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진 31일 밤,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일제고사 반대 시민모임’이 주최한 촛불문화제가 열려, 학생·학부모·시민단체 회원 등이 일제고사 폐지를 주장하는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곳곳서 획일화 교육 반대 기자회견·1인시위
“경쟁보다 협력, 차별보다 지원하는 교육을”
광주교육청, 특수학급 시험참여 ‘재량’ 맡겨
“경쟁보다 협력, 차별보다 지원하는 교육을”
광주교육청, 특수학급 시험참여 ‘재량’ 맡겨
교과학습 진단평가(일제고사)가 치러진 31일, 전국에서 1400여명의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떠나는가 하면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교원·학부모·청소년 단체들의 기자회견과 1인시위도 잇따랐다. 몇몇 학교에서는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일제고사 불복종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의 시험 감독을 막아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마찰을 빚기도 했다.
■ 일제고사 반대 시위 잇따라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전국시민모임’은 이날 오전 경기 여주로 체험학습을 떠나기에 앞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겉으로는 창의적인 교육을 하겠다면서 암기식 지필고사를 강요해 우리 교육을 획일화하고 있다”며 “학부모와 학생은 경쟁보다 협력을, 차별보다는 지원을 해주는 교육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후 6시부터는 종로 보신각 앞 광장에서 청소년운동 단체 ‘청소년 다함께’와 더불어 ‘일제고사 폐지·해직교사 복직을 위한 시민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부산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와 교육개혁연대가 15개 학교 정문 앞에서 일제고사 반대 1인시위를 벌였다. 인천에서도 14개 단체로 구성된 ‘일제고사 반대 인천시민사회단체 연대’ 회원들이 이날 오전 55개 학교 앞에서 1시간 동안 1인시위를 벌였다.
전북지역 학부모 공영옥(40)씨는 “지역별로 성적 순위를 매기는 일제고사를 반대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5학년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눈 뒤 체험학습을 결정했다”며 “교육청에서 결석으로 처리한다고 해 걱정도 되지만 불편한 처지가 될 담임교사에게 미리 연락해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을 통해 확인해 보니, 이날 학교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체험학습을 떠난 학생은 77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 ‘거부운동’ 둘러싸고 곳곳 마찰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지 못하도록 종용하거나, 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교사들의 출근을 막아 마찰이 빚어졌다. 서울 ㄱ초등학교는 담임이 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반의 학생들이 체험학습에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반 교사들을 학생들의 집으로 보내 등교를 강요했다. 이 학교 ㅂ교사는 “담임이 불복종 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시험감독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지난해 담임교사들을 보내 학생들을 학교까지 데려오도록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서울 ㅇ초등학교에서는 일제고사에 찬성하는 학부모 30여명과 학교 교사들이 불복종 선언에 참여한 교사의 출근을 막아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학교 ㅂ교사는 “몸싸움 와중에 학부모와 교사들에 의해 교장실에 갇히고 시험감독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진단평가를 앞두고 “특수학급은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참여 여부를 결정하라”고 공문을 보냈다가 ‘점수를 높이려는 꼼수’라는 반발을 샀다. 광주장애인교육연대는 성명을 내어 “일부 학교는 장애 학생들을 시험에서 배제하고 체험학습이나 특별수업을 하려다 말썽을 빚었다”며 “장애인 학생을 천덕꾸러기로 만들어 차별하는 교육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유선희 기자, 전국종합 duck@hani.co.kr
유선희 기자, 전국종합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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