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엄한 꾸지람과 학부모의 자녀사랑 사이에는 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 둘 사이에 ‘사랑’이라는 공감대가 깨어지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엄한 꾸지람은 체벌 논란으로, 자녀사랑은 교권침해라는 극단으로 치닫고 만다.
최근 충북지역에서 학교급식 지도가 발단이 돼 교사가 학부모에게 무릎을 꿇고, 영양사가 전보조처되는 일이 잇따라 일어나 지역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18일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학교에 찾아와 여교사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학부모들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점심을 빨리 먹게 해 아이가 위장병을 일으켰으며, 심한 벌을 주고 반성문을 쓰게 했다.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사표를 내라”며 교사를 몰아세웠다. 얘기를 듣고 있던 교사는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교사는 “학부모의 주장대로 저의 교육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학교 명예까지 더럽히는 것 같아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마음에서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었다”며 한숨을 지었다.
지난 15일 진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영양사가 학생들에게 남은 급식을 먹게 했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고 다른 학교로 전보조처되는 일도 빚어졌다. 학부모들은 영양사가 버리려는 음식을 먹게 하고 때리기도 하는 등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양사는 “교육자 이전에 엄마의 입장에서 편식을 하고 음식물을 마구 버리는 잘못된 습관을 고쳐주려 한 것인데 아이들 얘기만 듣고 학교에 몰려온 학부모들의 반응이 놀랍고 무서웠다”며 억울해했다.
아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게 교사의 ‘과욕’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학부모가 교사에게 막말을 하고, 무릎을 꿇리고, 인사조처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자녀사랑이고 교육발전을 위하는 일인지 되짚어 볼 일이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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