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어른들 직업세계 살짝 따라가볼까

등록 2006-06-11 17:53수정 2006-06-12 16:11

잡쉐도잉을 마친 뒤 한 이추경 과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잡쉐도잉을 마친 뒤 한 이추경 과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파주 헤이리 하나인학교 ’잡 섀도잉’

“이 목재들이 다 배로 들어온 거예요?”

“그래 중국에서 싣고 온 거야. 이제 가공공장으로 보내져 엠디에프(MDF)판으로 태어나게 된단다.”

“그럼 공장에도 가볼 수 있어요.”

“이제 갈거야”

지난달 25일 인천에서 목재무역업을 하는 제이에이취아이(JHI) 사무실에 초등학생 3명이 찾아왔다. 파주 헤이리 하나인학교(hanain.net)에 다니는 강호성(8·2학년), 안영진(10·4학년), 조현서(11·5학년)군은 연방 질문을 쏟아냈고, 이추경(33) 과장은 싫다는 내색 없이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이 과장이 거래처로 향하자 아이들은 엄마 닭을 뒤쫓는 병아리들처럼 졸졸 따라갔다. 이 과장이 거래처에서 만든 제품을 검품하고 이사와 미팅하는 현장에 아이들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귀기울여 들었다.


세 명의 초등학생이 이날 벌인 활동은 이른바 ‘잡 쉐도잉(job shadowing)’. 직장에 찾아가 특정 직업인(멘토)를 정하고 그를 따라다니며 직업의 특성을 살피고 그런 역할을 맡기 위해 갖추어야 할 능력이 무엇인지 스스로 분석하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개교한 하나인학교는 “교육은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올초부터 전교생(23명)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가령 무역회사에서 무역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을 보며 국제인의 소양을 배우고, 대학 교수의 강의 현장을 찾아가 강의와 수업 준비과정을 보는 식이다. 또 초콜릿 디자이너가 만든 예술작품으로서의 초콜릿을 맛보고, 신경생리학 연구소에서 과학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생생하게 체험해볼 수도 있다.

무역업·교수·무용가·방송인…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직업인의 하루 일상 직접 체험

“장래 꿈이 생생하게 보여요”

이 학교 이소영 교육실장은 “우선 학부모들의 직업 현장을 찾아가 보기로 하고 이달부터 7월까지 3달 동안 방문 프로그램을 짰다”며 상반기에 20가지, 하반기에 30가지 직업을 체험해보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일정이 잡힌 직업으로는 한국 무용가, 타악 연주자, 대학 교수, 방송인, 연구원, 조각가, 복합운송 주선, 연극인, 작가, 편집인, 자동차 판매인, 건축가, 시이오(CEO), 영양사, 지리정보연구원 등이 있다.

지난달 25일 목재무역업체 제이에이취아이 공장을 찾은 하나인학교 학생들이 멘토로 나선 이추경 과장으로터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달 25일 목재무역업체 제이에이취아이 공장을 찾은 하나인학교 학생들이 멘토로 나선 이추경 과장으로터 설명을 듣고 있다.
잡 쉐도잉은 먼저 특정 직업 체험을 희망하는 아이 2~3명을 한 팀으로 구성한 뒤,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평소 관심있는 분야는 뭐고, 어떤 쪽에 적성이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신청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현장에 가면 그 회사 직원 가운데 한 명을 멘토로 정한 뒤 하루 종일 그를 따라다닌다. 안승환(45) 교장은 “단순하게 옆에서 눈요기하는 견학 차원이 아니라 직업인의 하루 일상을 몸과 마음으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직업체험을 하고 나서는 1시간 정도 멘토와 인터뷰를 한다. 아이들은 미리 질문지를 준비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자신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맘껏 물어볼 수 있다. 이추경 과장은 “학교에서 배운 것 가운데 일할 때 가장 유용한 게 뭐냐,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느냐, 힘든 부분이 뭐냐 등 마치 채용 인터뷰처럼 강도높은 질문을 받았다”며 진로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잡쉐도잉’을 통해서 아이들은 어떤 걸 배울까? 무엇보다 평소 궁금하게 여겨온 직업들을 탐색하는 기회가 된다. 강호성군은 “아빠가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줄 알았지만 직접 가서 몸으로 느껴보기는 처음”이라며 “무역이라는 게 뭔지 감이 잡히고 나도 아빠처럼 멋진 회사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방문에 앞서 해당 직업에 대한 기초 정보를 파악하고, 인터뷰 방법, 에티켓 등도 배우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또 직업을 분석할 수 있는 지식과 자신의 멘토와 시간을 보내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도 장점이다. 고려대 행정학과 김선혁 교수를 멘토로 교수 직업 체험을 했던 김소희(11·5학년)양은 “어렸을 때부터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했는데 이번에 교수님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직접 보고 나서 국문학과 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굳혔다”고 말했다.

제이에이취아이 강정훈(41) 사장은 “거래처에 우리 직원이 아이들과 함께 간다는 얘기를 했을 때 그쪽 사장은 무척 당황스러워 했는데, 아이들이 다녀간 뒤에는 ‘나도 초등학생 아들이 있는데 보내고 싶다.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초등학교가 어디 있느냐?고 물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공부다. 성적을 높이기 위한. 그래서 좋은 대학을 가면 된다. 그 뒤에 뭘 할 것인가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하지만 점수를 올리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현하는 교육이 진짜 교육이라는 점을 하나인학교는 강조한다. 안 교장은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며 자신의 꿈을 구체화하는 계기를 만들고 나면, 모든 생활이 즐거운 배움의 과정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