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 씨
6살 때였다. 동네 꼬마 친구들을 모아 놓고 ‘미스코리아 대회’를 열었다. 엄마 화장품을 죄다 꺼내 친구들 얼굴에 정성껏 ‘그림’을 그렸다. 최초로 다른 이의 얼굴에 붓질을 했던 그 기억이, 조성아(37)씨에겐 강렬한 순간으로 남아있다. 첫 경험인 까닭이다.
“초등학생 때인가, 이모가 선을 볼 때도 제가 화장을 해줬어요.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화장품 갖고 장난한다고 야단쳤으면 그냥 접고 말았겠죠. 제법 잘 하네, 하시니까 어떻게든 이 일을 계속하리라 맘 먹었어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으니 미대(산업디자인 전공)에 진학했고, 서울 청계천 근처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보그>니, <엘르>니 하는 외국 패션잡지들을 사모았다. 그러다 외국 패션쇼 무대 뒤 풍경이 담긴 사진 한 장을 보았다. 세계적인 모델들의 얼굴에 멋지게 붓질하는 저 사람, 외국에선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
데뷔는 광고로 한 셈이다. 대학 시절 광고 기획사에서 미술팀 아르바이트로 일 하던 어느날, 촬영이 임박했는데 분장 담당자가 오질 않았다. 갓 목욕을 마친 모델을 표현해야 하는 일. 평소 실력을 발휘할 기회다 싶어 무턱대고 “제가 해보겠습니다”라고 소리쳤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인 양, 방금 물로 씻은 듯 촉촉한 느낌을 최대한 살렸는데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세수하고 난 장면에서도 진한 색조 화장을 한 배우가 등장하던 시절이었다. ‘발상의 전환’을 삶의 모토로 삼은 건 그 때부터다.
지난 15년 동안, 조성아씨는 내로라 하는 국내외 모델과 배우들이 자신의 얼굴을 ‘재발견’하도록 이끌었고, 한국의 메이크업 수준을 ‘상업 예술’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외국 유학은 꿈도 꾼 적 없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세계 무대를 누비고 외국 유명 화장품 브랜드에서 그의 이름을 딴 립스틱을 출시하게 만들었다. “훌륭한 메이크업은 한 사람의 영혼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인류의 아름다움은 반드시 진보해야 한다”고 믿는 이 ‘국가대표급’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이 분야에 도전하려는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일갈한다.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테크닉(기술)이 필요하고요, 끊임없이 자신의 영감을 자극할 수 있는 창의력이 있어야 합니다. 근성이 가장 중요해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 매혹돼 도전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도 탈락하거든요. 오감을 활짝 열어놓고 세상에 뛰어들어 전혀 새로운 걸 보여주겠다, 그런 결심이 섰다면 시작하세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되려면 요즘은 전국 각 대학에 메이크업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고 전문학원들도 많아 이 분야 공부를 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철저히 도제식으로 일하기 때문에 메이크업 분야에서 이름난 미용실에 소속돼 있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수 밑에서 적어도 4~5년 배워야 독립할 수 있다. 그 동안 방송사 분장실이나 각종 패션사진 촬영, 광고, 패션쇼 등에서 모델과 배우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호텔을 비롯한 서비스 업계에서 ‘회사 이미지를 대표하는 메이크업’을 의뢰하거나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매장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배치하는 등 이 분야 고용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ㅠ
메이크업 아티스트 되려면 요즘은 전국 각 대학에 메이크업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고 전문학원들도 많아 이 분야 공부를 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철저히 도제식으로 일하기 때문에 메이크업 분야에서 이름난 미용실에 소속돼 있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수 밑에서 적어도 4~5년 배워야 독립할 수 있다. 그 동안 방송사 분장실이나 각종 패션사진 촬영, 광고, 패션쇼 등에서 모델과 배우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호텔을 비롯한 서비스 업계에서 ‘회사 이미지를 대표하는 메이크업’을 의뢰하거나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매장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배치하는 등 이 분야 고용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ㅠ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