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범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문가 평가단이 최근 한국의 대학 입학 ‘3불 정책’과 관련해 권고한 내용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3불 정책은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를 불허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을 가리킨다.
교육부는 오이시디 평가단의 ‘한국 고등교육 검토보고서’ 공개에 즈음해 지난달 25일 보도자료를 내며 핵심 권고로 고등교육의 질 제고, 노동시장과의 연계 강화 등에 힘쓰라는 것을 들었다. 이 보고서는 미국·오스트레일리아·핀란드의 고등교육 전문가 4명이 2004년 한국교육개발원의 ‘국가 배경 보고서’를 받고 2005년 10월 한국을 방문한 뒤 지난해 작성했다. 오이시디의 공식 견해는 아니지만 국외 전문가들의 권고라는 ‘무게’를 지녔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평가단이 ‘3불 폐지를 권고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에 교육부는 평가단이 ‘현재로선 3불제 폐지가 곤란하다’고 제언한 것이라는 해명자료를 냈다. 오이시디 홈페이지(oecd.org)에 실린 보고서의 관련 원문은 “투명성 제고와 고등교육 관리시스템 개선 없이 3불 정책과 다른 규제들을 일시에 없애지 말라고 경고했다”(43쪽)는 것이다.
오이시디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던 정기오 한국교원대 교수는 이 보고서가 “3불 정책 폐지를 권고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그 반대로 ‘3불 정책’을 폐지하면 안 된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정윤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언론 보도에 “깜짝 놀랐다”며 “3불 폐지를 권고했다고 풀이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대학 자율권 확대를 외치며 오이시디 보고서마저 자신들의 입맛대로 보도한 일부 언론들은 평가단이 3불 정책 폐지에 반대한 맥락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고등교육 기회의 형평성 보장 장치로 3불 정책을 이해한 보고서는 대학의 투명성이 낮다고 진단하면서 가정 배경과 학업완수율의 관계 자료, 대학 평가 결과 같은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 교육인적자원부 보도해명: “OECD 검토단, 현 체제 하에서 3불제 폐지는 곤란하다"고 제언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반론보도, 2356번 게시물)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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