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논술 / 37. 공익과 사익의 충돌과 조화
관련 논제 해결하기 [난이도 = 고2~고3]
<논제> (가), (나)에는 부안 방폐장 건설과 관련된 갈등이 제시돼 있다. 이 문제가 생겨나게 된 원인을 서술하고, 이런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지 주어진 제시문을 참고해 논술하시오. (800±50자)
(가) 원자력발전의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발전의 부산물인 원자력폐기물처분장 시설 건립은 불가피하지만 그 시설이 가진 기피시설적 특성으로 인해 방폐장 건설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골치 아픈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부지 선정을 둘러싼 정부와 지역주민의 갈등으로 부지를 선정하지 못했다. 원자력발전에 따른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의 포화시점에 대해서는 관련 과학자나 전문가 사이에도 많은 논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방사성폐기물저장시설의 포화는 방폐장의 건립을 요구하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2003년 7월 1일 부안군 위도 주민으로 구성된 위도방폐장유치위원회가 부안군의회에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신청서를 접수했다. 그러자 그 다음날인 7월 2일 방폐장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주민과 단체(34개 단체 참여)를 중심으로 핵폐기장 백지화·핵발전소 추방 범부안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부안반핵대책위는 핵폐기장 유치 공청회장 앞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7월 9일에 군수와 면담을 하여 반대 의견을 확인하기도 했다. 7월 10일에 군산시장의 방폐장 유치 포기 선언이 있었으며, 당시 부안군수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폐장 유치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도방폐장유치위원회의 유치 청원, 지역 발전 등을 근거로 7월 11일 오전 9시 30분 경에 부안군수가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유치 선언을 전격 발표함으로서 분위기는 급반전되었다. 부안군수가 유치 선언을 발표하자 부안군의회는 같은 날 임시회를 개최했고, 비공개회의로 위도 주민이 낸 ‘원전수거물관리시설유치신청’ 청원의 건을 다뤘는데, 출석의원 12명 중 찬성 5표, 반대 7표로 부결되었다. 부안군의회에서 방폐장 유치 청원의 건이 부결되었음에도 부안군수가 7월 14일 산업자원부에 ‘원전수거물관리시설유치신청서’를 제출함으로써 방폐장 유치를 둘러싼 부안 지역 갈등의 서막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7월 21일에 부안군의회는 부안군수 사퇴 권고 결의안을 의결했으며, 지역주민들은 방폐장 유치 반대를 위해 촛불 시위, 등교 거부, 해상 시위, 고속도로 점거 등 다양한 집단 행동을 벌였다. 그리고 부안 지역의 갈등도 부안군과 지역주민 간, 위도 지역주민과 부안군 지역주민 간, 지역주민과 정부 간 등 여러 형태로 전개되어나갔다. 부안군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입지를 둘러싼 갈등은 부안 지역뿐만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홍역을 치를 정도의 어마어마한 갈등을 겪었다. 이 갈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기존의 부지 선정 절차가 포기되고 새로운 부지 선정 절차가 마련되기도 했는데, 새로운 절차에 따라서 예비신청지역으로 간주되었던 부안 지역이 마감 날인 2004년 11월 30일까지 신청하지 않아 원전센터 건설후보지로서 법적 자격이 종료됐다. -박홍엽 외, <공공갈등> 24~28쪽에서 발췌 (나) 정부가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원전센터) 터 선정 작업의 사실상 백지화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7월부터 14개월간 찬반의 회오리 속에 휘말렸던 전북 부안지역에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 찬성·반대 단체 사이에 손해배상과 책임자 처벌 등을 둘러싸고 한차례 격렬한 갈등이 빚어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핵폐기장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는 지난 16일 집회를 열어 주민의사를 무시하고 원전센터 유치를 강행한 부안군수의 퇴진을 촉구했다. 고영조 대변인은 “정부 결정은 정책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민심 수습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명확한 백지화 선언이 있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단체인 강한전북일등도민 운동추진협의회 등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처사로 만신창이가 된 전북도와 부안군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따졌다. 강현욱 전북지사는 “지난 2월 주민투표로 해결하겠다고 발표한 정부가 정책을 바꿔 갈등만 야기했다”며 “모든 책임을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종규 부안군수도 “부안에 주민투표가 어렵다고 단정한 것은 잘못된 판단으로, 다시 운동화 끈을 매고 줄달음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경찰청은 ‘부안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말까지 42명을 구속하고, 97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95명을 즉심에 넘긴 것으로 집계했다. -박임근 기자, <한겨레> 2004년 9월 17일치 (다) 부안 방폐장 선정 과정에서 갈등을 유발한 근본적인 요인은 부지 선정 과정에서 의견 수렴과 적법 절차를 소홀히 하였다는 점이다. 결국 절차적 합리성이 결여되어 부안군수의 행위는 정당성을 잃었고, 부안군의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입지 반대 지역주민들은 이를 근거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다. 행정행위를 하는 데 지켜야 할 적법 절차를 준수해야 함에도 부안군수는 이를 소홀히 했고, 이것은 이 사례에서 갈등의 근인을 제공했다. 방사성폐기물처분장에 대한 가치가 다르고, 이에 따른 이해관계가 다를지라도 대화와 협상과 토론은 가능하다. 그러나 부안군의회가 이미 부결시킨 유치 청원을 부안군수가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과 같이 지켜야 할 적법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 대화의 단절, 협의의 단절, 불신 등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처럼 민주적이지 못한 과정의 문제는 방사성폐기장 시설에 대한 시급성이나 시설 부족에 대한 충분한 홍보 및 공론화 등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기회마저 잃게 만든다. 1995년 이후의 본격적인 지방자치제 실시로 인해 국민들의 민주의식과 참여의식은 어느 정도 함양되었으나 정책 추진에 있어 비민주적이고 하향적이며, 밀어붙이기 식의 행정관행은 여전히 국책사업의 추진에서 갈등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략) 방폐장 부지 선정을 추진하는 사업자와 정부는 내부적으로는 잠정적인 보상 방안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큰 틀에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보상 방법에 대한 설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중략) 방폐장처럼 지역주민들이 느끼는 ‘비용과 편익의 괴리’와 이에 부담해야 할 재산권 피해, 환경 위험은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며, 더욱 정교한 보상 방안이 설계되어야 한다. 그러나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일선에서는 현금 보상을 언급하여 현금 보상에 대한 지역주민의 기대심리를 높여 놓았고, 상위 수준에서는 현금 보상 불가 방침을 결정하는 등 일관되지 못한 보상 방침은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홍엽 외, <공공갈등> 56~57쪽 (라) 공공갈등은 사적 개인 또는 집단 사이에서 발생하는 민민갈등과는 다른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먼저 갈등의 당사자와 관련해서 공공갈등이 갖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해당사자 자체가 특정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공공갈등의 경우,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는 집단이 크고 다양할 뿐만 아니라 여기에 간접적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당사자의 범위는 전체 국민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의약분업을 둘러싼 갈등에서 가장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는 의사 집단과 약사 집단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분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일반 국민들의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민 대다수가 당사자가 될 수 있다. 환경 문제를 주된 쟁점으로 하는 공공갈등의 경우는 이해당사자의 범위가 국경을 넘어 확대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공공갈등의 예방과 해결에 있어서는 당사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 그리고 다양한 당사자들에게 동일한 당사자 지위를 부여할 것인가가 까다로운 문제로 등장하기 쉽다. 다음으로 갈등 원인과 관련해서 공공갈등이 갖는 특징으로는 그 원인이 복합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시행하는 공공사업을 둘러싼 갈등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듯이, 상충된 이해관계와 가치가 모두 갈등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한편에서는 이익갈등이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가치갈등이 된다. 또한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천성산 관통터널공사를 둘러싼 갈등에서 볼 수 있듯이, 대립된 전문적 견해가 추가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새만금 간척사업 관련 갈등에서는 갯벌의 가치, 갯벌의 생성 가능성, 수질 유지의 가능성을 둘러싼 견해 차이가 갈등의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고, 천성산 관통터널공사 관련 갈등에서는 지하수와 지질에 대한 견해의 차이가 한 가지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점에서 이들 갈등은 정보갈등의 성격을 갖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공공갈등의 경우, 정보의 불충분한 공개와 절차의 불완전한 이행도 갈등의 원인이 된다. 결국 공공갈등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되는 복합갈등의 성격을 띠게 된다.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공공갈등관리의 이론과 기법> 40~41쪽 (마) 생각을 조금만 돌려보면, 님비는 우리 일상에서 쉽게 관찰되는 자연스런 사회 현상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경기 하남의 경우에서 보듯 광역 화장장을 지어 생기는 편익은 경기도 전체로 분산되는 데 반해, 그로 인한 교통혼잡·소음·지역 이미지 손상 등의 비용은 하남 주민들에게 집중된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으로 손해를 입는 사람이 이에 저항하는 것은 당연한 시민적 권리다. 그래서 경제학에서는 편익을 얻는 전체 구성원들이 피해를 보는 지역 사람들에게 ‘비용-편익’만큼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가르친다. 배귀희 한국행정연구원 협력·갈등관리연구단 단장은 “님비가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집단의 이익을 희생시키라는 주장으로 들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남의 예에서 보듯 모든 사람들이 자기 마을에 화장장 설치를 원하지 않는다면, 결국 경기도에는 화장장이 들어설 수 없게 되고 그 피해는 경기도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는 서울시와 서초구 원지동 주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2000년부터 8년째 해결을 못 보고 있는 원지동 추모공원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루 처리 능력이 69구에 불과한 서울시립 벽제 화장장은 매일 80구 넘는 주검을 처리하고 있고, 그마저 모자라 서울에서 숨진 사람들은 화장장 밖에서 밤을 새워 차례를 기다리거나 지방으로 가야 한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집단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도덕적으로 꺼림칙한 느낌 때문에 사람들은 님비에 가까운 주장을 펴면서도 자신들은 님비가 아니라고 강변하게 된다. (중략)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님비’라는 사회 현상이나, 님비이면서 님비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것은 꾸준한 토론과 협상을 거쳐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피곤해하는 행정권력이다. 민주주의는 고도의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보다 평균적 지식을 가진 시민 다수가 옳다고 생각하는 쪽을 선택하는 게 장기적으로 사회 공동체에 이로울 것이라고 믿는 신념 체계다. 배귀희 단장은 “공공 갈등에 맞닥뜨린 행정기관은 궁극적 해결책은 사업의 강행보다는 설득이고, 설득이 안 되면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한겨레21> 2007년 7월 5일치, 제667호
그러나 위도방폐장유치위원회의 유치 청원, 지역 발전 등을 근거로 7월 11일 오전 9시 30분 경에 부안군수가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유치 선언을 전격 발표함으로서 분위기는 급반전되었다. 부안군수가 유치 선언을 발표하자 부안군의회는 같은 날 임시회를 개최했고, 비공개회의로 위도 주민이 낸 ‘원전수거물관리시설유치신청’ 청원의 건을 다뤘는데, 출석의원 12명 중 찬성 5표, 반대 7표로 부결되었다. 부안군의회에서 방폐장 유치 청원의 건이 부결되었음에도 부안군수가 7월 14일 산업자원부에 ‘원전수거물관리시설유치신청서’를 제출함으로써 방폐장 유치를 둘러싼 부안 지역 갈등의 서막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7월 21일에 부안군의회는 부안군수 사퇴 권고 결의안을 의결했으며, 지역주민들은 방폐장 유치 반대를 위해 촛불 시위, 등교 거부, 해상 시위, 고속도로 점거 등 다양한 집단 행동을 벌였다. 그리고 부안 지역의 갈등도 부안군과 지역주민 간, 위도 지역주민과 부안군 지역주민 간, 지역주민과 정부 간 등 여러 형태로 전개되어나갔다. 부안군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입지를 둘러싼 갈등은 부안 지역뿐만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홍역을 치를 정도의 어마어마한 갈등을 겪었다. 이 갈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기존의 부지 선정 절차가 포기되고 새로운 부지 선정 절차가 마련되기도 했는데, 새로운 절차에 따라서 예비신청지역으로 간주되었던 부안 지역이 마감 날인 2004년 11월 30일까지 신청하지 않아 원전센터 건설후보지로서 법적 자격이 종료됐다. -박홍엽 외, <공공갈등> 24~28쪽에서 발췌 (나) 정부가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원전센터) 터 선정 작업의 사실상 백지화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7월부터 14개월간 찬반의 회오리 속에 휘말렸던 전북 부안지역에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 찬성·반대 단체 사이에 손해배상과 책임자 처벌 등을 둘러싸고 한차례 격렬한 갈등이 빚어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핵폐기장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는 지난 16일 집회를 열어 주민의사를 무시하고 원전센터 유치를 강행한 부안군수의 퇴진을 촉구했다. 고영조 대변인은 “정부 결정은 정책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민심 수습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명확한 백지화 선언이 있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단체인 강한전북일등도민 운동추진협의회 등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처사로 만신창이가 된 전북도와 부안군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따졌다. 강현욱 전북지사는 “지난 2월 주민투표로 해결하겠다고 발표한 정부가 정책을 바꿔 갈등만 야기했다”며 “모든 책임을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종규 부안군수도 “부안에 주민투표가 어렵다고 단정한 것은 잘못된 판단으로, 다시 운동화 끈을 매고 줄달음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경찰청은 ‘부안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말까지 42명을 구속하고, 97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95명을 즉심에 넘긴 것으로 집계했다. -박임근 기자, <한겨레> 2004년 9월 17일치 (다) 부안 방폐장 선정 과정에서 갈등을 유발한 근본적인 요인은 부지 선정 과정에서 의견 수렴과 적법 절차를 소홀히 하였다는 점이다. 결국 절차적 합리성이 결여되어 부안군수의 행위는 정당성을 잃었고, 부안군의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입지 반대 지역주민들은 이를 근거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다. 행정행위를 하는 데 지켜야 할 적법 절차를 준수해야 함에도 부안군수는 이를 소홀히 했고, 이것은 이 사례에서 갈등의 근인을 제공했다. 방사성폐기물처분장에 대한 가치가 다르고, 이에 따른 이해관계가 다를지라도 대화와 협상과 토론은 가능하다. 그러나 부안군의회가 이미 부결시킨 유치 청원을 부안군수가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과 같이 지켜야 할 적법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 대화의 단절, 협의의 단절, 불신 등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처럼 민주적이지 못한 과정의 문제는 방사성폐기장 시설에 대한 시급성이나 시설 부족에 대한 충분한 홍보 및 공론화 등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기회마저 잃게 만든다. 1995년 이후의 본격적인 지방자치제 실시로 인해 국민들의 민주의식과 참여의식은 어느 정도 함양되었으나 정책 추진에 있어 비민주적이고 하향적이며, 밀어붙이기 식의 행정관행은 여전히 국책사업의 추진에서 갈등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략) 방폐장 부지 선정을 추진하는 사업자와 정부는 내부적으로는 잠정적인 보상 방안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큰 틀에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보상 방법에 대한 설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중략) 방폐장처럼 지역주민들이 느끼는 ‘비용과 편익의 괴리’와 이에 부담해야 할 재산권 피해, 환경 위험은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며, 더욱 정교한 보상 방안이 설계되어야 한다. 그러나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일선에서는 현금 보상을 언급하여 현금 보상에 대한 지역주민의 기대심리를 높여 놓았고, 상위 수준에서는 현금 보상 불가 방침을 결정하는 등 일관되지 못한 보상 방침은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홍엽 외, <공공갈등> 56~57쪽 (라) 공공갈등은 사적 개인 또는 집단 사이에서 발생하는 민민갈등과는 다른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먼저 갈등의 당사자와 관련해서 공공갈등이 갖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해당사자 자체가 특정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공공갈등의 경우,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는 집단이 크고 다양할 뿐만 아니라 여기에 간접적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당사자의 범위는 전체 국민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의약분업을 둘러싼 갈등에서 가장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는 의사 집단과 약사 집단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분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일반 국민들의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민 대다수가 당사자가 될 수 있다. 환경 문제를 주된 쟁점으로 하는 공공갈등의 경우는 이해당사자의 범위가 국경을 넘어 확대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공공갈등의 예방과 해결에 있어서는 당사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 그리고 다양한 당사자들에게 동일한 당사자 지위를 부여할 것인가가 까다로운 문제로 등장하기 쉽다. 다음으로 갈등 원인과 관련해서 공공갈등이 갖는 특징으로는 그 원인이 복합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시행하는 공공사업을 둘러싼 갈등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듯이, 상충된 이해관계와 가치가 모두 갈등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한편에서는 이익갈등이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가치갈등이 된다. 또한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천성산 관통터널공사를 둘러싼 갈등에서 볼 수 있듯이, 대립된 전문적 견해가 추가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새만금 간척사업 관련 갈등에서는 갯벌의 가치, 갯벌의 생성 가능성, 수질 유지의 가능성을 둘러싼 견해 차이가 갈등의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고, 천성산 관통터널공사 관련 갈등에서는 지하수와 지질에 대한 견해의 차이가 한 가지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점에서 이들 갈등은 정보갈등의 성격을 갖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공공갈등의 경우, 정보의 불충분한 공개와 절차의 불완전한 이행도 갈등의 원인이 된다. 결국 공공갈등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되는 복합갈등의 성격을 띠게 된다.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공공갈등관리의 이론과 기법> 40~41쪽 (마) 생각을 조금만 돌려보면, 님비는 우리 일상에서 쉽게 관찰되는 자연스런 사회 현상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경기 하남의 경우에서 보듯 광역 화장장을 지어 생기는 편익은 경기도 전체로 분산되는 데 반해, 그로 인한 교통혼잡·소음·지역 이미지 손상 등의 비용은 하남 주민들에게 집중된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으로 손해를 입는 사람이 이에 저항하는 것은 당연한 시민적 권리다. 그래서 경제학에서는 편익을 얻는 전체 구성원들이 피해를 보는 지역 사람들에게 ‘비용-편익’만큼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가르친다. 배귀희 한국행정연구원 협력·갈등관리연구단 단장은 “님비가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집단의 이익을 희생시키라는 주장으로 들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남의 예에서 보듯 모든 사람들이 자기 마을에 화장장 설치를 원하지 않는다면, 결국 경기도에는 화장장이 들어설 수 없게 되고 그 피해는 경기도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는 서울시와 서초구 원지동 주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2000년부터 8년째 해결을 못 보고 있는 원지동 추모공원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루 처리 능력이 69구에 불과한 서울시립 벽제 화장장은 매일 80구 넘는 주검을 처리하고 있고, 그마저 모자라 서울에서 숨진 사람들은 화장장 밖에서 밤을 새워 차례를 기다리거나 지방으로 가야 한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집단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도덕적으로 꺼림칙한 느낌 때문에 사람들은 님비에 가까운 주장을 펴면서도 자신들은 님비가 아니라고 강변하게 된다. (중략)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님비’라는 사회 현상이나, 님비이면서 님비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것은 꾸준한 토론과 협상을 거쳐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피곤해하는 행정권력이다. 민주주의는 고도의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보다 평균적 지식을 가진 시민 다수가 옳다고 생각하는 쪽을 선택하는 게 장기적으로 사회 공동체에 이로울 것이라고 믿는 신념 체계다. 배귀희 단장은 “공공 갈등에 맞닥뜨린 행정기관은 궁극적 해결책은 사업의 강행보다는 설득이고, 설득이 안 되면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한겨레21> 2007년 7월 5일치, 제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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