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이번 방학에도 청소년 리더십캠프에 참여해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기 살리기 캠프’였는데 초등학교 6학년 모둠부터 중·고등학생 모둠까지 1개 모둠당 10여명씩으로 묶여 운영됐다. 이런 종류의 캠프에서는 보통 부모한테 끌려온 아이들이 많아 처음에 마음을 열지 않고 친구들과도 교류하지 않는다. 강사들도 애를 먹는다. 하지만 조금씩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게 하고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인정하게 하면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친구들과 깊은 유대감과 우정을 나누게 된다. 2박3일 일정이 끝난 뒤 대부분이 밝아진 얼굴로 집에 돌아갔다. 그 순간 정말 보람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이렇게 해맑은 얼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지도 생각한다. 강사들이 쓰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공감과 수용, 무조건적 지지다. 예를 들어 모둠을 시작하면서 규칙을 만들자는 제안에 “그런 규칙은 꼭 만들어야 하나요?”라며 불만에 찬 목소리로 대들듯이 말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때 강사가 “규칙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구나. 그것도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인정해주자, 아이는 머쓱한 표정으로 주춤했다. 강사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고 하자, 아이는 좀 생각을 하더니 “규칙 없이도 자발적으로 한다면 그게 더 좋은 것 아닌가요?”라는 말로 정리했다. 결국 아이도 모둠이 잘 돌아가기를 원한다는 걸 확인한 셈이었다. 강사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게 있다. 아이들은 그대로 놔두고 봐주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어떤 것을 각자 발표하자고 제안할 때마다 한두 명의 적극적인 아이들이 발표하고 나면 으레 침묵이 흐른다. 이럴 때도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면 하나씩 나서서 발표를 하게 된다. 이때 충분히 아이를 인정해주면 아이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끝까지 발표하지 않더라도 그것도 그대로 인정해준다. 그러면 대부분 다음 활동에는 좀더 긍정적으로 변한다. 강사진 중에는 현직 교사도 있었는데 “학교에서도 이렇게만 하면 아이들이 좀더 생기를 찾을 텐데 하고 반성하게 된다”고도 했다. 부모들은 보통 아이가 못마땅한 태도나 행동을 보이면 곧바로 교정하려 든다. 지금 이 모습이 인생 전체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얼마 전에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중학교 수학교사였던 분인데 한 유명 가수의 중학생 시절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다. 그는 성적도 바닥이었던데다 태도도 냉소적이었단다. 끼나 음악적 재능도 없었다. 그런데도 한국음악사의 획을 긋는 대스타가 되더라는 것이었다. 그분은 “지금의 단편적인 모습으로 아이들을 걱정스럽고 한심하게 보는 부모들이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움직일 때까지 편한 마음으로 지켜보자. 조심스럽게 조금 움직이기 시작하면 진심으로 인정하고 축하해주자. 이것이 바로 아이들의 기를 살리는 일이다. 기만 살아 있으면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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