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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과서 대신 참고서 쓰는 2009년 교육현장

등록 2009-03-23 14:56

학기초, 참고서를 구입하는 청소년들의 모습  ⓒ 바이러스 자료사진
학기초, 참고서를 구입하는 청소년들의 모습 ⓒ 바이러스 자료사진
[교육] 쓰지 않는 교과서 왜 사나, 학생 위한 교과서 개발 필요
학교에서는 항상 연말이 되면 학생에게 교과서 대금을 받은 뒤, 구입한 교과서를 배부한다. 원래대로라면 교과서 전부가 수업에 충실하게 쓰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배부된 교과서 전부가 학생들의 수업에 활용되지 않고 있다. 교과서로 충실히 진행하는 수업이 있는가 하면, 교과서는 버려둔 채 참고서를 따로 구입하는 수업이 있고 아예 교과서를 쓰지 않는 수업이 존재한다.

심지어는 교과서 값보다 학교에서 구입을 지시한 각종 참고서 값이 더 많이 드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종이 등의 원자재 비용 상승과 경제 불황을 이유로 출판사가 값을 올리고 있어 학생들의 참고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거기에 내신 대비, 수능 대비용으로 개인적으로 구입하는 참고서에 학원, 과외에서 요구하는 참고서 비용을 더하면 학생이 내는 참고서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경기 P고의 사례를 보면 그 현실은 더욱 뼈저리게 다가온다.

교과서 값 3만원, 정작 다 쓰지는 않아
대신 사용하는 참고서 가격은 교과서 가격의 2.5배

[표1] 경기 P고 인문계열 학생들이 사야하는 교과서 가격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표1] 경기 P고 인문계열 학생들이 사야하는 교과서 가격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표1]은 경기 P고의 인문계열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사야하는 교과서 가격이다. 하지만 이중에서 실제로 수업에 사용(참고)하는 교과서는 사회·문화 교과서와 세계지리, 한국지리 교과서에 불과한 실정이다. 낭비되는 교과서값만 2만 여원 대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그에 비해 실제로 수업에 사용되는 참고서의 비용은 교과서값의 몇 곱절에 달하고 있다.

[표2] 경기 P고 인문계열 학생들이 수업을 받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야하는 참고서의 금액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표2] 경기 P고 인문계열 학생들이 수업을 받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야하는 참고서의 금액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위의 [표2]에서 알 수 있듯이 최고 84,000원에서 최저 74,500원까지의 참고서 금액을 내야한다. 교과서 금액의 약 2.5배 수준의 참고서 금액을 내야하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 P고는 강제적으로 2교시 분량의 보충 수업을 진행하고, 또 참고서를 1년 내내 쓰는 것이 아니라 1년에 서너 개의 책으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내야할 참고서값은 더 늘어나게 된다.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학생은 그나마 낫지만,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등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새로운 참고서 내역이 나올 때마다 불안함에 몸을 떨어야 한다. 각종 알바를 통해서 번 돈이 참고서 값으로 전부 나가는 허탈한 기분도 겪어야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지만,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교과서가 수능을 대비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말뿐이다.

과연 이러한 사정이 경기 P고만의 일일까? 이미 전국 곳곳에서 교과서를 수업에 사용하지 않는 예는 허다하다. 교과서는 쓰지 않고 참고서를 쓰다보니, 학기말에 교과서는 교과서 값대로 들어가고 학기초에는 참고서값을 별도로 내야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수능 위주의 학교 교육에서 탈피하고
학생위주의 교과서 개발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

현재 각 학교에서 교과서가 쓰이지 않는 이유로는 대체로 현재 발간되는 교과서가 수능 대비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꼽고 있다. 또한, 디자인이 진부하고 자료가 오래되어서 학생들이 교과서를 기피하는 것도 있다.

분명 참고서는 각종 시험에 나올 자료만 골라내 교과서보다 내신/수능 대비에 더 효과적일지 모른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고등학교 체제는 학생들을 (명문)대학교에 얼마나 많이 보내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교육은 대학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학생에게 사회에 필수적인 교양과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진정한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수능에 필요한 자료가 나와있지 않다는 이유로 교과서를 멀리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또 교과서의 디자인과 자료문제도 교과서 업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대체적으로 교과서는 교육과정이 바뀔 때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하지만 그전에는 간단한 오탈자 수정이나 논리 비약 등의 전개 오류만 수정되는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각종 표현이나 사진 자료가 난무하고 디자인이 퇴색된다.

결론은 하나다. 참고서가 교과서보다 많이 쓰이는 현실은 아직도 교육이 학생 위주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학생을 자살로 몰아 넣는 수능 위주의 교육과 학생을 배려하지 않는 교과서는 결국 참고서를 많이 사게 하여 사교육 업체의 배만 불리고 학생들의 지갑을 갈취하고 있다. 학생 위주의 교육 제도, 학생 위주의 교과서가 절실한 때이다.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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