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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존중받는 말썽쟁이, 스스로 해답 찾기

등록 2009-08-23 20:09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학교든 직장이든 지각생들이 있기 마련이다. “밥 먹듯이 지각하는 직원들 때문에 안 써 본 방법이 없었는데, 해법을 찾았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사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더군요.” 중소기업 사장이 말해준 경험담이다.

그 회사에는 매달 예닐곱 번씩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처음엔 공개해서 망신을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을 바꾸었다. 직원을 따로 불러 차분하게 면담을 하며, 훈계를 늘어놓는 대신 직원의 사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 질문을 했다. “아침에 시간 맞춰 오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느냐?” “몸이 약하다면 건강을 먼저 챙겨야 하는데, 어떻게 내가 도와주면 좋겠나” 등등.

그런데 한참을 침묵하던 직원이 마침내 한 말은 좀 실망스러웠다. ‘회사가 재미가 있어야 오고 싶은데, 아침에 회사 올 기분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회사가 놀러 오는 덴 줄 아느냐, 차라리 당장 그만두라!’는 얘기가 목까지 올라오더라고 했다. 하지만 이 상사는 비난으로 대화를 끝내버리는 대신 참을성 있게 직원의 말을 그대로 따라가보기로 했다. “음…. 회사가 재미가 없다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직장이 될 수 있는지 좋은 생각이 없나?”

직원은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칸막이가 너무 높아서 얼굴도 못 보고 일하니 답답하다, 오후에 티타임을 하면 어떠냐 등등. 그런데 상사가 이 아이디어를 메모해 가면서 진지하게 듣자, 나중엔 이러더란다. “사실 어린애가 장난감 없다고 못 놀지는 않지요. 놀 마음만 있으면 흙 갖고도 하루 종일 잘 놀지 않습니까. 결국은 제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듣고 상사는 ‘어떻게 그런 멋진 비유를 쓸 수 있느냐’며 크게 인정해주었다.

면담 이후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각이 거의 없어진 것이다. 그동안 지각하면 벌금 내기, 영업비 늦게 주기 등등 별별 벌칙을 많이 시행해 봤지만, 효과가 없었는데 말이다.

직원은 나중에 이런 말을 했다. 눈이 높은 사장의 기대를 못 채우는 것 같아서 늘 열등생 같은 기분이었는데, 자신을 존중해 주니까 자기 행동에 더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고. 상대방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태도는 카리스마 넘치는 백마디 말보다 더 크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선생님으로부터도 비슷한 체험을 들었다. 자꾸 지각하는 아이에게 벌은 주어도, 좀체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하였는데 아이를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함을 깨달았다는 것. 즉, ‘만날 지각하면서 또 핑계 대는구나’ ‘너는 게을러서 안 돼!’라는 마음을 바꾸어,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또 늦은 걸 보니 실망스럽구나. 늦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니?” “그렇구나. 어떻게 하면 다음부턴 늦지 않을 수 있을까?” “선생님이 도와줄 일은 없을까?” “네가 지금 말한 대로 잘하고 있는지 선생님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이가 스스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진 이런 대화는 생각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상사나 부모는 이미 해답을 가지고 있기가 쉽다. 그리고 자기 머릿 속에 해답이 존재하는 한, 상대방의 얘기를 진정으로 경청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일지도 모르겠다.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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