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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서울대 입시에 ‘공인 영어시험 점수’ 참고키로

등록 2006-09-11 18:57수정 2006-09-12 11:27

일반전형에 토익 반영?
불붙은 시장에 기름붓기
서울 강남지역 한 고교 1년생인 권아무개군은 최근 토익 시험을 봤다. “한번 봐두라”는 어머니의 권유도 있었지만 권군 역시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권군은 앞으로도 학교 공부 틈틈이 토플을 공부해 시험을 볼 참이다. 이런 학생은 권군만이 아니다.

서울대가 2008학년도 정시모집 학생부 반영에서 토익·토플·텝스 점수를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칫 고교생은 물론 초·중학생에게까지 번지고 있는 공인 영어시험 열풍이 더욱 가열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초등학생까지 학원 내몰것…다른 대학에도 영향” 우려 증폭

일반전형에서 토플·토익·텝스라니= 서울대는 지난 8일 2008학년도 대입시 전형계획을 발표하면서 정원의 3분의 1을 뽑는 정시모집(일반전형)에서 학생부(내신) 반영분 50% 중 10%를 비교과 평가에 배정(나머지 40%는 교과성적)하고, 학생부에 기록된 출결사항,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등 외에도 어학능력을 비교과 평가에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어학능력 평가를 위해서는 영어능력 공인시험인 토익이나 토플, 그리고 서울대에서 주관하는 영어능력시험인 텝스 점수를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서울대의 이런 계획은 영어 특기자나 어학 우수자를 뽑기 위한 특별전형이 아니라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도입된다는 점에서 수험생들에게 미치는 파장이 크다. 더욱이 서울대의 계획은 2008학년도 입시안 발표를 앞둔 다른 대학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쪽은 “학생들에게 무리가 가지 않도록 토익·토플·텝스 점수를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선 학교 교사들은 서울대의 이런 계획이 ‘붙는 불에 기름 끼얹는 격’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이미 연세대, 고려대, 부산대 등 많은 대학이 수시모집에서 △어학 우수자 △어학 특기자 같은 특별전형에서 토익·토플 등을 반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학생이나 고교 1년생들의 토익·토플 응시가 매년 늘고 있다.


김학윤 서울 잠신고 교사는 “지금도 일부 대학의 특기자전형 때문에 토익·토플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대가 정시모집에서 반영한다면 그 파급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토익·토플·텝스 같은 이른바 ‘공인’ 영어능력시험 시장은 최근 급속히 부풀어올랐다. 일선 학교와 학원가에선 이 일등공신이 대학입시 수시모집의 특별전형이라고 말한다. 2002년 대입시 수시모집이 도입되면서 일부 대학에서 너도나도 어학 특기자 전형 등을 도입했다. 이들 대학에 자녀들이 응시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학부모들이 중학생은 물론 초등생 자녀들을 토플·토익 학원으로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수능영어·교과영어만으론 부족?”= 서울대는 토익·토플·텝스 점수의 구체적인 반영 방법은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교사들은 수능 영어(외국어 영역) 성적도 제시되고, 학생부 교과성적 평가에서 영어시험 성적이 포함되는데, 대학이 토플·토익 같은 외부 시험 성적까지 평가하겠다며 학생부 기록을 유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발한다.

현재 일선 학교에서 학생부에 토익·토플·텝스 같은 영어시험 성적을 기록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교사들은 서울대가 정시모집에서 반영할 경우 모든 고교에서 토익·토플 점수 등을 학생부에 기록해야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참고자료로 활용한다지만, 학생부 봉사활동 평가에서도 봉사활동 ‘권장’ 시간이 실제 학생들에겐 봉사활동 ‘의무’ 시간으로 작동한 전례가 있는 탓이다.

송형호 자양고 교사(영어)는 “한국 사회 입시 피라미드 구조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가 토익·토플·텝스 시험을 반영하면 학부모들 처지에선 초등생 때부터 이들 시험을 준비시킨다”며 “서울대가 이 방향으로 가면 다른 대학들도 따라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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