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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교이동 잦고 입시설명회 참석도 자기돈으로

등록 2008-03-30 17:54

지난해 유니드림이 열었던 ‘전국 진학담당교사 대상 수시모집 입시설명회’에는 1250명의 교사들이 모였다. 이처럼 진학지도에 대한 관심과 열의를 가진 교사들이 많지만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 유니드림 제공.
지난해 유니드림이 열었던 ‘전국 진학담당교사 대상 수시모집 입시설명회’에는 1250명의 교사들이 모였다. 이처럼 진학지도에 대한 관심과 열의를 가진 교사들이 많지만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 유니드림 제공.
학교장의 과감한 지원과 리더십 뒤따라야
수시전형 확대는 사설기관보다 교사가 유리
커버스토리 / 교사들 진학지도 왜 어렵나

모든 고교가 입시에 사활을 걸지만 입시철이 되면 적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가 30분에 수십만원을 내야 하는 사설입시기관의 문을 두드린다. 대전진학협의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동춘 교사(대전 대성고)는 “진학지도나 입시상담에서 공교육은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를 실망시키는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왜 교사들은 입시에 전문성을 얻기 어려운 걸까.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처럼 정말 그들이 무심하고 나태한 탓일까?

우선 교사들이 놓인 교육 여건이 개인적인 노력을 무색게 하는 일이 많다. 강원도의 최아무개 교사는 몇 해 전에 근처 11개 학교를 묶어 입시 결과를 공유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시도는 열매를 맺지 못했다. “국공립 학교가 많은 강원도는 교사 발령이 잦아 입시 결과를 쌓을 수가 없다”며 “교사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모임을 유지하는 것도 지역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진학지도의 ‘생명’과도 같은 입시 정보를 구하느라 대도시에서 열리는 입시설명회를 쫓아다니는 것도 한두 해면 지치고 만다. 최 교사는 “출장비가 나올 때도 있지만 대개는 개인적인 비용을 들여 다녀온다”고 했다.

날로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입시제도는 교사들의 개별적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한다. 김미숙 한국교육개발원 입시제도 연구실장은 “대학이 점수로 한 줄 세우기를 해서 학생들을 뽑았던 과거에는 차라리 진학지도가 단순하고 쉬웠다”며 “대학이 다양한 전형요소를 활용해 학생을 여러 줄 세워 뽑으면서 입시 정보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교사들에게 요구되는 입시에 대한 지식이 늘수록 보조를 못 맞추는 교사들이 더욱 소외된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이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수시 전형이 확대되고 학생에 대한 질적 평가가 강화되는 입시제도의 변화는 공교육 교사들에게 ‘기회’라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박권우 숭덕여고 입시전략부장은 “수시가 모집정원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수시와 정시를 통으로 보는 입시전문가가 필요한데 재수생을 끼고 있는 사설입시기관은 여전히 수능을 강조하는 정시 편향”이라고 했다.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특색 있는 전형과 선발 방법을 고민하는 대학자율화 시대에는 일상적인 상담을 통해 풍부한 사례를 쌓을 수 있는 공교육 교사들이 유리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김동춘 교사와 박권우 교사 등이 운영자로 있는 ‘입시바라지’(www.baraji.co.kr)에는 정시와 수시를 합쳐 모두 20만 건의 ‘2007학년도 대학별 합격 사례’가 올라 있다. 각 대학 합격생들의 내신, 수능 등급이 모조리 공개된다. 사설 입시기관도 탐내는 정보다. 김동춘 교사는 “지금 2008학년도 입시 결과를 정리하고 있는데 사설 입시기관들이 먼저 볼까봐 자료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정리된 정시 합격 사례만 14만여 건에 이른다.

물론 공교육 교사들에게 진학지도와 관련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김동춘 교사는 “3학년 담임이 곧 진학지도 교사라는 등식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할 일을 뚜렷이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진학지도 교사는 그해 입시제도의 변화를 연구하고 전략을 세우며 3학년 담임들이 학생들과 상담을 할 때 필요한 자료를 가공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학교장의 결단과 리더십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김동춘 교사는 담임도 맡지 않고 3학년 수업도 하지 않는다. 그가 있는 대전 대성고는 올해 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진학지도실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모든 게 학교장의 결단으로 추진되는 일이다. 올해 입시전략부를 새로 만든 홍배식 숭덕여고 교장은 “관리자로서의 학교장은 열심히 하는 교사들의 노력이 성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교사를 믿고 아낌없이 지원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교사들 위주로 이뤄져 온 진학지도를 학교에 시스템화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미숙 실장은 “대입 준비과정에서 학생들의 학교 의존도가 높은 학교를 조사했더니 교사의 구실이 매우 중요한 변수였다”며 “교사들의 진학지도 전문성을 키우는 일은 공교육 정상화에도 기여할 것이다”라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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