고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비장애인 딸은 방학 중에도 바쁘다. 친구들과 놀 약속을 왕창 잡아놨다. 딸이 잡힌 선약을 쭉 나열하는데 스터디카페와 마을 도서관에 갈 계획도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노는 계획만 있는 게 아니라서 고마웠으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학교가 체육관과 도서관 및 스터디실(교실) 한 두 개 정도만 개방해 줘도 좋으련만.
학교 개방은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학생들의 수업권과 안전권이 논란의 핵심인 듯한데 나는 지금 학교를 공동체에 개방하자는 얘길 하는 게 아니다. 학교의 또 다른 주인이기도 한 학생들에게 방학 중 학교 일부를 개방하는 것에 대한 얘길 하는 중이다.
물론 관리의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이 먼저 나서서 결의했다. 강당 사용 시 보호자 동반일 것, 사용한 물품은 정리하고 나올 것, 기물 파손 시 개인이 배상할 것 등의 결의를 먼저 하고 학교에 강당 개방을 요구했다.
비장애인 딸의 경우엔 학교 일부가 개방되어도 특별히 보호자가 할 역할이 없다. 학생들에게 미리 규칙만 주지시키면 될 것이다. 체육관은 운동부 연습 시간과 겹치지 않게 사용할 것, 개방된 스터디실은 학습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 방학 중에도 도서 대여일을 잘 지킬 것 등의 규칙만 숙지시키면 되지 않을까.
학기 중에만 학생 신분인 건 아니다. 학기 중에만 교사 신분인 건 아닌 것처럼. “오늘 어디가?”라고 물었을 때 “학교 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방학이 되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긴 방학을 앞둔 쌍둥이 엄마로서, 학교가 적어도 학생들에게만큼은 조금 더 개방적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해 본다.
류승연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