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복 교사의 인문학 올드 앤 뉴
안광복 교사의 인문학 올드 앤 뉴 /
[난이도 수준-고2~고3] 17. 민주주의는 경제 ‘프렌들리’한 제도일까?-아리스토텔레스에게 묻는다면
18. 행복한 밥상, 먹거리에 담긴 인문 정신
19. 다윈이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다면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헬렌 니어링 지음, 공경희 옮김, 디자인하우스
<돈가스의 탄생>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 뿌리와 이파리 1872년, 메이지(明治) 일왕은 앞장서서 쇠고기를 먹었다. 일본인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때까지 일본 사람들에게 고기는 치기 어린 불한당들이나 먹던 음식이었다. 육식을 못하게 하는 불교가 뿌리내린 지 이미 천 년, 일본인들에게 고기는 먹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굳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왜 메이지 일황은 쇠고기를 먹었을까? 서양인들의 큰 키, 그네들의 앞선 기술과 과학에 견주면 동양의 것들은 모두 하찮아 보였다. 일본 지식인들은 서양만큼 강해지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바꿔야 한다고 외쳤다. 먼저 먹거리부터 서양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허우대도 커지고 힘도 세지지 않겠는가. 바야흐로 육식은 ‘문명개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쇠고기야말로 개화(開化)의 약국이며 문명의 양약(良藥)이다!”
하지만 입맛을 바꾸기가 어디 쉽던가. 사람들은 좀처럼 고기에 입을 대지 못했다. 그래서 나온 음식이 샤브샤브이다. 일본의 전골 요리에 생선 대신 고기를 넣었다. 그러곤 된장과 간장으로 양념을 한다. 서양인들의 음식 재료로 일본 요리를 만든 셈이다. 돈가스는 원래 커틀릿이란 영국 요리에서 왔다. 돈가스란 돼지고기(豚)로 만든 커틀릿이란 뜻이다. 돈가스로 바뀐 커틀릿은 밥에 어울리는 반찬이 되었다. 나이프와 포크를 쓸 필요가 없이 젓가락질하기 좋게끔 썰어져 나올뿐더러, 머스터드소스로 간까지 배어 있다. 이처럼 서양요리는 일본에서 양식(洋食)으로 다시 태어났다. 양식은 서양의 음식이지만 정작 서구에는 없는 일본식 요리이다. 이처럼 한 나라의 음식은 온전한 모습 그대로 다른 나라에 뿌리내리는 법이 없다. 우리의 식탁도 마찬가지다. 우리네 집과 입맛은 유럽이나 미국인들의 것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먹거리만큼은 여전히 ‘조선식’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김치에 밥이 있어야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었다고 여긴다. 철학자 포이어바흐는 “한 사람이 무엇을 먹는지를 알면, 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몸에 밴 입맛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점을 볼 때, 이 말은 옳다. 그렇다면 음식을 살펴보면 우리가 누구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밥상을 찬찬히 살펴보자. 상차림에는 우리 자신을 살펴보게 하는 정보들이 가득 담겨 있다. 우리는 배가 고플 때만 먹지 않는다. 끼니때가 되면 무엇인가를 먹어야 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없는 입맛을 돋우는 맛있는 음식을 찾는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헬렌 니어링 지음, 공경희 옮김, 디자인하우스
<돈가스의 탄생>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 뿌리와 이파리
헬렌 니어링 지음, 공경희 옮김, 디자인하우스
<돈가스의 탄생>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 뿌리와 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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