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취업학원화면서 인문학의 위기는 심화됐다. 사진은 독서실처럼 변한 한 대학도서관의 모습이다. (한겨레)자료사진
우리말 논술 / ⑬ 인문학의 위기,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관련 논제 해결하기 [난이도 = 고등]
[논제] 제시문 (가), (나), (다)에 공통으로 제시된 문제를 찾아내고, 이러한 문제의 원인 및 해결 방안에 대해 논술하시오. (1400±100자)
(가)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아준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서울대의 전과제도가 대학 내 제2의 입시로 전락하고 있다. 법대 등 인기학과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전과를 위한 스터디그룹까지 생겨나고 인터넷 커뮤니티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반면 인문대 등 비인기 단과대는 학생들 상당수가 입학초기부터 전공에 관심이 없는데다 매년 수십 명씩 빠져나가는 바람에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는 사범대의 전과제한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기초학문 붕괴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일 서울대에 따르면 법대는 전과 정원 40명 모집에 111명이 몰려 2.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대가 2001년 전과 인원을 각 단과대 입학정원의 20% 이내로 확대 실시한 이후 매년 경쟁률이 크게 늘고 있다. 법대 전과 경쟁률은 2002년 1.24대 1에 이어 지난해 1.48대 1의 경쟁률을 보이다 올해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지원자는 인문대생이 55명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 사회대와 공대생들도 대거 지원했다. 이렇게 전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 인문대생이 전출인원 증가를 놓고 학교 측에 공식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문대가 규정 전출인원인 67명보다 19명이나 많은 인원을 전출승인하면서 법대의 전과 경쟁률이 치열해져 자신의 전과가 어렵게 됐다는 것. 이 학생은 최근 대학본부에 “19명의 전출승인을 취소하거나 법대가 전과정원을 늘려야 한다”며 대학본부 측에 인문대의 전출승인 취소요청서를 제출했다. 인문대생 K씨는 “사실상 인문대생 3명 가운데 1명꼴로 입학할 때부터 법대로 전과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인문대 서경호 교무부학장은 “고시합격 등으로 벼락출세하려는 신데렐라 증세가 사회적으로 만연한 것 같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기초학문은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주화 기자 <국민일보> 2004년 2월1일치 기사 (나) 대학 교원 가운데 이공계와 인문사회계 비율은 55.7% 대 44.3%로 이공계가 조금 더 많고, 학부와 석사과정 학생은 인문사회계가 이공계보다 많다. 그런데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예산(2003년 기준) 중 인문학 분야의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부출연기관의 정책연구 예산을 제외하면 순수 인문학연구 지원금의 비율은 0.9% 미만이다. 여기에 사회과학 분야를 합쳐도 인문사회분야 지원액의 비율은 3.2%에 불과하다. 이공계와 인문사회계의 교원과 학생의 수는 엇비슷한데 연구개발 지원예산의 97%가 이공계로 몰리는 극심한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주로 세계화의 확산에 따른 신자유주의의 경쟁체제가 강화되면서 실용성이 떨어지고 투입-산출 구조로 명징하게 포착할 수 없는 인문학에 대한 투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해체주의의 등장으로 종래 인문학이 확보했던 종합적 관점의 기반이 무너졌다는 인식의 확산도 큰 몫을 했다. -권재현 기자 <동아일보> 2006년 3월28일치 기사 (다)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인문적 가치의 위기’라는 문제의식이다. 어떤 사회도 제멋대로, 함부로, 닥치는 대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렇게나 살기를 거부하는 사회, 제정신 차리면서 살기로 하는 사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질문 하나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현실적으로는 비록 각종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찢어져 있다 할지라도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라는 답변에 동의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인 가치들이 바로 ‘인문적 가치’다. 그 인문적 가치의 핵심에는 사람에 대한 존중, 곧 인간의 품위와 생명의 존엄이라는 가치가 놓여 있다. 인문학 위기 선언에 담겨 있는, 혹은 거기 마땅히 담겨 있어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사람을 잊어버린 사회, 인간의 품위와 생명 존중의 가치를 변두리로 내몰고 시궁창에 처박는 몰가치 사회를 향해 치달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문제의식은 정당하다. 사회는 시장이 아니며 밀림도 아니다. 시장·산업·경제 등이 제아무리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해도 시장유일주의 원리, 경제제일주의 논리, 시장가치 우선주의가 사회의 지배적 운영원리·논리·가치가 될 때 사회는 곤두박질하고, 그 가치 전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고통·희생·비용을 물어야 한다. (중략)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시민교육이 ‘인문교육’이다. 인문교육은 인문학 전공자를 길러내기 위한 전문교육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문교육은 인문학 전공자도 길러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건강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인간적·시민적 덕목, 가치, 정신자세와 행동원칙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교육이다. 전공이 무엇이냐에 관계없이 대학 진학자 전원이 일정 기간 인문교육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하는 이유가 인문교육의 이런 시민교육적 성격 때문이다. 인문교육은 특정의 직업 분야를 겨냥한 훈련과정 이상의 것이다. 이공·경상·법률·의학 할 것 없이 대학교육의 기본 과정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이 인문교육이다. 인문교육은 대학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더 근본적으로, 중등교육 전 과정에 정성스레 도입되어 사람을 사람답게 길러낼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 인문교육이다. 이런 의미의 인문교육이 지금 우리의 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과정에서 파탄을 겪고 있다는 것도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경제통합적 세계화의 진행, 시장유일주의적 정신상태와 가치관의 팽배, 성장-개발주의 이념의 편만 같은 외적 조건들이 교육의 본질 목적에 심각한 왜곡을 일으키고 있다. 유념할 것은 인문교육이 시장·경제발전·산업 등에 반드시 역행하는 교육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문교육은 반시장·반성장·반산업의 교육이 아니라 시장·개발·산업의 논리들이 사회 유지와 발전에 필요한 다른 모든 논리와 근본가치들을 전면적으로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시장·경제성장·산업을 포함해서 사회 발전 전반을 이끄는 진정한 안내자는 시장유일주의·성장제일주의·산업우선주의가 아니라 비시장·비경제·비산업의 가치들이다. 이 가치들이 죽어버리면 사회는 발전의 지속적 동력을 잃고 시장, 성장, 산업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망각한다. 그 망각의 결과는 사회발전이 아니라 인간 희생과 고통의 총량 증대이다. 그뿐인가. 그 고통과 희생을 메우기 위해 사회는 벌어들인 돈의 두 배 세 배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밑지는 장사치고도 이런 장사가 없다. 우리 사회가 그런 식의 밑지는 물장사를 해온 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경고하지 않는다면 인문학 위기 선언의 사회적 의미가 무엇일 것인가. -도정일, ‘인문학 위기론의 실체를 말한다’ <한겨레21>(2006년10월13일 제630호)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아준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서울대의 전과제도가 대학 내 제2의 입시로 전락하고 있다. 법대 등 인기학과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전과를 위한 스터디그룹까지 생겨나고 인터넷 커뮤니티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반면 인문대 등 비인기 단과대는 학생들 상당수가 입학초기부터 전공에 관심이 없는데다 매년 수십 명씩 빠져나가는 바람에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는 사범대의 전과제한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기초학문 붕괴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일 서울대에 따르면 법대는 전과 정원 40명 모집에 111명이 몰려 2.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대가 2001년 전과 인원을 각 단과대 입학정원의 20% 이내로 확대 실시한 이후 매년 경쟁률이 크게 늘고 있다. 법대 전과 경쟁률은 2002년 1.24대 1에 이어 지난해 1.48대 1의 경쟁률을 보이다 올해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지원자는 인문대생이 55명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 사회대와 공대생들도 대거 지원했다. 이렇게 전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 인문대생이 전출인원 증가를 놓고 학교 측에 공식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문대가 규정 전출인원인 67명보다 19명이나 많은 인원을 전출승인하면서 법대의 전과 경쟁률이 치열해져 자신의 전과가 어렵게 됐다는 것. 이 학생은 최근 대학본부에 “19명의 전출승인을 취소하거나 법대가 전과정원을 늘려야 한다”며 대학본부 측에 인문대의 전출승인 취소요청서를 제출했다. 인문대생 K씨는 “사실상 인문대생 3명 가운데 1명꼴로 입학할 때부터 법대로 전과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인문대 서경호 교무부학장은 “고시합격 등으로 벼락출세하려는 신데렐라 증세가 사회적으로 만연한 것 같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기초학문은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주화 기자 <국민일보> 2004년 2월1일치 기사 (나) 대학 교원 가운데 이공계와 인문사회계 비율은 55.7% 대 44.3%로 이공계가 조금 더 많고, 학부와 석사과정 학생은 인문사회계가 이공계보다 많다. 그런데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예산(2003년 기준) 중 인문학 분야의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부출연기관의 정책연구 예산을 제외하면 순수 인문학연구 지원금의 비율은 0.9% 미만이다. 여기에 사회과학 분야를 합쳐도 인문사회분야 지원액의 비율은 3.2%에 불과하다. 이공계와 인문사회계의 교원과 학생의 수는 엇비슷한데 연구개발 지원예산의 97%가 이공계로 몰리는 극심한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주로 세계화의 확산에 따른 신자유주의의 경쟁체제가 강화되면서 실용성이 떨어지고 투입-산출 구조로 명징하게 포착할 수 없는 인문학에 대한 투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해체주의의 등장으로 종래 인문학이 확보했던 종합적 관점의 기반이 무너졌다는 인식의 확산도 큰 몫을 했다. -권재현 기자 <동아일보> 2006년 3월28일치 기사 (다)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인문적 가치의 위기’라는 문제의식이다. 어떤 사회도 제멋대로, 함부로, 닥치는 대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렇게나 살기를 거부하는 사회, 제정신 차리면서 살기로 하는 사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질문 하나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현실적으로는 비록 각종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찢어져 있다 할지라도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라는 답변에 동의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인 가치들이 바로 ‘인문적 가치’다. 그 인문적 가치의 핵심에는 사람에 대한 존중, 곧 인간의 품위와 생명의 존엄이라는 가치가 놓여 있다. 인문학 위기 선언에 담겨 있는, 혹은 거기 마땅히 담겨 있어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사람을 잊어버린 사회, 인간의 품위와 생명 존중의 가치를 변두리로 내몰고 시궁창에 처박는 몰가치 사회를 향해 치달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문제의식은 정당하다. 사회는 시장이 아니며 밀림도 아니다. 시장·산업·경제 등이 제아무리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해도 시장유일주의 원리, 경제제일주의 논리, 시장가치 우선주의가 사회의 지배적 운영원리·논리·가치가 될 때 사회는 곤두박질하고, 그 가치 전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고통·희생·비용을 물어야 한다. (중략)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시민교육이 ‘인문교육’이다. 인문교육은 인문학 전공자를 길러내기 위한 전문교육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문교육은 인문학 전공자도 길러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건강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인간적·시민적 덕목, 가치, 정신자세와 행동원칙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교육이다. 전공이 무엇이냐에 관계없이 대학 진학자 전원이 일정 기간 인문교육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하는 이유가 인문교육의 이런 시민교육적 성격 때문이다. 인문교육은 특정의 직업 분야를 겨냥한 훈련과정 이상의 것이다. 이공·경상·법률·의학 할 것 없이 대학교육의 기본 과정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이 인문교육이다. 인문교육은 대학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더 근본적으로, 중등교육 전 과정에 정성스레 도입되어 사람을 사람답게 길러낼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 인문교육이다. 이런 의미의 인문교육이 지금 우리의 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과정에서 파탄을 겪고 있다는 것도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경제통합적 세계화의 진행, 시장유일주의적 정신상태와 가치관의 팽배, 성장-개발주의 이념의 편만 같은 외적 조건들이 교육의 본질 목적에 심각한 왜곡을 일으키고 있다. 유념할 것은 인문교육이 시장·경제발전·산업 등에 반드시 역행하는 교육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문교육은 반시장·반성장·반산업의 교육이 아니라 시장·개발·산업의 논리들이 사회 유지와 발전에 필요한 다른 모든 논리와 근본가치들을 전면적으로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시장·경제성장·산업을 포함해서 사회 발전 전반을 이끄는 진정한 안내자는 시장유일주의·성장제일주의·산업우선주의가 아니라 비시장·비경제·비산업의 가치들이다. 이 가치들이 죽어버리면 사회는 발전의 지속적 동력을 잃고 시장, 성장, 산업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망각한다. 그 망각의 결과는 사회발전이 아니라 인간 희생과 고통의 총량 증대이다. 그뿐인가. 그 고통과 희생을 메우기 위해 사회는 벌어들인 돈의 두 배 세 배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밑지는 장사치고도 이런 장사가 없다. 우리 사회가 그런 식의 밑지는 물장사를 해온 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경고하지 않는다면 인문학 위기 선언의 사회적 의미가 무엇일 것인가. -도정일, ‘인문학 위기론의 실체를 말한다’ <한겨레21>(2006년10월13일 제6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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