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진의 알찬 국어교실
중학생, ‘공부하는 힘’이 열쇠다
강혜진의 알찬 국어교실 / 5. 시와 친해지기 중학생이 된 아이들은 ‘시’가 가장 쉽다고 한다. 다른 글에 비해 길이도 짧고, 묘사가 많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야 누나야’ 같은 시를 배울 땐 노래처럼 쉽게 따라 부르며 운율을 익히기도 한다. 그런데 2학년이 돼서 심상, 화자와 같은 시의 이론을 배우고,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시어에 담긴 뜻을 파악해야 할 때면 어려움을 호소한다. ‘행복에 대한 깨달음’을 주제로 하는 ‘지각’(知覺)이란 시는 ‘불행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주제를 잘 파악하지 못해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시를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없을까? 제목에 주목해보자. 학생들이 무심코 한 번 읽고 지나치는 제목만 유심히 봐도 시를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실마리들을 찾을 수 있다. 교과서에 실린 작품 가운데 ‘호수’, ‘내가 사랑하는 사람’, ‘배추의 마음’, ‘어떤 마을’, ‘봉선화’, ‘성탄제’ 등 대부분의 작품들이 제목에 중심 소재와 시공간적 배경을 제시한다. ‘배추의 마음’에선 ‘마음’이란 표현에서 배추를 의인화했음을 알 수 있고, ‘낙화’에선 ‘낙화=꽃잎이 떨어짐’이란 사전적 지식만으로도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통해 뭔가 말하려 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지각’이란 시에선 부제 ‘행복의 얼굴’을 통해 주제를 직접적으로 알려주기까지 한다. 제목에서 선택한 소재나 주제의식이 시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를 관찰하며 읽으면 흐름과 주제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배추의 마음’에서 배추를 의인화했다는 것을 알고 배추의 처지에서 본문 ‘배추벌레에게 반 넘어 먹히고도/ 속은 점점 순결한 잎으로 차오르는/ 배추의 마음’을 읽으면 남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베풀어 주는 배추의 순수한 희생정신을 쉽게 느낄 수 있고, ‘배추 풀물이 사람 소매에도 들었나 보다’를 읽고 시인의 ‘인간도 배추의 마음을 닮자’고 하는 주제의식도 엿볼 수 있다. 작품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제목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시는 어렵고 심오할 거라고 지레 겁먹지 말고 제목부터 주의 깊게 읽어보자. 제목을 통해 시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시인이 돼 읽어보면 어느새 시와 친해질 것이다. 강혜진 1318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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