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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잠재력’으로도 대학 간다?

등록 2008-04-06 16:46

입학사정관은 학생의 잠재력을 ‘발굴’하는 사람이다. 가정환경, 특기, 인성,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심층면접과 현장조사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사진은 대학의 수시모집 면접고사를 치르는 학생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입학사정관은 학생의 잠재력을 ‘발굴’하는 사람이다. 가정환경, 특기, 인성,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심층면접과 현장조사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사진은 대학의 수시모집 면접고사를 치르는 학생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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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실시하는 ‘입학사정관제’

대학 가는 길이 또 하나 늘었다. 2009학년도 입시에 처음 등장한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길이다. 그러나 길잡이가 마땅치 않다.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입학사정관제의 ‘모호한 실체’를 묻는 글이 꽤 올라온다. “문학 백일장에서 입상하고 희곡 시나리오 써서 당선된 적이 있어. 이 정도로 입학사정관제에 지원할 수 있을까? 대체 어떻게 들어가는 거야? 학생부는 아예 안 들어가는 거야? 면접 잘 보고 서류만 잘 내면 되는 거야? ”(‘수만휘’ 게시판에서)

입학사정관제는 2004년 10월 발표된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으로 개선안을 구상한 이인규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사무총장은 “21세기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점수로 줄 세워 학생을 선발하는 ‘정량평가’가 아닌 질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도입된 것”이라고 했다. 입학사정관은 이처럼 점수가 감춘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한다.


잠재력을 보기 위해 입학사정관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성장배경이 그 가운데 하나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ㄱ학생과 ㄴ학생 모두 90점을 받았다. ㄱ학생은 농어촌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ㄴ학생은 서울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면 입학사정관은 ㄱ학생이 더 큰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학생이 지닌 잠재력의 전공 관련성도 중요하다. 중앙대 입학처 관계자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 전공과 관련된 특기나 적성이 있어야 ‘쓸모 있는’ 잠재력으로 인정받는다”며 “외국어 능력이 뛰어나도 자연계열에 지원하면 떨어진다”고 했다. 지난해 입학사정관이 참여했던 ‘21세기 다빈치 전형’에서는 외고와 과고를 나온 학생들도 떨어졌다고 한다.

입학사정관들은 보이지 않는 잠재력을 어떻게 검증할까? 입학사정관은 ‘정성평가’를 활용한다. 김수연 가톨릭대 입학사정연구실장은 “ㄱ학생은 영어 1등급, ㄴ학생은 영어 2등급이다. 그런데 ㄱ학생은 영어 관련 수상경력이나 동아리활동 경험이 없는 반면 ㄴ학생은 영어말하기대회에서도 수상하고 영어토론 동아리 활동 경험도 있다. 정량평가를 하면 ㄱ학생이 뽑히지만 정성평가를 하면 ㄴ학생이 뽑힌다”고 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성적을 입력해 순위를 매기는 기왕의 방법은 ‘정량평가’다.

“창의적 인재 뽑으려면 질적 평가 중요”
‘결과보단 과정’ 성장배경이 큰 변수로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정성평가의 성격 때문에 직접 학생을 찾아다니며 교육 환경을 확인하는 입학사정관도 있다. 대안학교 전형 심사에 참여하는 인하대 입학사정관은 지금 전국 21개 특성화 대안학교를 ‘순방’하는 중이다. 그는 “대안학교는 저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학생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일일이 학교를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봐야 한다”고 했다.

지원서류가 많고 전형과정에서 심층면접을 하는 것도 학생을 다면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가톨릭대는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학생들에 대해 2차로 인터뷰와 토론면접을 한다. 김수연 실장은 “똑같이 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나갔더라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민을 한 학생과 요식적인 행위에 그친 학생은 인터뷰를 통해서 거를 수 있다”며 “토론면접으로는 타인과 관계 맺는 능력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과 특기자 전형의 차이점이 여기 있다. 특기자 전형 역시 특정 분야에 소질 있는 학생의 잠재력을 보지만 지원자격에 그칠 뿐, 전형과정에서는 성적이 평가의 요소가 된다. 성균관대 입학처 관계자는 “과거에도 리더십 전형이 있었지만 그때는 학생회 임원 경력이 지원자격일 뿐이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임원이 된 뒤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능력을 쌓았는지 내용을 면밀하게 따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은 학생 평가와 선발에 상당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가톨릭대는 지난해 5명의 입학사정관을 채용했다. 21명의 교수가 입학사정관으로 임명되는 서울대를 빼고는 가장 많은 수다. 박사 1명, 석사 3명, 학사 1명으로 구성됐다. 모두 교육학 전공자다. 김수연 실장(교육학 박사)은 교육심리 전공으로 상담 경력이 15년이다. 가톨릭대는 5명의 입학사정관이 일하는 입학사정연구실을 따로 만들었다. ‘전문가’ 양성을 위해 학교는 따로 예산을 마련하고 입시 분석에 필요한 ‘사회조사분석 프로그램’(SPSS) 연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오해하지 말아야 할 대목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이라고 해도 수능이나 내신의 교과성적이 완전히 무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특기나 적성을 계발할 기회가 전무하다시피 한 우리나라에서 점수화된 성적은 학생의 잠재력을 어느 정도는 설명한다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임진택 입학사정관은 “과거에 비슷한 전형을 실시한 결과를 분석해 보면 특정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학업 성적이 지나치게 안 좋은 학생들은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며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학업 성적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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