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고등학교 지역의 개인과외 증가 현황(서울 제외)
해운대구 52% 등 대부분 개인과외 평균 웃돌아
고교다양화 효과 퇴색…특목고 지역도 강세 여전
고교다양화 효과 퇴색…특목고 지역도 강세 여전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따라 도입된 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공립고가 들어선 지역에서 개인과외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등을 통해 사교육비를 크게 줄이겠다는 정부 구상과 배치되는 상황이 교육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23일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만든 ‘자율고 위치 지역 사교육 증가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자율고가 있는 전국 10개 지역(서울 제외) 가운데 8곳이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동안 개인과외 증가율이 전국 평균(16.6%)보다 높았다. 이들 지역에서 개인과외가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해 7월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자율형사립고 설립 계획에 따라 16개 시도 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를 지정해 발표한 시점이다.
해운대여고가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된 부산 해운대구는 지난해 상반기 개인과외 건수가 615건에 그쳤으나, 하반기에는 935건으로 52.0%나 증가했다. 해운대구의 개인과외 건수는 2008년 하반기에는 오히려 104건이 줄고 2009년 상반기에는 51건이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2009년 하반기에는 상반기 증가 건수의 6배가 넘는 320건이 늘었다.
세마고가 자율형공립고로 전환된 경기 화성·오산 지역은 상반기 547건에서 하반기 863건으로 6개월 사이에 57.8%나 증가해 전국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또 자율형사립고인 송원고가 오는 3월 개교하는 광주 서부 지역은 2008년 상반기 97건, 2008년 하반기 56건, 2009년 상반기 85건이 느는 데 그쳤으나 2009년 하반기에는 196건이 증가했다.
권영길 의원은 “학파라치 시행으로 음지에 있던 개인과외가 양성화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것만으론 자율고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개인과외가 급증한 것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며 “외국어고, 자립형사립고에 이어 자율고가 제3의 명문고가 될 거라는 사교육 마케팅에 학부모들이 흔들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외고가 새로 생긴 지역에서도 사교육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3월 충남외고가 개교한 충남 아산 지역의 경우 개인과외 등록률이 기공식이 있었던 2007년 2월 이후 급증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는 6개월에 평균 3~4건씩 증가하다 2007년 상반기부터 20~40건씩 늘어나기 시작해 2009년 하반기에는 70건이나 증가했다. 아산 지역은 2006년 6월에 영어학원이 13곳이었으나 2009년 12월에는 38곳으로 크게 늘었다.
송인수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공동대표는 “학부모들에게 외고, 자사고, 자율고 등은 대학입시에 경쟁력이 있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교육과정은 다양화하되 학교 형태는 단순화해야 하는데, 일반계고 안에서도 자사고, 자율고 등을 만들다 보니 사교육 수요가 자꾸 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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