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홍대 사피엔스7에서.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음악] 청소년 밴드 탐방기
바이러스 독자 여러분 오랜만이다. 청소년 밴드 탐방이라는 주제를 잡은지는 반년이 되었는데, 이번 글이 고작 두 번째 글이다. 앞으로는 분발하겠으니 애독하여 주시라.
12월 31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09년의 마지막 날, 홍대 앞 사피엔스7에서는 밴드 4팀의 합동 공연이 열렸다. 그중 한 팀, DEFF9을 만나보았다.
1) 간단히 소개를 해달라.
저희는 2006년 여름, 그러니까 저희가 중3일 때 결성한 밴드입니다. 리더인 드럼 이영진, 기타 정창호, 기타 정지욱, 베이스 권오훈, 보컬 박성환으로 구성된 5인조 메탈 밴드입니다. 보컬인 성환이 형만 90이시고, 나머지 4명은 다 91입니다. 올해(09년)로 10대가 끝이죠.
2) DEFF9이라는 밴드이름, 도대체 뜻이 뭔가?
지욱(몽환적인 표정으로) : 제가 그냥 어느날 자다 일어났는데, 숫자 9가 땡기더라구요. 그리고 갑자기 DEFF라는 말도 땡겨서 그냥 만들었어요. 그냥 자다 일어나서. 원래는 아무 뜻이 없는 말이지만 앞으로 우리가 DEFF9이라는 이름의 뜻을 만들어갈 겁니다.
3)추구하는 장르 or 좋아하는 음악가
멤버 각자가 개성이 있어요.
기타 정창호 : 드림씨어터의 존 페트루치
기타 정지욱 : 익스트림, 메탈코어, 판테라의 다임벡 데럴
베이스 권오훈 : 헤비메탈, 펑키. 빅터 우튼(베이시스트)
보컬 박성환: 하드락, 메탈. 스키드로우의 옛 보컬 세바스찬 바하, 건즈 앤 로지스의 엑슬로즈
드럼 이영진: 프로그레시브, 메탈, 하드락. 드림 씨어터의 마이클 포트노이, 슬립낫의 조이 조디슨, 엑스 제펜의 요시키
멤버 각자 개성이 있지만 메탈이라는 큰 줄기를 가지고 있고, 서로 절충해서 나아가려고 합니다. 굳이 장르를 정할 것 없이 우리의 자작곡에서 나오는 DEFF9만의 색깔을 장르로 만들겁니다.
4) 자작곡들이 인상깊은데.
‘悲(비)’
보컬이 자신의 가슴아픈 사연을 직접 가사로 쓴 노래다. (필자주)
‘불광동 사나이’
세상의 더러운 모습을 보고, 세상에 찌든 많은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지만 용감한 불광동 사나이들은 가만히 있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영웅들이라는 내용을 가진 노래입니다. 사실 멤버 다 불광동에 살아요.
자작곡은 주로 기타 정지욱, 드럼 이영진이 쓰는데 지욱이에게선 ‘달리는’ 메탈이 나오고, 영진이에게서는 서정적이면서도 힘있는 노래가 나와요.
5) 밴드활동을 하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은?
하나. 마법의 컵라면
홍대에서 처음 합주할 때의 일이었어요. 06년도 눈오는 겨울이었지요.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악기도 제대로 칠 줄 모르던 초짜였죠. 무작정 홍대에서 아무 합주실이나 찾아갔는데, 왜 예약도 안하고 왔냐고 쫓겨났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합주실은 보통 예약을 해야 되거든요. 단돈 2만원을 들고 이곳저곳 합주실을 찾아다니고, 우여곡절 끝에 겨우겨우 합주하고 홍대앞 놀이터에서 컵라면 딱 하나를 사서 5명이서 나눠먹었어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데, 왠일인지 컵라면 국물이 줄지가 않더라구요. 눈이 계속 들어가서 5명이 먹는데도 라면국물이 계속 늘어났어요. 그런 눈물 젖은 라면을 먹었기에 우리가 지금까지도 함께하고,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둘. 메탈대장정
저희가 다닌 학원의 선생님들이 메탈 밴드셨어요. 우리가 계속 메탈을 중심으로 노래하는 것도 그분들의 영향을 받아서죠. 예전에 한번은 선생님들을 비롯한 프로 메탈 밴드 선배들이 주최한 ‘메탈 대장정’엘 갔다왔어요. 서울서 ‘메탈 대장정’이라고 쓰여진 깃발. 그것도 달력을 메다는 봉으로 만든 깃발을 들고 춘천까지 걸어갔어요. 그다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서로 합심해서 단합이 정말 확실하게 됐어요.
셋. 사나이캠프
메탈대장정을 다녀오고 다음엔 우리끼리 합숙캠프를 열었어요. 영하 8도의 어느 겨울날이었죠. 지하철 지축역 근처의 외딴 개울가에서 텐트를 치고 여름이불 딱 하나를 5명이 덮고 잤어요. 텐트도 그곳에서 겨우 구한, 그것도 여름 텐트였어요. 목공소에서 장작을 구해서 간신히 햄 하나를 구워먹고 얇은 텐트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자갈의 느낌을 참으며 겨우겨우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밝은 빛이 비치고 소리가 나서 밖으로 나가보니 탱크가 보이더라구요. 소총을 든 군인들이 손정등으로 우리를 비추고 있었고, 우리는 서로 총맞는 것 아니냐며 겁에 질렸어요. 알고보니 행군중이었더군요. 아, 그리고 멋모르고 깻잎을 불에 구웠다가 깨기름 냄새에 취해서 서로 이거 마약 아니냐고 헤롱헤롱대기도 했어요.
넷. 첫 번째 공연
그날은 3월 1일, 삼일절이었죠. 처음 했던 곡은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 이었어요. 첫곡의 첫마디에 창호의 기타줄이 끊어졌어요. 선생님께 이것좀 보라고 손으로 가리키는데 앞에 있던 관중들과 선생님들은 멋지다고, 엄지를 추켜세워서 당황스러웠죠. 그밖에도 그날, 일본곡들을 죄다 우리말로 바꿔서 불렀어요. 삼일절이니까요.
6) 부모님이나 주변의 시선에 힘든건 없었나?
주변에서는 딱히 그런게 없었어요. 그리고 저희5명 모두 부모님이 음악을 하는걸 이해해주시고 오히려 도와주기도 하셔요.
7) 입시도 바쁠텐데 얼마나 연습하나?
요즘은 입시철이라 실기연습에 바빠서 많이 합주를 못해요. 이번 공연도 한 4~5일 하루에 5시간정도 연습을 해서 준비한 거에요. 합주는 마포구청 근처의 값싼 합주실에서 해요.
8) 경기도 어렵고 음악해서 먹고살긴 더 힘들텐데
지금 이렇게 말하는건 좀 그렇지만, 저희의 바람은 이래요. 사실 저희가 원하는 메탈을 해서 먹고 살면 정말 좋겠지만, 인디밴드중 정말 잘하는 분들도 음악만으로 여유있게 살진 못하는게 현실이니까요. 저희는 저희가 추구하는 음악과 닮으면서도 최대한 대중적인 음악을 우선 할거에요. 그래서 메이저 기획사에 들어가서 나중에는 정말 저희 색깔의 음악을 하고 싶어요.
9) 인디씬에 대한 생각
인디밴드들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 많고, 게다가 저희 선생님들도 인디밴드를 하시는데 저희같은 아마추어 밴드가 함부로 말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요즘 느끼는 건 대중가요와 밴드음악이 너무 다르다는 거에요. 밴드가 전성기이던 때에는 대중가요가 곧 밴드였는데, 지금은 대중가요는 너무 상업화되고 밴드는 너무 독자적 세계관 위주라서 둘이 만나질 못하는 것 같아요. 때문에 정말 대단한 인디밴드 분들도 음악만으로 살지 못하니까 정말 안타깝죠.
10) 앞으로의 목표는?
홍대에서 정기공연도 하고, 저희 자작곡으로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서 메이저 기획사에 진출하는 거에요. 좀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음악에 집중해서 메탈리카나 드림씨어터처럼 세계적인 밴드가 되고 싶어요. 아직은 너무나도 부족하고 그들이 너무나도 위에 있기에 말하기조차 힘든 꿈이지만, 꿈을 바라면서 계속 열심히 해나가면 언젠가 될 거라고 믿어요.
필자는 개인적으로 메탈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X- japan 과 Guns and Roses 등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들의 노래가 더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이들의 에피소드는 끝난게 아니다. 미래에 진출할 예능을 대비해 아직 풀지 않은 이야기가 산더미같다고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TV에서도 이들의 노래와 입담을 듣고 싶다.
김용제 기자 takross@daum.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왼쪽부터 보컬 박성환, 기타 정창호, 드럼 이영진, 베이스 권오훈, 앉은 사람이 기타 정지욱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기타 정지욱. 뭔가 졸린 듯한 표정이 “난 뮤지션임” 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드럼 이영진의 드럼솔로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자작곡 悲(비) 를 부르고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메탈대장정이라니…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기타 정창호. 입담이 좋다. 에피소드 이야기는 다 이 친구가 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베이스 권오훈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TV에서도 이들의 노래와 입담을 듣고 싶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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