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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정권 입맛따라 ‘역사교과서 널뛰기’ 우려

등록 2008-09-09 19:28

검정교과서 채택 절차
검정교과서 채택 절차
교육감 “이념편향 교과서 불채택” 파장
전국 16개 시·도교육감들이 8일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특정 교과서에 대한 ‘불매’를 공언한 데 대해, 일선 교사들과 역사교육 관련 단체들은 “정부에 이어 교육감들까지 나서 ‘입맛에 맞는 역사’만을 강요하려 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교사들은 교육과학기술부에 견줘 교육감들은 학교 현장에 훨씬 크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교과서 채택의 자율성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일부학교 교장 벌써 교과서 채택 재검토 지시
“학교 자율성 무시·집필자 자기검열 강화” 반발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교장이 근현대사 교과서 채택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벌써부터 교육감들의 발언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구 ㅅ여고 안아무개 교사는 “어제 교감 선생님이 각 출판사들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찾더니 오늘은 역사담당 교사들을 모이게 해, ‘6종의 교과서를 다시 검토해 보고 이미 채택한 금성출판사 교과서에 대해서는 재고하라’고 요청했다”며 “여론몰이를 통해 학교 현장의 역사교육을 편향적으로 이끌도록 교사들에게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사들은 또 과목 담당 교사들의 모임인 교과협의회가 결정한 사항을 명확한 근거도 없이 뒤집는 것은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ㅌ고 김아무개 교사는 “교육 현장과 가장 가까운 전문가인 교사들이 적법한 절차를 밟아 선정한 교과서를 바꾸라는 것은 교사들의 권위와 절차적 정당성을 모두 무시하는 것”이라며 “이는 교육감들이 입이 마르게 주장한 ‘학교 자율화’에도 역행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윤종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이제껏 금성출판사 교과서의 채택률이 높았던 것은 교재로서의 완성도가 높다는 교사들의 판단에 따른 것인데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사의 판단이나 권한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내년 1학기 교과서 주문이 다 끝난 상황에서 억지로 교과서를 교체하려 할 경우 학생들도 혼란스러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과서 집필자들은 교과부 장관에 이어 교육감들까지 나서 특정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집필자들의 ‘자기 검열’이 강화돼 집필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고 다양한 교과서의 발간을 막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집필한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학과)는 “교과부가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만든 여러 단계의 통제장치로도 자기들 의도에 맞지 않는 교과서가 걸러지지 않자 교육감들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집필자들은 정부의 역사관을 고려해 스스로 사전 검열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양한 관점을 가진 교과서의 출현을 방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운동단체들은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어야 할 교육계가 정권의 ‘코드’에 맞춰 휘둘리는 것을 경계했다. 천희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장은 “교육감들의 교과서 선정 개입은 지방교육자치 관련 법률에도 없는 초법적인 일”이라며“교육의 중립성을 외쳤던 교육감들이 스스로 권력과 발을 맞추다면 앞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 교과서가 널을 뛰듯 바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선희 정민영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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