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집 밖을 나서는 순간 국가와 기업에 의해 감시당한다. 골목마다 설치된 수많은 폐쇄회로 티브이와 신용카드 사용 흔적은 극히 일부분이다. 당신이 몸 바쳐 일하는 회사는 악성 패킷을 감시한다는 명분으로 메신저·전자우편 내용 등을 뒤져본다. 영화 <타인의 삶>에서 다른 사람의 통신을 감청하고 있는 정보요원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말 논술 47. 법과 사회 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과목별 논술교과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 교과서 읽기
논점 1. 정보화와 사생활 보호
사생활의 자유와 한계
사생활의 자유란, 사생활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개를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의미한다. 사생활의 비밀이란, 사생활의 내용을 부당하게 공개당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한다. 이 권리에는 자기에 관한 정보를 열람, 정정, 사용 중지, 삭제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이른바 자기 정보 관리 통제권이 포함된다. 이와 같은 권리는 최근에 인터넷 등으로 인하여 개인 정보가 함부로 공개되는 실정을 감안한다면, 더욱더 보호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도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 예를 들어, 범죄 수사를 하기 위해서 범인의 성명, 신상, 동기 등을 방영할 수 있다. 정보화와 사생활 침해 정보화의 진행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법 현상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가 사생활의 보장과 관련된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전자 상거래가 활성화함에 따라 개인 정보가 유출되어 사생활이 침해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보화의 진행에 따라 나타나는 사생활의 침해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사생활의 침해는 개인의 존엄성을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능력을 훼손하기 때문에 그 보호가 필요하다. 또 인간관계에서 신뢰와 친밀감의 정도는 상대방과 공유할 수 있는 개인적인 정보의 질과 양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사생활의 침해는 인간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통제권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고등학교 <법과 사회>, 교학사
■ 교과 심화 가상공간에서의 개인정보 수집 컴퓨터의 감시 능력은 1990년대에 들어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한 사이버 감시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했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개인의 컴퓨터에서 웹페이지로 전송되는 쿠키 파일은 개인의 인터넷 서핑 습관이나 웹사이트에 대한 방문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소비자 정보를 모으는 방편으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원래는 쿠키를 사용한다 해도 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의 이동은 알 수 없었지만 몇몇 회사들은 자신들의 회사에 회원으로 등록된 수천 개 이상의 웹사이트를 관리하면서 배너 등을 사용하여 한 사이트에서 다른 인터넷 사이트로 옮겨다니는 것까지를 포함한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기업의 마케팅을 돕고 있다. 국소적인 모니터링이 서로 연동됨으로써 기동성을 띤 감시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공짜 프로그램에 숨겨져 사용자의 IP 주소, 인터넷 사이트 접속과 열람 시간 등을 모니터하는 스파이웨어도 기업이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 정보를 모으는 방법으로 쓰인다. -홍성욱, <파놉티콘-정보사회 정보감옥>
■ 논제 해결 국가·기업에 의해 벌거벗은 사람들 제시문 (가)는 감시가 보편화된 가상의 전체주의 사회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중 일부이며, (나)는 최근 영국의 사회 문제를 다룬 신문기사이다. 이들 제시문에 나타난 상황을 비교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800자 안팎) (가) 그 얼굴은 교묘하게 그려져 있었다. 마치 눈동자가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 얼굴 아래 ‘빅 브러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방 안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쇠 생산과 관계되는 무언가 숫자로 이루어진 목록을 읽는 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뿌연 거울 같은 직사각형의 금속판에서 흘러나왔다. 금속판은 오른쪽 벽에 붙어 있었다. 윈스턴이 스위치를 돌리자 목소리는 약간 작아졌지만, 여전히 또렷하게 들렸다. ‘텔레스크린’이라는 그 금속판은 소리를 줄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끌 수는 없게 되어 있었다. (중략) 윈스턴의 등 뒤에 있는 텔레스크린에서는 아직도 무쇠와 제9차 3개년 계획의 초과 달성에 대해서 지껄이고 있었다. 텔레스크린은 수신과 송신을 동시에 행한다. 이 기계는 윈스턴이 내는 소리가 아무리 작아도 낱낱이 포착한다. 더욱이 그가 이 금속판의 시계(視界) 안에 들어 있는 한, 그의 일거일동은 다 보이고 들린다. 물론 언제 감시를 받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사상경찰이 개개인에 대한 감시를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행하는지는 단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사상경찰이 항상 모든 사람을 감시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들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감시의 선을 꽂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내는 소리가 모두 도청을 당하고, 캄캄한 때 외에는 동작 하나하나까지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야 했는데, 오랜 세월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그런 삶이 본능처럼 습관화되어 버렸다. 윈스턴은 여전히 텔레스크린을 등지고 있었다. 물론 등진다고 해서 안 보이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중략) 전쟁은 평화/자유는 예속/무지는 힘 그는 25센트짜리 동전 한 닢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거기에도 조그만 글씨로 똑같은 슬로건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뒷면에는 빅 브러더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동전에 있는 빅 브러더의 눈마저 그를 노려보았다. 빅 브러더의 눈은 동전, 우표, 책표지, 깃발, 포스터, 담뱃갑 등 그 어디에나 있었다. 늘 그 눈이 감시를 하고, 그 목소리가 포위했다. 잘 때든 깨어 있을 때든, 일을 하든 식사를 하든, 집 안에서든 밖에서든, 목욕할 때든 침대에 누워있을 때든 상관없었다. 빅 브러더로부터 벗어나기란 불가능했다. 몇 입방 센티미터의 해골 속 외에는 자기 자신이란 것이 없었다. (나) 영국 경찰이 집회와 시위, 정치 모임 등에 참가한 사람들의 신상정보, 집회 참여 경력, 운송수단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국가적 차원의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경찰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시위 참여자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국내 극단주의자’라고 이름 붙이고 개인정보를 모으고 있으며, 이를 복수의 정보기술시스템에 저장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국가공공질서정보원’이 ‘국내 극단주의자’로 불리는 수천 명의 명단을 관리하는 중심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전역에서 경찰의 시위 감시팀이 수집한 정보가 이곳으로 취합된다. 특히 경찰의 ‘선봉감시팀’과 ‘증거수집팀’은 공개된 정치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그들의 이동경로를 기록해 중앙 데이터베이스로 전송한다. 이 같은 기록이 쌓이면 회의 참석자의 정치 활동 내용을 추적할 수 있다. 시위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은 영국 경찰서장연합회의 ‘테러리즘과 관련 사건 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시위 및 집회 참석자를 감시하는 경찰에게는 극단주의적 행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되는 특정 개인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감시자 카드’가 지급된다. 시위자와 관련된 운송수단도 경찰이 전국에 설치한 ‘번호판 자동인식 카메라’에 의해 추적된다. (중략) 경찰과 내무부로부터 900만파운드(173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이 조직은 직원 1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동물 권리 보호론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이들의 활동이 줄어든 지금은 영국 내 극단주의자 전반을 다루는 것으로 조정됐다. 영국 경찰은 영국 내 극단주의 그룹을 동물 권리보호 캠페인 단체, 영국방어리그 등의 극우단체, 반전운동 등을 하는 극좌 저항단체, 환경 극단주의 단체 등 네 종류로 나누고 있다. 지난 4월 런던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 당시 한 시위자가 경찰에 맞아 숨진 이후 영국에서는 경찰의 시위자 관리 방식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다음달 경찰의 시위자 단속 방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데니스 오커노 감사 책임자는 “경찰서장연합회 소속 시위 단속기관의 법적 정당성이 부족하다. 전반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임영주 기자, <경향신문> 2009년 10월26일치 해결 방향 (가)에 등장하는 텔레스크린은 TV와 감시 카메라 구실을 하는 가상의 기계이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선전과 감시 도구인 텔레스크린이 각 가정마다 설치되어 개인의 일상이 감시당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텔레스크린이라는 그 금속판은 소리를 줄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끌 수는 없게 되어 있었다.’라는 대목에서 시민들에 대한 국가적 감시가 강제적으로 행해지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피감시자인 시민은 자신의 사생활이 어느 정도로 노출되고 관리되는지 모른 채 살아가고, 점차 무감각해져 저항의 필요성조차 상실한 상태이다. (나)에는 영국 경찰이 집회나 시위 등에 참여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상황이 제시되어 있다. 공격적이지 않은 시위에 참여하고, 범죄 경력이 없을지라도 관리 대상에 오른 이들은 은밀한 감시 속에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감시는 국민 각자의 인간다운 삶을 존중하고,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이념과 모순되는 상황이다. (가), (나)에 제시된 상황의 유사점을 중심으로 비교하는 가운데, 이와 같은 국민 감시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도록 한다. 자료 검색 <1984>에서 예언한 미래와 오늘날의 현실 <1984>가 처음 출간된 때는 1949년이다. 당시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전체주의를 비판하면서 미래에 대해 예언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물론 그때를 기준으로 보면 <1984>는 분명히 미래소설이다. 하지만 지금은 2000년대이므로 더 이상 미래 소설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는 이제 전체주의 체제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이미 지난 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그렇다면 <1984>는 오늘을 사는 우리와 무관한 소설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오늘날의 우리는 항상 감시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윈스턴이 하루 스물네 시간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받으며 생활했듯이 말이다. <1984>에 나오는 텔레스크린은 누가 보아도 가공할 감시 장치이자 강력한 통제 기구이다. 송수신이 동시에 가능한 그것은 어떠한 소리나 동작도 잡아내게끔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감시를 받는 사람이 그 사실을 전혀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조지 오웰이 이 소설을 쓴 1940년대에는 이런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공상처럼 들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이다. 잠시 주위를 한번 돌아보자. 은행, 백화점, 관공서 등 어디나 할 것 없이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하여 누군가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컨대 우리가 언제 얼마의 현금을 인출하는지, 어떤 물건을 사는지, 무슨 복장을 하고 공문서를 발급받는지를 감시하고 있다. 그 같은 감시는 도로에서도 행해진다. 도로 곳곳에 설치된 유선 카메라는 우리의 사소한 교통 법규 위반까지 체크한다. 우리는 그런 카메라 앞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심지어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의 초정밀 카메라로는 우리가 안방에서 무엇을 하는지조차 찍을 수 있다. -정회성, <1984> ‘옮긴이의 말’ 중에서 관점 넓히기 해커와 패킷 감청을 해보니 어떤 뉴스 보았는지 다 확인 당신이 인터넷을 하는 사이, 수많은 ‘패킷’이 네트워크를 오고 간다. 누군가 당신의 ‘패킷’을 훔쳐본다면 당신은 그 앞에 벌거벗겨진 셈이다. 당신이 접속한 사이트, 검색어, 선택한 페이지부터 메신저 대화 내용, 전자우편 내용 등 ‘클릭’과 ‘엔터’로 전송된 모든 내용을 누군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패킷 감청은 1990년대 초반부터 성행한 해킹 기술이다. 컴퓨터 간의 통신을 위해 미국 국방부에서 개발해 현대 인터넷에 사용하는 ‘TCP/IP 프로토콜’(통신상의 규칙과 약속)은 보안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탓에 패킷에 대한 암호화나 인증 등이 약하다. 그래서 패킷 감청에 무방비한 경우가 많다. 소프트웨어에 따라서도 다르다. 네트워크의 보안은 약한 상황에서 해킹 기술은 발전했다. 현재 감청을 돕는 ‘감청툴’은 공개 소프트웨어와 상용 소프트웨어로 나눠진다. 티시피 덤프(TCP Dump), 와이어샤크(WireShark) 등은 인터넷상에서 무료로 구할 수 있는 공개툴이다. 한 해커와 함께 와이어샤크를 이용해 해커 자신의 패킷을 감청해봤다. 와이어샤크를 실행한 창에는 끊임없이 그의 네트워크로 오가는 패킷이 나타났다. 그가 방문한 사이트 주소는 특별히 분석을 하지 않고 패킷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었다. 해커가 뉴스 기사를 클릭한 뒤 패킷 내용을 분석해봤다. 패킷의 내용을 복사해 하이퍼텍스트(html) 문서창에 붙이니 그가 방금 열어본 뉴스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화면에 나타났다. 패킷을 감청하고 분석하는 데는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실시간 도·감청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무시무시한 내용이지만 실은 우리 주변에서도 패킷 감청을 볼 수 있다. 주 사용자는 기업이다. 악성 패킷이 오갈까봐 감시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산업스파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직원들의 메신저·전자우편 내용 등을 감시하기도 한다. 또한 업무 시간에 야구 중계를 보거나 주식 투자를 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도 패킷을 본다. 최근에는 KT가 신규 예정 서비스인 ‘쿡스마트웹’에 영국 폼사의 패킷 감청 기술을 도입하려 한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패킷을 엿봐서 이용자의 관심사를 파악한 뒤 이 내용을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센터는 ‘KT는 한국 인터넷의 빅브러더가 되려 하는가’라는 논평을 통해 패킷 감청 기술 도입을 비판했다. -임지선 기자, <한겨레21> 제776호
사생활의 자유란, 사생활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개를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의미한다. 사생활의 비밀이란, 사생활의 내용을 부당하게 공개당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한다. 이 권리에는 자기에 관한 정보를 열람, 정정, 사용 중지, 삭제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이른바 자기 정보 관리 통제권이 포함된다. 이와 같은 권리는 최근에 인터넷 등으로 인하여 개인 정보가 함부로 공개되는 실정을 감안한다면, 더욱더 보호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도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 예를 들어, 범죄 수사를 하기 위해서 범인의 성명, 신상, 동기 등을 방영할 수 있다. 정보화와 사생활 침해 정보화의 진행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법 현상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가 사생활의 보장과 관련된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전자 상거래가 활성화함에 따라 개인 정보가 유출되어 사생활이 침해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보화의 진행에 따라 나타나는 사생활의 침해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사생활의 침해는 개인의 존엄성을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능력을 훼손하기 때문에 그 보호가 필요하다. 또 인간관계에서 신뢰와 친밀감의 정도는 상대방과 공유할 수 있는 개인적인 정보의 질과 양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사생활의 침해는 인간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통제권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고등학교 <법과 사회>, 교학사
■ 교과 심화 가상공간에서의 개인정보 수집 컴퓨터의 감시 능력은 1990년대에 들어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한 사이버 감시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했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개인의 컴퓨터에서 웹페이지로 전송되는 쿠키 파일은 개인의 인터넷 서핑 습관이나 웹사이트에 대한 방문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소비자 정보를 모으는 방편으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원래는 쿠키를 사용한다 해도 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의 이동은 알 수 없었지만 몇몇 회사들은 자신들의 회사에 회원으로 등록된 수천 개 이상의 웹사이트를 관리하면서 배너 등을 사용하여 한 사이트에서 다른 인터넷 사이트로 옮겨다니는 것까지를 포함한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기업의 마케팅을 돕고 있다. 국소적인 모니터링이 서로 연동됨으로써 기동성을 띤 감시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공짜 프로그램에 숨겨져 사용자의 IP 주소, 인터넷 사이트 접속과 열람 시간 등을 모니터하는 스파이웨어도 기업이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 정보를 모으는 방법으로 쓰인다. -홍성욱, <파놉티콘-정보사회 정보감옥>
■ 논제 해결 국가·기업에 의해 벌거벗은 사람들 제시문 (가)는 감시가 보편화된 가상의 전체주의 사회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중 일부이며, (나)는 최근 영국의 사회 문제를 다룬 신문기사이다. 이들 제시문에 나타난 상황을 비교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800자 안팎) (가) 그 얼굴은 교묘하게 그려져 있었다. 마치 눈동자가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 얼굴 아래 ‘빅 브러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방 안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쇠 생산과 관계되는 무언가 숫자로 이루어진 목록을 읽는 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뿌연 거울 같은 직사각형의 금속판에서 흘러나왔다. 금속판은 오른쪽 벽에 붙어 있었다. 윈스턴이 스위치를 돌리자 목소리는 약간 작아졌지만, 여전히 또렷하게 들렸다. ‘텔레스크린’이라는 그 금속판은 소리를 줄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끌 수는 없게 되어 있었다. (중략) 윈스턴의 등 뒤에 있는 텔레스크린에서는 아직도 무쇠와 제9차 3개년 계획의 초과 달성에 대해서 지껄이고 있었다. 텔레스크린은 수신과 송신을 동시에 행한다. 이 기계는 윈스턴이 내는 소리가 아무리 작아도 낱낱이 포착한다. 더욱이 그가 이 금속판의 시계(視界) 안에 들어 있는 한, 그의 일거일동은 다 보이고 들린다. 물론 언제 감시를 받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사상경찰이 개개인에 대한 감시를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행하는지는 단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사상경찰이 항상 모든 사람을 감시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들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감시의 선을 꽂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내는 소리가 모두 도청을 당하고, 캄캄한 때 외에는 동작 하나하나까지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야 했는데, 오랜 세월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그런 삶이 본능처럼 습관화되어 버렸다. 윈스턴은 여전히 텔레스크린을 등지고 있었다. 물론 등진다고 해서 안 보이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중략) 전쟁은 평화/자유는 예속/무지는 힘 그는 25센트짜리 동전 한 닢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거기에도 조그만 글씨로 똑같은 슬로건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뒷면에는 빅 브러더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동전에 있는 빅 브러더의 눈마저 그를 노려보았다. 빅 브러더의 눈은 동전, 우표, 책표지, 깃발, 포스터, 담뱃갑 등 그 어디에나 있었다. 늘 그 눈이 감시를 하고, 그 목소리가 포위했다. 잘 때든 깨어 있을 때든, 일을 하든 식사를 하든, 집 안에서든 밖에서든, 목욕할 때든 침대에 누워있을 때든 상관없었다. 빅 브러더로부터 벗어나기란 불가능했다. 몇 입방 센티미터의 해골 속 외에는 자기 자신이란 것이 없었다. (나) 영국 경찰이 집회와 시위, 정치 모임 등에 참가한 사람들의 신상정보, 집회 참여 경력, 운송수단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국가적 차원의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경찰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시위 참여자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국내 극단주의자’라고 이름 붙이고 개인정보를 모으고 있으며, 이를 복수의 정보기술시스템에 저장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국가공공질서정보원’이 ‘국내 극단주의자’로 불리는 수천 명의 명단을 관리하는 중심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전역에서 경찰의 시위 감시팀이 수집한 정보가 이곳으로 취합된다. 특히 경찰의 ‘선봉감시팀’과 ‘증거수집팀’은 공개된 정치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그들의 이동경로를 기록해 중앙 데이터베이스로 전송한다. 이 같은 기록이 쌓이면 회의 참석자의 정치 활동 내용을 추적할 수 있다. 시위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은 영국 경찰서장연합회의 ‘테러리즘과 관련 사건 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시위 및 집회 참석자를 감시하는 경찰에게는 극단주의적 행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되는 특정 개인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감시자 카드’가 지급된다. 시위자와 관련된 운송수단도 경찰이 전국에 설치한 ‘번호판 자동인식 카메라’에 의해 추적된다. (중략) 경찰과 내무부로부터 900만파운드(173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이 조직은 직원 1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동물 권리 보호론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이들의 활동이 줄어든 지금은 영국 내 극단주의자 전반을 다루는 것으로 조정됐다. 영국 경찰은 영국 내 극단주의 그룹을 동물 권리보호 캠페인 단체, 영국방어리그 등의 극우단체, 반전운동 등을 하는 극좌 저항단체, 환경 극단주의 단체 등 네 종류로 나누고 있다. 지난 4월 런던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 당시 한 시위자가 경찰에 맞아 숨진 이후 영국에서는 경찰의 시위자 관리 방식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다음달 경찰의 시위자 단속 방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데니스 오커노 감사 책임자는 “경찰서장연합회 소속 시위 단속기관의 법적 정당성이 부족하다. 전반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임영주 기자, <경향신문> 2009년 10월26일치 해결 방향 (가)에 등장하는 텔레스크린은 TV와 감시 카메라 구실을 하는 가상의 기계이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선전과 감시 도구인 텔레스크린이 각 가정마다 설치되어 개인의 일상이 감시당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텔레스크린이라는 그 금속판은 소리를 줄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끌 수는 없게 되어 있었다.’라는 대목에서 시민들에 대한 국가적 감시가 강제적으로 행해지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피감시자인 시민은 자신의 사생활이 어느 정도로 노출되고 관리되는지 모른 채 살아가고, 점차 무감각해져 저항의 필요성조차 상실한 상태이다. (나)에는 영국 경찰이 집회나 시위 등에 참여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상황이 제시되어 있다. 공격적이지 않은 시위에 참여하고, 범죄 경력이 없을지라도 관리 대상에 오른 이들은 은밀한 감시 속에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감시는 국민 각자의 인간다운 삶을 존중하고,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이념과 모순되는 상황이다. (가), (나)에 제시된 상황의 유사점을 중심으로 비교하는 가운데, 이와 같은 국민 감시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도록 한다. 자료 검색 <1984>에서 예언한 미래와 오늘날의 현실 <1984>가 처음 출간된 때는 1949년이다. 당시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전체주의를 비판하면서 미래에 대해 예언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물론 그때를 기준으로 보면 <1984>는 분명히 미래소설이다. 하지만 지금은 2000년대이므로 더 이상 미래 소설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는 이제 전체주의 체제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이미 지난 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그렇다면 <1984>는 오늘을 사는 우리와 무관한 소설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오늘날의 우리는 항상 감시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윈스턴이 하루 스물네 시간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받으며 생활했듯이 말이다. <1984>에 나오는 텔레스크린은 누가 보아도 가공할 감시 장치이자 강력한 통제 기구이다. 송수신이 동시에 가능한 그것은 어떠한 소리나 동작도 잡아내게끔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감시를 받는 사람이 그 사실을 전혀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조지 오웰이 이 소설을 쓴 1940년대에는 이런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공상처럼 들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이다. 잠시 주위를 한번 돌아보자. 은행, 백화점, 관공서 등 어디나 할 것 없이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하여 누군가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컨대 우리가 언제 얼마의 현금을 인출하는지, 어떤 물건을 사는지, 무슨 복장을 하고 공문서를 발급받는지를 감시하고 있다. 그 같은 감시는 도로에서도 행해진다. 도로 곳곳에 설치된 유선 카메라는 우리의 사소한 교통 법규 위반까지 체크한다. 우리는 그런 카메라 앞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심지어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의 초정밀 카메라로는 우리가 안방에서 무엇을 하는지조차 찍을 수 있다. -정회성, <1984> ‘옮긴이의 말’ 중에서 관점 넓히기 해커와 패킷 감청을 해보니 어떤 뉴스 보았는지 다 확인 당신이 인터넷을 하는 사이, 수많은 ‘패킷’이 네트워크를 오고 간다. 누군가 당신의 ‘패킷’을 훔쳐본다면 당신은 그 앞에 벌거벗겨진 셈이다. 당신이 접속한 사이트, 검색어, 선택한 페이지부터 메신저 대화 내용, 전자우편 내용 등 ‘클릭’과 ‘엔터’로 전송된 모든 내용을 누군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패킷 감청은 1990년대 초반부터 성행한 해킹 기술이다. 컴퓨터 간의 통신을 위해 미국 국방부에서 개발해 현대 인터넷에 사용하는 ‘TCP/IP 프로토콜’(통신상의 규칙과 약속)은 보안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탓에 패킷에 대한 암호화나 인증 등이 약하다. 그래서 패킷 감청에 무방비한 경우가 많다. 소프트웨어에 따라서도 다르다. 네트워크의 보안은 약한 상황에서 해킹 기술은 발전했다. 현재 감청을 돕는 ‘감청툴’은 공개 소프트웨어와 상용 소프트웨어로 나눠진다. 티시피 덤프(TCP Dump), 와이어샤크(WireShark) 등은 인터넷상에서 무료로 구할 수 있는 공개툴이다. 한 해커와 함께 와이어샤크를 이용해 해커 자신의 패킷을 감청해봤다. 와이어샤크를 실행한 창에는 끊임없이 그의 네트워크로 오가는 패킷이 나타났다. 그가 방문한 사이트 주소는 특별히 분석을 하지 않고 패킷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었다. 해커가 뉴스 기사를 클릭한 뒤 패킷 내용을 분석해봤다. 패킷의 내용을 복사해 하이퍼텍스트(html) 문서창에 붙이니 그가 방금 열어본 뉴스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화면에 나타났다. 패킷을 감청하고 분석하는 데는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실시간 도·감청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무시무시한 내용이지만 실은 우리 주변에서도 패킷 감청을 볼 수 있다. 주 사용자는 기업이다. 악성 패킷이 오갈까봐 감시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산업스파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직원들의 메신저·전자우편 내용 등을 감시하기도 한다. 또한 업무 시간에 야구 중계를 보거나 주식 투자를 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도 패킷을 본다. 최근에는 KT가 신규 예정 서비스인 ‘쿡스마트웹’에 영국 폼사의 패킷 감청 기술을 도입하려 한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패킷을 엿봐서 이용자의 관심사를 파악한 뒤 이 내용을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센터는 ‘KT는 한국 인터넷의 빅브러더가 되려 하는가’라는 논평을 통해 패킷 감청 기술 도입을 비판했다. -임지선 기자, <한겨레21> 제7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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