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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0교시·강제보충·우열반 ‘우려가 현실로’

등록 2008-06-03 14:46수정 2008-06-03 16:31

교육과학기술부의 ‘4·15 학교 자율화 조처’ 이후 일선 학교에서 경쟁과 입시 위주의 교육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소년들이 학교 자율화 조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교육과학기술부의 ‘4·15 학교 자율화 조처’ 이후 일선 학교에서 경쟁과 입시 위주의 교육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소년들이 학교 자율화 조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4·15 학교자율화’ 그후
교육청 말로만 ‘금지’에 일선학교 버젓이 ‘확산’
사설고사도 우후죽순
이명박 정부가 3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4·15 학교 자율화 조처’로 표면화했다. 0교시와 심야 보충수업, 우열반 등에 대한 규제를 푼 이 조처는 중·고교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큰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자율화 조처가 시행된 뒤 학교 현장이 어떤 변화를 맞고 있는지 점검해 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4월15일 ‘학교 자율화 조처’를 발표한 뒤 0교시와 강제 보충수업, 수준별 수업을 가장한 우열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은 0교시 등을 금지한다고 밝혔지만, 일선 학교에선 자율화 분위기에 편승해 공공연하게 지침을 어기고 있다.

대구지역은 자율화 조처 이후 0교시를 하는 학교가 크게 늘었다. 이 지역 ㄱ여고, ㅇ고, ㄷ고 등은 오전 7~8시 사이에 등교한 뒤 1~2시간씩 강제 보충수업을 한다. 고교뿐 아니라 ㄷ중, ㅅ중, ㅂ중 등도 0교시 대열에 합류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자율화 조처 이후에도 0교시는 계속 금지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이 지역 한 고교 교사는 “우리 학교는 7시30분에 등교하기 때문에 0교시뿐 아니라 ‘-1교시’까지 운영하고 있다”며 “교육청이 겉으로는 0교시를 금지한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인 행·재정적 제재를 하지 않는 등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지역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의 조사 결과 48개 사립고 가운데 27개교가 0교시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나 교육청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모든 시·도교육청이 반대 방침을 밝혔던 우열반도 수준별 이동수업을 가장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ㅇ고, ㅇ여고 등 7곳이 아예 정규수업을 따로 하는 ‘우수반’을 꾸렸으며, 이 가운데 일부 고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만 최신식 시설을 갖춘 ‘특별실’ 사용 권한을 주고 있다.

대구·인천·광주 등은 전교 석차에 따라 ‘심화반’이라는 이름으로 보충수업·자율학습·0교시를 따로 실시해, 변형된 형태의 우열반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가 이 지역 14개 고교를 조사한 결과, 13곳에서 ‘심화반’을 꾸리고 있으며 과목과 상관없이 전체 석차를 통해 반을 나눈 곳도 9곳이나 됐다. 특히 ㅇ고는 공립임에도 특별반을 꾸렸으며, ㅅ고의 경우에는 심화반 학생들에게 천장형 에어컨과 칸막이형 책상, 공기청정기 등 특별시설을 마련해줬다. 광주에서도 ㅇ고·ㅅ고 등 절반 이상의 학교에서 심화반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설 모의고사에 대한 고삐가 풀리면서 시험을 치르는 학교도 대폭 늘었다. 자율화 조처로 대부분의 시·도에서 금지 지침이 폐지된 뒤 처음으로 치러진 5월23일 모의고사에는 전국에서 고교 3학년생 15만명, 1·2학년생 22만명이 응시했다. 각 사설 모의고사 업체들은 “응시생이 지난해에 견줘 30~50%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의고사를 치를 때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지침은 지켜지지 않았다. 전교조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충북지역의 경우 조사 대상 10개 학교 가운데 학운위 심의를 거친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대표는 “학운위의 권한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지침만 폐지하는 것은 사실상 학교장 마음대로 하라는 말과 같다”며 “교육당국이 나서 모의고사 업체에 한 번에 수십억원씩 수익을 안겨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부교재 선정을 둘러싼 잡음도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윤숙자 회장은 “그동안 어렵사리 이뤄냈던 학교 자치의 성과들이 학교 자율화를 계기로 물거품이 되고 있다”며 “어린 학생들을 경쟁과 입시위주 교육으로 몰아넣는 이번 정책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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