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남고에 다니는 조혁준(19)학생 ⓒ 조혁준
[민주주의] 2008년 촛불집회 참여한 한 청소년과 인터뷰
작년 6월 전주로 ‘청소년 시국선언’ 관련 취재를 나간 적이 있다. 그 당시 전주에서 시국선언을 주도한 한 학생의 부모가 시국선언 장소에 나와 그 학생을 나무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들 이런 거 안합니다. 당신들(취재진)이 우리 아들 대학 못 가거나 잘못되면 책임질겁니까?”
해당 학교에서 학생이 시국선언을 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집에 전화를 한 상황인 걸 알고,부모가 자식걱정에 그렇게까지 한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요즘 그런 고민을 많이 한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사회적인 활동’을 하면 안된다는 기성세대의 목소리가 과연 정당화할 수 있는건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정말 많이 생각한다.
그래서 마침 ‘시국선언, 촛불집회’와 같은 ‘사회참여활동’과 관련해 많은 것을 겪은 한 청소년과 인터뷰를 해보았다.
시국선언에 참여하지 않은 어머니, 그러나 학교에 불려가.... 그 이유는?
- 부모님께서 작년 시국선언 당시 어떤 불이익을 받았다고 들었는데요?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건 아닌데요. 정말 정신적인 고통은 극에 달했죠. 작년 ‘6월항쟁’기간 때 전국적으로 ‘시국선언 붐’이 일었잖아요. 그 당시 우리 엄마는 사실 정치에 어떠한 관심도 없으신 분인데 집으로 갑자기 ‘시국선언 명단’에 어머님의 서명이 올라왔다고 교육청인가? 법원인가? 거기서 서류가 날아와서 학교에 참석하라고 하셨어요. 엄마 외에도 다른 동료선생님들 또한 참여를 안했는데 전부 시국선언에 동참했다고 서류가 날아왔다고 했어요. 참고로 저희 어머니는 교총이나 전교조(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연합)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는데 그런 혐의을 받았다는 게 말이 안돼요.
- ‘시국선언’에 전혀 참여도 하지 않았고 아무 혐의도 없는데 그랬다는 게 이상한데요. 실제로 어머님께서 ‘정치적인 움직임’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건가요?
어머님께서 말씀하시길 정부차원에서 ‘이번 기회에 교사들을 전부 잡아버리려고 한다’고 하셨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체 교사에게 보내진 서류에서도, 어머님의 서류라 자세히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시국선언 서명서에 XXX님의 서명이 올라왔다고, 확인절차를 위해 학교에 서류를 지참해서 오라고 했었습니다. 정말 정부의 ‘수상한 의도’때문이지 우리 엄마는 아무관련도 없는 분이세요. 저도 제 일이 아니다보니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것 때문에 학교에 여러번 불려다니셨어요.무엇보다 아무것도 안한 것이 확실하고 엄마도 교사생활 30년을 해오는동안 이런일을 겪은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에 그 정도로 끝났다고 했었습니다.
집에선 안좋게 볼지라도 내겐 소중한 경험이었던 ‘촛불집회’
- 아들 입장에서 엄마가 이런 일들때문에 고통을 겪는 것을 지켜보면서 어땠습니까?
“굉장히 불쾌했죠. 사실 이런 일들이 있다보니깐 저도 시국선언이라던지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지만 부모님께서 피해입을지도 모른다고 절대하지 말라며 집에서조차 저를 단속하셨어요. 저희 아버지도 공사에서 일하시고 어머님도 교사이시다 보니 아무래도 이런 일에 엮이면 별로 좋지 않다고 하셨고요. 그렇지만 그 해프닝으로 인해 제가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고 무언가 생각하게 됐죠.”
- 평소에 시사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아는데 그것의 계기가 재작년 ‘촛불집회’ 덕분인가요?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촛불집회’에 나가면서 정말 무언가 느낀 게 많았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엄마가 그런 일로 고통받으면서 동시에 저도 성숙해진 거 같고요.”
- 그럼 부모님께서 ‘사회참여’ 같은 것을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해요?
“사실 ‘촛불집회’ 전까지는 전혀 관심도 없었고,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러나 그렇게 참여해본 이후에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는 것을 알았고 그 권리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도 알았어요. 그리고 나 자신뿐만이 아니라 그런 ‘사회적 활동’이 공동체를 위해서 더욱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도 느꼈어요. 물론 제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우리 다음세대를 위해서라도 ‘현실참여’를 적극적으로 해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소년’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알아달라!
- 그런데 부모님께서도 그렇고 이 정부에서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에게 그저 공부하라고 하잖아요?
“그렇게 시위현장에 나가서 활동하는 것도 소중한 ‘현장학습’이고 ‘공부’인 것 같아요. 다만 그것을 못하게 하는 사람과 어른들이 있다는 것은 무언가 찔리거나 못하게 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겠죠. 현대 국가에서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이 ‘정치와 민주주의’를 가장 잘 배울수있는 아주 좋은 학습의 장이 ‘사회참여활동’인데 그것을 못하게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 살지 말라는 것과 같죠.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당연한 권리인걸요.”
- 정부나 윗선의 어른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요?
“학생인 동시에 청소년인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무언가가 잘못됐다고 느껴져요. 가장 저에게 가까운 ‘교육제도’라든지 넓게는 ‘원전수주’부터 ‘세종시’까지 뭔가 잘했다라는 느낌보다는 항상 뭔가 아쉽고 부족하다고 느껴져요. 아마 높으신 분들은 자기 딴에서는 잘했다고 포장하지만요. 자기딴에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이해한다고 실시하는 정책들도 서민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하는 것 같아요. 뭐 가장 큰 문제가 그거인 것 같아요. ‘교육정책’도 그래요. 교육의 주 대상인 청소년들의 여론은 전혀 반영하지 않잖아요. 물론 어른들이 ‘청소년기’를 경험하지 못한건 아니지만, 우리가 초등학생을 가끔씩 이해 못 하는 것처럼 어른들도 청소년의 모든걸 다 이해할 수는 없죠. 그러나 정부나 공직자들은 적어도 진심으로 이해하려하고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려는 노력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점이 전혀 없어요.”
‘청소년 시절’에 많은 ‘공부’를 해야하는 건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공부’가 앉아서 단순히 대학가기위해 비자발적으로 하는 공부라면 그것은 정말 ‘비교육적’이다. 마찬가지로 정말 많은 공부를 해야하는 청소년기에 다채로운 ‘현장공부와 체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자신이 원해서 스스로 한다는 ‘사회참여활동’을 굳이 말릴 필요가 있을까? 더군다나 현대사회는 ‘민주주의 체제’라는데 ‘사회참여활동’이 과연 현실적으로 정말 불이익만 가져다주는 백해무익인 경험일까? 그것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부모라면, 그것이 청소년 개인의 자발적인 행위로 한 것이라면 권하지는 못할망정 억지로 못하게 막지는 않을 것이다.
박효영 hyobal22@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사시국선언’을 지지하는 청소년단체 ⓒ 바이러스
2008년 미국산쇠고기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나온 청소년 ⓒ 바이러스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