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미의 어른 생각 아이마음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걱정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성적, 친구, 진로 같은 단어 대신 날씬한 ‘얼짱’이 되는 거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좀 더 잘 살기 위해 이 악물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최선의 미덕이었던 기성세대의 가치관과는 사뭇 다르다. 굶다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다이어트를 고집하고, 돈 들고 아파도 좋으니 성형 수술 시켜 달라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싫다는 아이들 손을 이끌고 성형외과를 찾거나 비만 클리닉을 찾는 부모들도 있다.
한참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성형은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성장기의 지나친 다이어트는 빈혈이나 비타민 무기질 부족으로 인해 건강과 성장에 해롭다. 영양소가 부족할 경우, 학습능률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신체와 정신의 기능이 원활하게 되지 못해 탈모나 면역력 감퇴를 부른다. 자칫하면 성인이 돼서도 불임, 내분비계 이상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무리하게 살을 빼려다가 거식증(Anorexia)이나 구토를 동반하는 폭식증(Bulimia)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반대로 과자와 사탕, 라면, 햄버거 등의 인스탄트 음식 먹는 식습관을 방치하게 되면 영양소 부족의 비만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아직 100%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설탕 함유량이 높은 음식을 먹는 아이들은 주의력 집중에 장애가 생긴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식이장애나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아이들을 가만히 관찰해 보면, 부모나 주위 사람들과의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머니에게서 충분하고도 적절한 사랑을 받지 못해 음식으로 이를 대신 보충하려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과 과잉보호를 거부하는 의미로 거식증에 빠지는 아이들도 있다. 또 부모는 문제가 별로 없는데, 뚱뚱하고 못생겼다며 왕따를 시키는 친구들이나 주위 시선 때문에 사회생활도 위축되고 열등감에 빠지면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 하지 못하기도 한다.
사실 큰 아이, 작은 아이, 뚱뚱한 아이, 마른 아이, 동그란 아이, 네모난 아이, 모두 모두 예쁘고 사랑스럽다. 기형과 장애를 타고 난 아이들도 순수한 아름다움으로 우리 눈을 부시게 한다. 미의 기준은 시대와 문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므로, 스스로가 예쁘다고 믿으면 예쁜 것이다, 예컨대 오늘의 슈퍼 모델들은 조선시대에서는 추녀라고 경원시 당했을 것이다. 양귀비와 성춘향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다면, 심각한 외모 콤플렉스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이어트와 성형수술로 유사 서양인으로 변한 삐쩍 마른 연예인들을 아침 저녁 보다 보니, 그들의 획일화된 모습이 정상이고 본래의 우리 얼굴은 비정상이라는 이상한 최면에 걸린 것도 같다. 창피해서 쉬쉬했던 성형수술과 비만관리를 언제부터인지 당연하게 밝히면서, 마치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를 자기 계발의 한 방식인 듯 몰고 가는 사회분위기는 정상은 아니다.
특히 청소년기는 성장과정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외모에 대해 특히 예민해져서 신체상(Body Image)이 왜곡되기 쉽다. 아이들이 쓸 데 없는 열등감에 빠지지 않도록 말 한마디라도 긍정적인 격려를 해 주어야 하는데, ‘넌 성형 수술 좀 해야겠다’ ‘살이 쪄서 보기 싫다’라는 식으로 함부로 말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참으로 흉악하다. 서구지향의 상업주의에 물든 기성세대가 만든 ‘외모지상주의’라는 못된 바이러스가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사라지길 기원해 본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nleekr2000@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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