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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또 뒤집히는 입시제도 학생들 속도 뒤집힌다

등록 2008-01-20 17:51수정 2008-01-20 20:45

급변하는 대입 제도에 교육주체들은 우왕좌왕이다. 당장 다음해부터 큰 변화가 예고되는 현재의 교육정책은 교육주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잃어버렸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열린 입시박람회. 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급변하는 대입 제도에 교육주체들은 우왕좌왕이다. 당장 다음해부터 큰 변화가 예고되는 현재의 교육정책은 교육주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잃어버렸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열린 입시박람회.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백년대계라는 말이 부끄럽다. 백년은커녕 일년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더욱이 말을 믿기도 힘들다. 입시제도 등 교육정책이 그렇다.

“첫째가 중3 때는 내신 비중이 높아진다고 해 고교를 선택할 때 하향지원을 했어요. 둘째도 마찬가지였고요. 이제 곧 아이들이 고3, 고2가 됩니다. 그런데 내신은 물건너 가는 분위기고, 고교등급제 얘기까지 나오는군요. 새삼 느낍니다.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면 안되는구나고 말입니다.” 비평준화 지역에 사는 한 학부모의 얘기다.

새정부 교육정책 대대적 변화 예고

교육의 주체들은 지금 ‘혼돈 상태’다. 아이들도 학부모도 교사도 ’불안’하다. 교육 정책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는 탓이다. 대학입시 ‘3불정책’ 가운데 ‘2불(고교등급제, 본고사 금지)’은 사실상 ‘해금’된 상태다. 수능 등급제 폐지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정사실화 됐다. 대학 입시 관련 업무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 이관이 확정됐다. 어느새 대교협은 ‘제2의 교육부’라 불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사립대는 거리낌없이 이번 정시에서 ‘논술 가이드라인’을 어겼다.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대학들이 이르면 2009학년도부터 변화된 대입 정책을 적용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예비 고3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고3이 되는 인천 ㅎ고의 박아무개(18)양은 “논술 가이드라인이 없어지고 내년 논술에서 영어 제시문이 출제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앞이 캄캄했다"며 “학원 안가고 학교 논술 수업에 의지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학 자율화’라고 하지만, 온갖 말만 무성하고 그것도 도처에서 나오면서 입시전략을 짜야하는 학부모들은 애가 탄다. 올해 자녀를 특성화고에 입학시킨 한 학부모는 “대학마다 3~5%의 전문계고나 특성화고 할당제가 있는 것을 보고 특성화고 진학을 결정했는데 대학들이 바꿀까봐 걱정이다"고 했다. 예비 고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대학입시에 고1부터 전략을 세워 준비해야 한다고 해서 일찌감치 목표 대학을 정해 꾸준히 준비해왔는데, 이제와 바꾸면 어쩌란 말이냐”며 “사실상 본고사 부활이니, 수능 중심으로 선발하겠다느니 하는 말들을 들으면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불안해 못살겠다”고 했다.


수능등급제 폐지 기정사실화…논술 가이드라인도 깨져

“고1때부터 전략 짰는데, 이제 와 바꾸면 어쩌란 말인가”

이명박 정부 인수위의 정책변화 방향에 대한 거부의 목소리도 나온다. ’악의 근원’으로 지목된 등급제만 해도 그렇다. 전북 익산의 예비고1 강아무개(16)양은 “교육환경이 나쁜 지방 아이들한테는 등급제가 기회를 열어주는 좋은 점도 있는데, 왜 이런 건 공론화가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 강북의 한 고교 교사도 “강북 지역 학생들이나 교사들은 등급제에 큰 불만은 없었다”며 “새대통령 당선 이후 강북 지역에서 대학 가는 게 더 힘들어 질 것 같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자사고나 특목고를 확대하겠는 교육 정책에 대해서는 반기는 것만큼이나 우려의 얘기도 거침없이 나온다. 경기도의 비평준화 지역에서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신아무개(16)양은 “특목고 가는 애들 때문에 중학교 3학년 2학기 수업은 정말 ‘난장판’이었다”며 “특목고나 자사고를 늘리면 학교 수업을 무시하는 애들이 더 많아질텐데 수업 분위기가 어떻게 될지 안봐도 뻔하다”고 했다. 인천의 박양은 “특목고든 자사고든 새로 만드는 학교는 전부 세금으로 지을텐데 세금 줄여주겠다는 공약하고 모순되는 것 아니냐”며 “겨울에 난방비가 없어 추운 교실에서 수업하는 공립학교에나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놓았다. 일반고에 다니는 자녀와 중2 자녀를 를 둔 한 학부모는 “우수한 애들이 특목고로 다 빠지는 바람에 일반고에서 면학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인데 특목고나 자사고가 많이 늘면 일반고는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런 혼란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모순적인’ 교육 정책에 뿌리가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은 바 있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종태 원장은 “자사고를 늘리겠다면서 사교육비 절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며 “수월성 확보를 위해 사교육비가 느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고 하는 게 차라리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들과 학부모와 교사들이다. 새 정부가 국민을 섬긴다면, 입시제도 등 교육정책을 세울 때 이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맞다. 선진국들은 이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덴마크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교육을 전면적으로 도입할 때 전국을 순회하면서 교사들과 토론을 하면서 공감을 얻어냈다. 노르웨이에서는 입시제도가 바뀔 때 학생들을 상대로 공청회를 연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공급자 위주의 시각’과 ’편의주의’만 있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 얘기도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이나 학부모나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교육 주체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바로 ’백년대계’로 가는 길이라는 ’간절한’ 요구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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