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교육위원회가 ‘특성화중학교(국제중) 지정 동의안’ 재심의에 들어간 30일 낮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찬반 시위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국제중 설립안 가결]
교육청 간부, 교육감 지시로 위원들에 수차례 전화
입학전형 타당성 등 놓고 사회적 혼란 계속될 듯
교육청 간부, 교육감 지시로 위원들에 수차례 전화
입학전형 타당성 등 놓고 사회적 혼란 계속될 듯
서울시교육위원회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제중 설립 동의안’을 결국 표결 처리함으로써 내년 3월 국제중 개교가 현실화됐다. 그러나 애초 “사회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국제중 동의안을 보류시켰던 시교위가 보름만에 입장을 바꾼 데 대해 교육시민단체들은 “자기 부정을 하는 꼴”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설립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또 지난 15일 국제중 동의안 상정 직전에 공정택 교육감이 한 시교위원과 만나 ‘동의안 보류’에 합의를 하고도 하룻만에 국제중을 강행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 시교위 입장 바꾼 이유는= 시교위가 보름만에 국제중 동의안을 전격 처리한 것은 공 교육감의 강력한 의지에 밀린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실제로 시교육청 양종만 교육지원국장은 이날 동위심사소위원회에 출석해 “공 교육감 지시로 위원들에게 수차례씩 전화를 걸었다”고 인정했다.
공 교육감이 선거자금 문제로 국정감사에서 호된 질책을 당하고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궁지에 몰렸지만, 유죄 판결을 받을 만한 결정적 단서가 드러나지 않은 점도 교육위원들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부영 위원은 “공 교육감이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자 ‘친 공정택’ 성향 위원들이 동의안에 힘을 실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인종 위원은 입장이 바뀐 이유에 대해“교육청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더이상 반대할 경우 학생들의 피해만 우려된다”는 다소 궁색한 변명을 했다.
그러나 시교위가 보름만에 결정을 번복한 것은 사회적 혼란만을 가중시킨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많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시교위가 결국 서울시민들을 우롱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애초 입장을 뒤집은 명확한 이유를 한 가지도 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졸속 추진에 갈등은 여전= 국제중 찬성 의견이 다수였던 시교위가 애초 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시교육청과 사전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최홍이 위원은 이날 동의심사소위 회의에서 “지난 15일 공정택 교육감을 찾아가 ‘시교위가 동의안 처리를 보류하면 교육청도 이를 받아들이라’고 권고했고, 이에 공 교육감도 동의했다”며“공 교육감이 하룻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윗선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러나 양종만 국장은 “그런 합의를 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국제중은 예정대로 내년 3월 문을 열겠지만 사교육비와 국제중 주변 학생들의 원거리 통학문제, 입학전형안의 타당성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해, 국제중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을 견제해야 할 시교위가 앞으로 교육청의 의도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위원은 “이번 회기를 시작하며 시교위가‘교육청을 제대로 견제하자’는 결의서까지 채택했지만 결국 무력감만을 드러냈다”며 “앞으로도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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