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 “고교등급제·본고사 자율로 둬도 혼란 없을 것”
4년제 대학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핵심 인사가 ‘3불정책(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폐지’를 공개리에 내비쳐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그의 발언은 지난 21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3불정책의 단계적 폐지 검토”를 밝힌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대교협이 3불 폐지를 위한 본격적인 수순 밟기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교협의 박종렬 사무총장은 30일 2010학년도 대입전형 주요사항을 발표하면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기여입학제 도입은 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문제는 대학 자율로 둬도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들의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실시를 사실상 제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박 사무총장은 특히 고교등급제와 관련해 “서울에서 2010학년도부터 고교선택제가 시행되는데, 이 제도로 진학한 아이들이 대입을 치르는 2012년 즈음에는 자연스럽게 ‘고교등급제 금지’ 방침이 무너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교협은 ‘3불폐지’와 관련해 협의회 산하 대입전형실무위원회 안에 태스크포스팀을 꾸렸으며, 내년 1월15일 열리는 대교협 총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을 짜놓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또한 최근 고려대·경희대 등 일부 대학들이 본고사형 논술을 출제했다는 논란과 관련한 물음에 “국영수 중심의 본고사형 문제는 출제하지 않기로 대학들이 합의했으나, 논술 가이드라인이 폐지돼 대교협 차원에서는 이를 문제삼을 수 없다”며 사실상 제지할 방법도, 의지도 없음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박 사무총장은 입학전형 준수 의무를 위반한 대학에 대해 대교협의 제재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데 대해서도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 자율화인데, 자꾸 법을 만들면 안된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박 총장의 3불 폐지 발언에 대해 일선 고교 교사들은 대교협이 일부 사립대들의 입김에 휘둘려 사실상 3불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한승수 서울 인헌고 교사는 “대학들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채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아 편하게 교육하려는 이기주의에 빠져있다”며 “이는 정부가 대입 권한을 대교협에 넘겼을 때 이미 예상된 결과로, 3불이 폐지되면 고교 교육이 더욱 파행을 겪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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