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전남 여수여고에서 열린 고교 논술 특강에 참여한 여수지역 고교2학년 학생들이 박용성 교사의 언어논술 강의를 듣고 있다.
박용성 교사등 18명 의기투합
자료집 준비에서 첨삭까지 ‘원스톱’
뜨거운 반응에 온라인 강좌까지
자료집 준비에서 첨삭까지 ‘원스톱’
뜨거운 반응에 온라인 강좌까지
우리학교 논술수업 짱 / 여수 6개교 연합 특강 지난해 9월, 전남 여수에서는 ‘도원결의’가 이뤄졌다. 대입 논술 시험을 앞두고 서울행 버스를 타거나 ‘서울 유명 학원에서 왔다’는 논술 강사의 수업을 듣기 위해 한 차례에 10만원씩, 모두 200만원 가량 쏟아붓는 학생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 각 대학들의 논술 반영 비중이 커지는데다 논술 고사를 치르는 대학이 45개교로 늘어나니,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아닌가. 여수 지역에 있는 여수여고, 여수고, 중앙여고, 한영고, 부영여고, 화양고 등 6개 학교가 손잡고, 이번 겨울 방학 동안 고교 2학년을 위한 논술 특강을 마련했다. 박용성 교사를 비롯해 여수여고 교사 3명이 언어, 수리, 과학 등 3개 분야를 각각 맡아 특강 자료를 만들고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 밖의 학교에는 학생들의 첨삭지도를 해주는 교사가 3명씩 있어, 6개 학교에서 모두 18명의 교사가 특강에 참여하고 있다. 수업은 지난 2일부터 오는 2월9일까지 월~토 하루 4시간씩 진행되고 있다. 지난 18일, 여수여고 시청각실에는 120명의 남녀 학생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었다. 난생 처음 여자고등학교로 등교하는 것이 쑥스러워서인지, 남학생들이 모여앉은 자리가 유독 조용하다. 이번 논술 특강을 총괄하는 박용성 교사의 언어 논술 수업 시간. 주제는 ‘자유는 한없이 확대되어도 좋은가’다. 주제와 관련 있는 2006학년도 서울대 정시논술 문제를 중심으로 주제 강의와 토론이 진행된다. 교사들이 만든 특강 자료집은 수업 진행을 위한 것이지만, 그 자체로 훌륭한 기출문제 해설서다. 박 교사는 “본격적으로 입시 준비를 해야 하는 고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그동안 공부했던 교과 내용을 주제별로 묶고, 관련된 기출문제를 살펴본 뒤 글쓰기와 첨삭까지 하는 ‘원스톱’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박 교사는 애초 출결을 문제 삼지 않는 이번 특강에 학생들이 꾸준히 참여할 것인지 의문이었다고 했다. “며칠 지나면 절반으로 줄어들 줄 알았죠. 방학 동안 주중에 하루도 빠짐없이, 다른 학교에서 진행되는 수업인데다 강제력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출석률이 백퍼센트고, 수업을 빼먹어야 하면 시키지 않았는데도 담당 교사에게 이유를 설명하는 거예요. 학부모들의 관심도 예상을 뛰어넘고요. 논술이 학생들에게 이렇게 절실한 문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정에 없던 ‘온라인 강좌’도 신설됐다. 논술 특강에 관심있는 더 많은 학생과 교사들을 위해, 여수여고 방송반 학생들이 특강을 녹화·편집해 누리집에 띄우기로 한 것이다. 특강에 참여한 여수여고 박민영양은 “선생님이 각기 다른 주제로 쓴 여러 편의 글을 첨삭 지도해주니 내가 어떤 나쁜 글쓰기 습관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고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부영여고 서자랑 양은 “불안하고 막막했는데, 특강을 들으면서 논술 고사가 어떤 흐름으로 출제되는지 알 수 있어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여수 지역 고교 연합 논술 특강은 방학이 끝난 뒤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박 교사는 “현재 특강을 듣는 2학년들은 개학하면 지원 희망 대학별 맞춤 수업을 듣게 될 것이고, 1학년 학생들을 위한 주말·방학 특강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한 학교, 몇몇 교사들이 준비해서 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박 교사는 “이런 연합 특강은 각 학교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서, 결국 학교 안에서, 평상시 수업을 통해 논술 고사 대비를 할 수 있도록 환경과 여건을 갖추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언어 수리 과학
500쪽 넘는 자료집
출제 흐름 한눈에 여수지역 고교 논술 특강의 ‘필살기’는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자료집이다. 지난해 9월부터 3개월에 걸쳐 여수여고 박용성(언어)·문국식(과학)·김미희(수리) 교사가 집필한 것으로, 언어 34회, 수리 17회, 과학 17회 분량으로 구성돼 있다. ‘언어 논술’은 인문·사회 분야를 포괄하며 ‘과학 논술’ 역시 생물, 물리, 지구과학 같은 개별 교과의 경계를 뛰어넘어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고교 교과과정을 토대로 주제를 정한 뒤 주제와 연관된 기출문제를 살펴보며 출제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여기에 비교적 자주 출제되는 주제에 대한 글쓰기와 첨삭지도가 보태진다. 인문계 학생들은 언어 논술 7번과 수리 논술 3번, 자연계 학생들은 언어 논술 3번, 수리 논술 3번, 과학 논술 4번 등 10편의 글을 쓰고 각 학교 담당 교사들의 일 대 일 첨삭지도를 받는다. ‘논술을 알면 대학이 보인다’는 제목의 이 특강 자료집은 여수시 평생교육과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교사들은 앞으로 대학별 기출문제 해설서 등 다양한 자료집을 펴낼 계획이다. 전국의 교사들에게 한 권씩 보낼만큼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박용성 교사는 “특강 콘텐츠에 관심있는 다른 지역 교사들이 있다면, 자료와 정보를 기꺼이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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