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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떼쓰는 아이의 감정을 읽어라

등록 2009-01-11 15:50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다섯 살짜리 딸을 키우는 젊은 아빠의 경험담이다. 어느 날 밤에, 식탁에 딱 하나 남아 있던 빵을 아내와 둘이 나눠 먹었다고 한다. 옆에서 놀던 딸이, 먹을 때는 아무 말 없더니 엄마 아빠가 다 먹고 나자, 그때부터 그 빵을 사달라고 조르더란 것이다. 아이는 크게 울며 빵을 사오라며 떼를 썼다. 그때 아빠가 얼마 전 방송에서 본 ‘감정 코칭’ 내용이 생각나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응, 우리 예주가 빵이 먹고 싶었는데, 엄마 아빠가 다 먹어버려서 속상했구나….” 신기하게도 아이가 울음을 조금 그쳤다. 그다음에 부모가 “지금은 빵을 살 수 없는 시간인데, 어떡하면 좋을까?” 하고 물었다. 뜻밖에도 아이는 빵에는 이제 관심이 없어지고, “그럼 아빠가 지금 나랑 놀아줘”라고 하더란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게 놀이에 빠졌다.

미국의 존 가트먼 박사는 아이들에 대한 ‘감정 코칭’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아이가 슬퍼하거나 화가 났을 때 부모가 어떻게 대처해야 자녀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는지, 생생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거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첫째, 아이의 감정을 포착하는 것이다. 즉,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잘잘못을 판단하지 않고,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알아채는 게 중요하다. 그런 다음에는 그 감정을 읽어주고 인정해줘야 한다.

아이들이 화를 내거나 떼를 쓰면, 부모들은 반사적으로 대응하기 쉽다. 아침에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우는 아이에게, “유치원은 가야 돼!” “유치원이 왜 가기 싫어? 얼마나 즐겁고 좋은 곳인데!” “선생님도 잘해주시잖아. 친구도 많고!” “이렇게 떼 쓰면 어떡해! 엄마 늦었단 말야!” 등등 우리가 생각하는 결론으로 이끌기에 바쁘다. 하지만 그건 모두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고 억압하며 축소하거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것일 뿐이다. 진짜로 아이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고 싶다면 아이가 현재의 감정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최선이다. 아이가 감정적이 될 때, 부모가 이해해 주고 함께해 주는 것은 아이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이다.

“유치원에 가기 싫구나… 엄마도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어.” 이렇게 수용해 주고, 더 깊은 자기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면 아이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낮아진다.

어떤 젊은 엄마가 남편과 육아에 대한 생각이 너무 다르다며, “아이들은 필요할 때는 엄하게 키워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묻는다. 그 엄마에게 “어떨 때 아이에게 엄하게 대합니까?”라고 물어보았더니, 아이가 떼를 쓸 때라고 대답한다. 그 결과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사실 지쳐 잠들 때까지 울죠”라고 답한다. 그 집 남편은 아이가 떼를 쓰면 대화를 시도한다고 한다. 네 살배기를 말을 다 알아듣는 어른 대하듯이 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은 걸리지만 나중에는 아이가 저절로 떼를 멈춘다고 한다. 아무리 아이지만 그 감정을 쉽게 판단해버리고, 잘못된 것으로 눌러버리거나, 혹은 다른 방향으로 회유하는 것, 이런 것도 일종의 폭력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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