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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교에서 리더십 가르치기

등록 2009-09-06 15:01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한국리더십센터라는 회사에서 근무한지 10년째, 이번 여름에 리더십 교육 10년차인 나에게는 매우 특별한 일이 벌어졌다. 한국 최초로 노량진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내 안의 리더’(리더 인 미)라는 학교 밀착형 리더십 교육을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그 첫발을 뗀 것이다. 이것이 왜 내 가슴을 그렇게나 뛰게 만들었을까? 연수 첫날 노량진초등학교 학부모와 교사 150여분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비전 워크숍을 진행한 나는 목소리가 떨리고 눈물까지 맺히는 감격을 맛보았다.

기업 매니저나 임원, 교수 등 리더십 교육을 받은 분들이 대부분 교육 후에 꼭 하는 말이 있다. “이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거다. 물론 시중에 청소년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교육이 있다. 내가 있는 회사도 방학 때마다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생각보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보내오기 때문에 항상 조기 마감되곤 한다.

하지만 그걸 보면서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도 적지 않았다. 왜냐하면 적지 않은 교육비를 부담하고 자녀의 리더십까지 챙길 수 있는 여유 있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아직 혜택 받은 소수이기 때문이다. 부유한 집 아이들이 성적도 우수하다는 얘기를 들으며 답답했는데, 어렸을 적부터 좋은 습관도 형성하고 리더십까지 갖추니 이게 어떤 사회적 귀결을 가져올지를 생각하면 우울했다.

결국 이에 대한 해법은 딱 한 가지, 공교육이 학교에서 질 높은 리더십 교육을 하면 된다. 그런 비전을 갖게 된 것은 지난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롤리에 있는 에이비콤스 초등학교를 방문하면서다. 이 학교는 마그넷스쿨이라 하여, 주로 가난한 지역에 있는 공립학교로 정부 지원이 있어야 유지되었다. 가난한 이민자들이 많고 학교는 낡아서 여러 가지 면에서 희망이 없어 보였다. 성적은 낮았고 징계 건수는 많았으며,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고, 학생은 총 350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 학교를 혁신한 것은 뮤리엘 서머스라는 여성 교장선생님으로, 지난 10년간 현직 교사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리더십을 가르쳤다. 아이들이 자긍심과 좋은 습관을 형성하면서 결과적으로 학업성적 향상, 징계 건수 격감, 전미 최우수 학교상을 받는 성과를 내었고 지금은 학생 수가 850명으로 늘었으며 입학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학교가 되었다.

그 학교 교실에서 직접 수업을 참관하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서 나는 아이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흡수하고 배울 역량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들이 건강한 자부심을 갖게 될 때, 대단한 일이 벌어진다. 틀릴까봐 겁먹는 대신 스스럼 없이 손을 들어 발표하고, 수줍지만 남의 등 뒤에 숨지 않고 자신을 표현할 줄 알았다. 어른들에게도 눈을 맞추며 악수를 할 줄 알았고, 우리 같은 외국인 어른들 앞에서 누구나 발표를 하였다. 또 자기 나름의 목표를 세워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어느 1학년 아이의 개인 목표는 ‘신발 끈 매는 법 배우기’였고, 어떤 3학년 아이의 학업 목표는 단어시험에서 A등급을 받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은 교실 앞에서 등교하는 자기 반 아이들을 일일이 악수하고 안아주며 맞이하였다. 전날 밤에 아이들이 집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교사들은 알 수 없지만 그들이 학교에 오는 것을 언제나 반겨준다는 것, 이는 곧 ‘네가 누구인지 알아준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다.


가장 다른 점은 이들이 리더십 과정을 기존 수업과 통합해서 가르친다는 거였다. 읽기 교재에서는 읽고 나서 거기에서 볼 수 있는 리더십을 토의하고, 과학에서는 자연의 시너지 현상을 찾아보는 등 천지가 다 배울 거리다. 이 접근법은 며칠간 행사처럼 리더십 교육을 끝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생활 속에, 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교사의 생활까지 변화시키는 그런 학교밀착형 리더십 교육이다. 노량진초등학교의 출발이 에이비콤스에 못지않게 큰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본다.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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