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등 8개 교육사회 시민단체의 회원들이 22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차기 정부의 시장주의적 교육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나머진 ‘찬밥’…교육왜곡 예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입 자율화’ 2단계 공약으로 말했던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 과목 축소’는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보는 2012학년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수능 과목 축소는 언뜻 보면 학생들의 입시공부 부담을 확 줄여줄 것처럼 보인다. 사회탐구나 과학탐구, 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 등에서 두 과목만 골라 공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능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 뻔한 상황이어서, 과목 수는 줄어도 몇몇 과목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학들이 본고사를 치른 1970년대의 경우 학생들이 수학·영어·국어 등 주요 과목 공부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했다. 당시 최상위권 대학의 당락이 국·영·수 성적에 좌우됐기 때문이다. 이는 과목 수를 줄이면 공부 부담이 준다는 논리가 너무 안이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실례다.
2013학년도부턴 영어도 수능 과목에서 제외하고, 영어능력 평가시험으로 대체한다고 했다. 복수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성적은 등급으로 표기한다고 한다. 이럴 경우 한 번의 실수로 인생을 망치는 일을 완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들이 선발 때 영어 비중을 줄이지 않는다면 영어 사교육 열기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수능 과목 축소에 따른 공교육의 파괴다. 학생들이 일부 과목에만 매달리게 될 것이므로, 전인적 소양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교육이 최대의 피해를 볼 것이라고 학교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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