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 “우라질네이션”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학생기자들의 외모탐구생활
‘루저’들 방학때 성형외과 가요, 손가락질에 상처받았어요
선생님도 외모로 사람 판단해요, 예쁜애와 벌도 차별해요
‘루저’들 방학때 성형외과 가요, 손가락질에 상처받았어요
선생님도 외모로 사람 판단해요, 예쁜애와 벌도 차별해요
‘실력’뿐 아니라 ‘외모’도 스펙인 시대다.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20대, 요즘 그들의 큰 고민은 바로 ‘외모’다. 청소년들 역시 “잘생기고 키가 크고 예뻐야 한다”는 과도한 강박에 시달린다. 덕분에 방학 동안 ‘대박’을 기대하며 늦게까지 문을 여는 성형외과도 많다. 청소년들은 외모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외모지상주의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일까? <아하!한겨레> 학생기자들이 친구들을 통해 지금 시대, 청소년들이 느끼는 외모에 대한 생각을 텔레비전 프로그램 <남녀탐구생활> 말투를 빌려 정리해봤다.
■ 학원 가는 길
남학생? 여학생 몰라요. 여학생? 남학생 몰라요. 선생님? 학생 잘 몰라요. 그렇지만 사소한 것부터 사람 안 보고 외모로 판단하는 건 똑같아요. 겨울방학 보충수업이 끝난 전북 ㅅ고 남학생 세 명, 버스 정류장에서 학원 버스를 기다려요. 한명(이하 ‘루저’)은 ‘몸짱’에다 얼굴은 투피엠 멤버 옥택연 닮았지만 키가 작아요. 또 한명(이하 ‘뚱보’)은 얼굴 하얗고 키도 크지만 뚱뚱해요. 하나씩 치명적 ‘흠’이 있어요. 남학생들, 건너편에 지나가는 여학생을 발견했어요. “야! 여자다.” 루저 말하자 뚱보 대답해요. “쟤네 ○○여고 애들이야. 한쪽 몸매 ×어.” 루저 깊이 있는 분석 들어가요. “예쁘냐? 대박과 폭탄이 같이 다녀.” 뚱보 자기 생긴 건 모르는지 집중 분석 시작했어요. “왼쪽 애 완전 개그 상(얼굴)인데? 다리는 뭐냐. 무릎으로 기어오냐.” ‘지들도 루저면서….’ 건너편 여학생들, ‘여자루저’와 ‘혜교’는 무심한 듯 보이지만 의식하고 있어요. 여자루저 기분 완전 상했어요. “너보고 수군거린 거 맞지? 미치겠다. 나 코 좀 높일까? 얼굴 크기랑 키는 어쩔 수 없잖아.” 혜교 여유 있는 미소로 대답해요. “그래. 튜닝 좀 해. 요새 ○○성형외과 특별세일 하더라. 학생이면 할인해줄걸.” 그래도 봐줄 만하다고 할 줄 알았는데 친구가 이렇게 말하니 여자루저 은근 마음 상했어요.
■ 성형외과
때는 2009년 11월9일. ‘루저의 난’이 터졌어요. 한 여대생이 방송에 나와 이상형의 키를 말한 사건 말이에요. “180㎝ 이하 남자는 ‘루저’다”라는 말에 남녀노소 발끈했어요. 왜? 사실 남자 키가 어느 정도 돼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해왔잖아요. 정신과의 송형석(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은 “누구나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데 이런 이야기들이 공론화되고, 수면 위로 올라오자 발끈하게 된 것”이라고 했어요. 그렇잖아도 외모에 민감할 나이인 청소년들은 난리도 아니에요. ‘루저’ 소리 들을까 걱정됐는지 깔창이 불티나게 팔려요. 올해도 얼굴 작고, 피부 좋고, 팔다리 길고, 머리 작은 사람이 예쁨 받아요.
요즘 학생들, 방학이면 정말 바빠요. 학교 보충수업 갔다가 학원 갔다가 성형외과 상담도 받아야 해요. 방학 때 성형외과는 대목이에요. 강남 ㄴ성형외과 이아무개 원장은 “평소에도 성형하는 학생 비율이 전체 손님의 15%에 이른다”고 했어요. 전주의 ㅅ고에선 얼마 전 12명이 단체로 쌍꺼풀 수술을 받은 일이 있었어요. 요즘 쌍꺼풀은 기본이에요. 방학이면 성형외과 진료시간이 따로 없어요. 수술실 불이 늦게까지 꺼지지 않아요. 성형수술 비용을 대주는 대출 회사도 나왔어요.
■ 교실
청소년 성형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어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서 그리고 세상이 손가락질하기 때문이에요. 생긴 거 갖고 대놓고 뭐라 하는 일도 많아요. 본인들 얼굴은 생각도 안 해요. ‘어처구니 쌈 싸먹는’ 제보도 있어요. 중학교 때까지 아나운서를 꿈꿔왔던 ㅂ외고 ㅈ양. ㅈ양 어느 날, 담임이 “그 얼굴로 무슨 아나운서를 하느냐?”는 말에 마음 완전히 상했어요. 꿈을 접진 않았지만 꿈에 대한 관심도가 뚝 떨어졌어요. 교사들의 보이지 않는 차별도 무시 못해요. 예쁘면 매도 덜 맞아요. 서울 ㅅ여고 ㅂ양은 과학시간에 있었던 일화를 제보했어요. “예쁜 친구와 뚱뚱한 친구가 똑같이 떠들어서 벌을 받는데 뚱뚱한 친구가 벌 받다가 몸을 비틀자 그 학생을 때렸어요. 평소에도 ‘이왕이면 예쁜 애들 보는 게 더 좋다’면서 차별대우를 하는 경향이 강한 선생님이었어요.” 어른들도 이중적이에요. 이런 일 겪으면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자신을 부정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여기다 친구마저 없으면 슬퍼요. 대인관계는 물론이고 공부도 하기 싫어져요. 자신감 ‘제로’예요. 대안은 있어요. 성형하면 되는 거예요. 골치는 아파요. 돈 있어야 하고, 해놓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일도 많아요. 키와 머리 크기, 얼굴 크기는 도저히 수술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 심각하게 좌절해요. 낳아준 부모님을 원망해요. 전북외고 강현준 교사(사회문화 담당)는 이런 일화도 들려줬어요. “평소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외모나 연예인, 대중문화에 대해서 대화를 해보면 내가 아무리 외모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해도 곧이곧대로 듣는 학생이 없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뭘 몰라서 그런다는 확실한 불신의 느낌을 받았죠.” ■ 텔레비전 ‘이런 우라질네이션!’ 다 그놈 때문이에요. 텔레비전이 한몫 단단히 했어요.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은 다 예쁘고 잘생기고 키도 커요. 성형외과 힘을 빌렸어요. 연예인뿐 아니라 유명인들의 과거 사진이 올라오는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한국방송 <샴페인> 프로그램의 ‘이상형 월드컵’을 보면 신경질나고 불안해요. 이상형 사진에 개그우먼 신봉선처럼 전형적인 미인이 아닌 사람이 등장하면 모두 비웃어요. 나도 웃음거리 될까봐 살 빼고 성형수술 고민해요. 방송에서 나오는 성형 미남과 미녀 기준을 대입해 봐요. 잠깐, 외모지상주의 이거 누구 잘못인가요? 명덕외고 조영걸 교사(역사 담당) 이야기가 흥미로워요. “이른바 ‘옷발’이라 불리는 옷을 통한 표현의 자유도 주어지지 않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처음 보는 상대에게 자신을 표현할 방법은 외모밖에 없어요. 단, 외모에만 100%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 자체는 가치 퇴색의 결과죠”라고 했어요. 상담심리 전문가 최인화씨는 이런 이야기도 해줬어요. “예쁜 사람을 보면 시선이 더 가는 걸 보고 잘못됐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예쁘다는 거 하나로 내가 평가받는 게 아니라는 걸 청소년들 스스로도 알아야겠죠.” 강민경(명덕외고2) 강별(전북외고2) 김예은(김포외고1) 이현구(대구경신고1) <아하!한겨레> 학생수습기자 2기 박건영(수도여고2) <아하!한겨레> 학생기자 1기
외모지상주의 “우라질네이션”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청소년 성형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어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서 그리고 세상이 손가락질하기 때문이에요. 생긴 거 갖고 대놓고 뭐라 하는 일도 많아요. 본인들 얼굴은 생각도 안 해요. ‘어처구니 쌈 싸먹는’ 제보도 있어요. 중학교 때까지 아나운서를 꿈꿔왔던 ㅂ외고 ㅈ양. ㅈ양 어느 날, 담임이 “그 얼굴로 무슨 아나운서를 하느냐?”는 말에 마음 완전히 상했어요. 꿈을 접진 않았지만 꿈에 대한 관심도가 뚝 떨어졌어요. 교사들의 보이지 않는 차별도 무시 못해요. 예쁘면 매도 덜 맞아요. 서울 ㅅ여고 ㅂ양은 과학시간에 있었던 일화를 제보했어요. “예쁜 친구와 뚱뚱한 친구가 똑같이 떠들어서 벌을 받는데 뚱뚱한 친구가 벌 받다가 몸을 비틀자 그 학생을 때렸어요. 평소에도 ‘이왕이면 예쁜 애들 보는 게 더 좋다’면서 차별대우를 하는 경향이 강한 선생님이었어요.” 어른들도 이중적이에요. 이런 일 겪으면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자신을 부정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여기다 친구마저 없으면 슬퍼요. 대인관계는 물론이고 공부도 하기 싫어져요. 자신감 ‘제로’예요. 대안은 있어요. 성형하면 되는 거예요. 골치는 아파요. 돈 있어야 하고, 해놓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일도 많아요. 키와 머리 크기, 얼굴 크기는 도저히 수술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 심각하게 좌절해요. 낳아준 부모님을 원망해요. 전북외고 강현준 교사(사회문화 담당)는 이런 일화도 들려줬어요. “평소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외모나 연예인, 대중문화에 대해서 대화를 해보면 내가 아무리 외모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해도 곧이곧대로 듣는 학생이 없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뭘 몰라서 그런다는 확실한 불신의 느낌을 받았죠.” ■ 텔레비전 ‘이런 우라질네이션!’ 다 그놈 때문이에요. 텔레비전이 한몫 단단히 했어요.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은 다 예쁘고 잘생기고 키도 커요. 성형외과 힘을 빌렸어요. 연예인뿐 아니라 유명인들의 과거 사진이 올라오는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한국방송 <샴페인> 프로그램의 ‘이상형 월드컵’을 보면 신경질나고 불안해요. 이상형 사진에 개그우먼 신봉선처럼 전형적인 미인이 아닌 사람이 등장하면 모두 비웃어요. 나도 웃음거리 될까봐 살 빼고 성형수술 고민해요. 방송에서 나오는 성형 미남과 미녀 기준을 대입해 봐요. 잠깐, 외모지상주의 이거 누구 잘못인가요? 명덕외고 조영걸 교사(역사 담당) 이야기가 흥미로워요. “이른바 ‘옷발’이라 불리는 옷을 통한 표현의 자유도 주어지지 않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처음 보는 상대에게 자신을 표현할 방법은 외모밖에 없어요. 단, 외모에만 100%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 자체는 가치 퇴색의 결과죠”라고 했어요. 상담심리 전문가 최인화씨는 이런 이야기도 해줬어요. “예쁜 사람을 보면 시선이 더 가는 걸 보고 잘못됐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예쁘다는 거 하나로 내가 평가받는 게 아니라는 걸 청소년들 스스로도 알아야겠죠.” 강민경(명덕외고2) 강별(전북외고2) 김예은(김포외고1) 이현구(대구경신고1) <아하!한겨레> 학생수습기자 2기 박건영(수도여고2) <아하!한겨레> 학생기자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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