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놀이학교 대표 권완상씨가 ‘놀이와 생태’ 방과후 교실에 참여한 어린이에게 굴렁쇠 굴리는 법을 알려 주고 있다.
[교실 밖 교실] 공주 산골놀이학교 방과후교실
도시 아이들에 흙 만질 기회 주고
동식물 관찰에 전래놀이 체험도
“계절 변화 느끼며 감성 키우죠”
도시 아이들에 흙 만질 기회 주고
동식물 관찰에 전래놀이 체험도
“계절 변화 느끼며 감성 키우죠”
아이들의 본성은 자연을 닮았다고 했던가? 차에서 내린 아이들은 앞다퉈 흙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흙을 그릇에 담아가며 소꿉놀이를 하는가 하면 물을 부어가며 흙반죽을 만들기도 했다. 아예 흙 속에서 뒹구는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강아지와 토끼에게 먹이를 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 14일 오후 충남 공주 계룡산 자락의 산골놀이학교. ‘놀이와 생태’ 방과후 교실 유아 모둠의 첫 수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처음 보는 얼굴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어울려 놀면서 금세 하나가 됐다. “자연과 놀이, 아이가 어우러지면 그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그림”이라는 놀이학교 대표 권완상(45)씨의 말을 실감케 했다.
‘놀이와 생태’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이른 봄부터 한겨울에 걸쳐 절기와 계절 변화를 따라가며 긴 흐름으로 진행된다. 1년 동안 일주일에 하루씩 정해진 요일에 놀이학교를 찾아와 3시간 가량 놀다 간다. 화·목요일에는 초등학생 모둠의 수업이, 월·금요일에는 4~7살 유아 모둠의 수업이 이뤄진다. 주로 인근 대전 유성구의 아파트 밀집 지역에 사는 아이들이다. 권씨는 “여기라도 오지 않으면 평소 흙을 밟고 뛰어다니거나 흙을 만지며 놀 기회가 거의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서의 활동은 ‘놀이’와 ‘생태’를 양 축으로 삼는다. 맨발로 물이 고여 있는 논에 들어가 개구리 알과 올챙이를 관찰하고, 산과 들을 걸으며 들꽃과 곤충을 살펴보기도 한다. 언덕 위에서 염소와 닭, 오리 같은 동물들도 만난다. 들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거나, 개구리·풀벌레 우는 소리 등 주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초겨울에는 땔감을 구하러 산에 다녀오고 장작도 패 본다. 1년 내내 계절의 흐름을 따라 텃밭에서 제철 채소를 기른다.
놀이학교 바깥마당과 ‘언덕 위의 너른 들판’이라고 하는 널찍한 들판은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놀이터다. 바깥마당 곳곳에는 널뛰기, 투호, 망줍기 등 전래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네도 아파트 놀이터의 인공 조형물 형태가 아니라, 높은 나무에 긴 줄로 발판을 매달아 놓은 전통 그네를 두 개나 만들어 놨다. 들판에서는 굴렁쇠를 굴리거나 대나무로 만든 활을 쏴 보기도 한다. 대나무 물총, 앉은뱅이 썰매, 윷, 대나무 활 등 자연물 놀잇감도 만든다.
이름은 ‘학교’지만, 이곳의 아이들은 꽉 짜인진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아이들의 놀이 욕구에 맞춰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일정이 돌아간다. 권씨는 이곳에서 ‘선생님’이 아니라 ‘골목대장’이라고 불린다. 실제 골목대장처럼 아이들을 몰고 다니며 함께 논다.
주중에 하루씩 노는 것 이외에 여름·겨울방학에는 1박2일 동안 캠프를 연다. 여름 야영캠프 때는 원두막에 모기장을 치거나 마당에 텐트를 치고 잔다. 봄과 가을에는 각각 토요일 하루씩을 ‘종일 노는 날’로 정해 아침부터 밤까지 놀고, 방과후 교실에 참여하는 모든 가족이 참여하는 가족놀이마당도 두 차례 연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대전에서도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지역에 산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서너 군데씩 학원을 다니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팽배한 곳이다. 남들은 ‘학원 뺑뺑이’ 돌리는 시간에 일부러 이곳까지 아이를 데려와서 실컷 놀리는 이유는 뭘까? 아이를 2년째 ‘놀이와 생태’ 방과후 교실에 보내고 있는 김은주(42)씨는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 자연에서 실컷 놀았던 기억이 나중에 커서도 힘들 때마다 큰 도움이 됐다”며 “우리 아이에게도 그런 경험을 물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성심(36)씨는 “아파트에 살다 보니 아이가 집 밖에 나가도 흙을 만지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놀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고 했다. 송정선(41)씨는 “어린 시절에는 자연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감성을 키우는 것이 공부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놀이학교에서는 방과후 교실 이외에, 여름·겨울방학 때는 2박3일, 3박4일 일정의 계절학교를 열고, 봄·가을에는 1박2일 동안 놀이마당을 연다. 단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1박2일·2박3일 일정의 캠프와 4~5시간 정도 와서 놀다 가는 현장학습도 수시로 진행한다. 공주/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아이들이 놀이학교 바깥마당에서 토끼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놀이학교에서는 방과후 교실 이외에, 여름·겨울방학 때는 2박3일, 3박4일 일정의 계절학교를 열고, 봄·가을에는 1박2일 동안 놀이마당을 연다. 단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1박2일·2박3일 일정의 캠프와 4~5시간 정도 와서 놀다 가는 현장학습도 수시로 진행한다. 공주/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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