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아이의 변화를 기대하는 부모에게 가장 큰 좌절은 변화의 필요성을 도통 느끼지 못하는 듯한 아이의 모습이다. 그냥 놔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혼을 내봐야 소용도 없고. 어떻게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아이가 스스로 변화하려는 마음을 갖게 할까?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아이의 변화를 이끄는 부모의 태도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아이에게 동기를 만드는 첫번째 단추는 아이의 마음과 부모의 마음 사이에는 넓은 강이 흐른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부모는 동기가 분명하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는 뚜렷한 상이 있지만 아이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우선 아이는 자기가 왜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없다. 아이는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 한번 살아본 적이 있다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겠지만 아이는 그렇지 못하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나이 들면 건강이 전부라는 얘기는 수차례 들어봤겠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절제된 생활을 하는 30대는 흔하지 않다. 이러니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은 자신의 상태가 객관적으로 어떤지 인식하는 것도 어렵다. 지금과 다른 어떤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언제나 지금과 비슷했고 앞으로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도 내가 만들지 않았듯 앞으로의 나도 자신이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표지향적인 사고가 부족하다. 또한 아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공부를 시키는 엄마에게 엄마가 자꾸 하라고 하니 더 하기가 싫다고 한다. 자신이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빼고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서 이유를 찾는다.
이처럼 아이들은 스스로 변하려는 마음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결국 부모가 아이를 이끌어가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변화는 부모가 주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말해줄 사람도 부모고, 그래서 자기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려줄 사람도 부모다. 스스로 해결하려는 주인의식을 갖지 못하는데 그 모습이 답답한 부모는 아이에게 다시 한번 화를 내거나 의존성을 심화시키고 만다.
아이를 변화시키려는 부모는 부모의 기대와 아이 사이에는 매우 큰 간격이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결국 해결책은 하나다. 아이가 자기 삶의 주인으로 나서서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바꾸는 것이다. 이때 아이의 변화는 풀이 조금 자라는 문제가 아니다. 딱딱하고 작은 씨앗이 푸른 화초가 될 정도의 변화다.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적절한 환경이 필요하다. 하루빨리 해결하려는 부모의 조급함은 땅을 파서 심은 씨앗을 도로 꺼내는 행동이다. 아이가 스스로 달라질 필요성을 인식하고 행동으로 변화를 시도하려면 농부와 같은 기다림이 필요하다. 인내와 기다림은 아이의 변화를 가능하도록 만드는 부모의 첫번째 필요조건이다.
서천석/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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