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군은 14층 아파트에서 뛰어 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사회] 친구에게 ‘잘있어라’고 한마디 남기고 죽은 안모(고1)군
지난 주말 잇따라 발생한 청소년들의 자살소식을 접하면서, 이 안타까운 죽음의 흔적을 24일 찾아가 보았다.
지난 22일, 오후 2시 15분쯤 경기 양주시 덕계동 한 아파트 14층에서 고교 1년생인 안모(16)군이 투신해 숨졌다. 안군은 평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중학교에서부터 친하던 A군에게 ‘잘있어라’라는 마지막 문자를 보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먼저 안 군이 숨진 아파트 관리 사무소를 찾아가 보았지만 “관리를 하는 입장에서 어떤 말이든 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발길을 돌리던 중에 당시에 상황을 목격한 청소부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사건소식을 듣고 바로 가보았지. 상황이 다 정리될 때까지 발길을 떼지 못했어.” 아저씨는 말을 마치시기도 전에 사전현장을 바라보는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안 군은 사건장소에서 좀 더 떨어진 곳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고모와 함께 생활을 했다. 안 군 주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평소 조용한 성격으로 말이 많지는 않았다.
안 군이 죽은 당일, 그의 문자를 받은 A군은 이상함을 느껴 바로 전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A군은 안 군이 가끔 학업 스트레스를 토로했다고 말했다. A군은 지금 정신적인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해 만나볼 수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안군의 생전모습을 알고자 학교를 찾아갔다. 교무실에서 1학년 부장 교사, 학생부장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담임 교사가 왔다. 간밤을 지새워, 눈시울이 충혈되어있던 담임 교사는 “착하고 조용한 자율학습시간에 소설이나 과학도서 같은 책을 많이 읽는 학생이었다.”고 안 군에 대해 이야기했다. 슬픔에 잠긴 눈빛으로 안군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자기생명을 조금만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주변에서 주는 사랑을 좀 더 알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이었다.
안 군의 반 친구들은 “평소에 인사를 건네도 대답을 잘하는 친구는 아니었는데, 소식을 듣고는 말할 수 없이 정말 슬펐다”고 말했다.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은 당일 병원으로 찾아가서 부모님을 만나 애도의 마음을 전했고, 다음날에는 반 학생들이 담임 교사와 각자 편지를 써서 전달했다고 한다.
죽음 그것은 혼자만 가야 하는 길이지만, 매서운 봄바람처럼 가슴시린 부분이 있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 늦은 9시까지 진행하는 야간자율학습과 학원으로 이어진 생활의 반복은 안 군에게 어려움을 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을까? 평소 안 군은 중학교에서 같이 나온 A군에게도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말고는 별다른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같은 반 친구들도 안 군과 말을 많이 하지 않아 그가 평소 어떤 고민을 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새학기 초, 맨 뒷자리에 앉아 쉬는 시간 내내 혼자 책을 읽었다는 안 군의 모습은, 떠나버린 지금의 빈자리만큼이나 쓸쓸해 보였다.
신철훈 기자 shin2na@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안 군이 다니던 H고등학교, 기자가 방문한 날에 학생들은 그 전과 변함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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