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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청소년에게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등록 2010-03-22 14:20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청소년칼럼] 아르바이트 권리 침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패스트푸드 알바해보니 가장 먼저 느낀 것, 싸구려 취급

바로 몇개월 전, 유명 패스트푸드 점에서 1달 간 일을 했던 적이 있다. 청소년들이 이른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얼마나 무시를 받고 때로는 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던 건 아니지만, 직접 겪어보니 실태는 심각했다. 내가 일했던 곳은 유명 패스트푸드점이었기 때문에 최저임금 같은 ‘가시적인’ 근로기준법은 어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노동환경은 전혀 인간적이지 않았다.

일단 일을 해보고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내가 하는 일이 참으로 ‘싸구려’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오전 7시 이전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을 했고, 주 40시간 가량을 일했지만 한달에 받는 돈은 턱없이 적었다. 최저임금을 지킨 게 그 정도라니, 최저임금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았다.

노동강도는 쎈 편이었다. 내가 일했던 곳은 런치타임이나 식사 시간이 아닌데도 손님은 끊임없이 들어올 정도로 전국 점포 매출이 최고인 곳 중 하나였다. 그러나 손님들의 수에 비해 노동인력은 주문이 겨우 밀리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인력만 유지하고 있었다. 쉴 틈 같은 것은 없었다. 앉아 있기는커녕 아무 할 일 없이 서 있기만 해도 나는 그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하루 8시간 이상을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1시간의 휴게시간을 누릴 수 있었던 날이 1달의 근무기간 동안 한 손으로 꼽아볼 수 있을 만큼밖에 되지 않았다. 딱 30분의 휴게시간이 주어지곤 했는데, 그것은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노동자의 권리라고 생각하고 당당히 쉴 수는 없었다. 점포의 분위기는 좀 쉬고 하라고 배려해주는 것이니, 감사하며 쉬어야 하는 분위기였다.

피 떨어지는데, 지혈조차 못하고 일해

다음으로,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긴 하지만 상해 시 제대로 보상을 해주거나 치료를 제공해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손이 뾰족한 것에 찔려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도 지혈조차 제대로 못하고 일할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조심 좀 하지’라고 말 한 마디 들은 게 전부 였다. 게다가 나는 몇 달이 지나도 흉터가 남아있는 화상을 일하면서 2번 당했지만, 통증이 매우 심했음에도 연고만 바르고 일을 해야 했다.

청소년이기 때문에 모욕적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주로 신체적인 협박과 폭행의 문제였다. 나는 일하는 중 실수를 하거나 했다는 이유로 직장 상사에게 폭행을 당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내가 일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공공연한 일이었다. 협박과 욕설은 물론, 도구로 손바닥을 때리는 것도 자주 있었다.

노동자들 중에서도 수능을 본 예비 대학생들이나 나 같은 청소년들만 그런 폭력을 겪었다. 나는 이게 내가 일한 점포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를 가서도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청소년 노동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 - 체벌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 때문일까? 학교, 학원, 집에서의 체벌 뿐 아니라 노동현장에서의 체벌까지 용인되는 모습은 청소년들이 사회적으로 처해 있는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업주들, 청소년 알바 기본 의무도 지키지 않아

왜 청소년들의 노동 현실이 이렇게 열악한 것일까? 업주들은 임금 절감을 위해 청소년을 고용하여 저임금으로 일을 시키지만, 실제로 기본적인 의무도 잘 지키지 않고 있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사회는 청소년들을 공부만 해야 하는 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고 이로 인해 청소년들의 노동은 용돈벌이로 평가 절하되고 있다. 청소년들은 사회적 약자이고 미숙련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저임금 노동에 모욕적 대우에 노출되기 쉽기도 하다.

게다가 우리의 사회는 청소년 노동에 관한 의식과 지원도 매우 허술하다. 학교에서 청소년들에게 노동인권에 대해 교육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는 아르바이트를 교칙으로 금하고 있는 학교들마저 제법 된다. 결국 청소년들은 근로기준법을 비롯하여 노동법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무지도 청소년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만든다. 설령 알고 있다 하더라도 나처럼 불이익을 우려해서 말을 못 꺼내는 경우가 많다. 언제든지 짤릴 수 있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결국, 청소년들은 강도가 높지만 저임금 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장기간 노동을 하는데도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마련하기 힘들다. 나는 당시 가정에서 진로 등에 대한 부모님과의 의견 차이로 잠시 가출을 하여 혼자 살아갈 생계비를 벌어야 하는 입장에 있었다. 최저임금을 받고 풀타임으로 일했는데도 생활비를 마련하기가 어려웠는데, 최저임금조차 못 받으며 일하고 있는 많은 청소년들은 어떨 것인가? 궁지에 몰린 나에게, 사회는 매우 냉정하고 비인간적으로만 느껴졌다.

청소년을 위해, 바꿔야할 때

내가 일했던 곳은 서울역 근처에 있었다. 서울역에 가보셨으면 알겠지만, 서울역에는 “청소년들은 미래의 희망입니다”라는 간판이 크게 세워져 있다. 하지만 그 간판이 내다보이는 바로 그 일터에서, 청소년들은 무시받고 차별당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에 내몰려 있었다. 청소년은 미래의 희망이라는 말이, 청소년들은 현재에는 무시당하고 인권을 침해당해도 된다는 말, 청소년들은 권리와 행복을 미래로 유예한 존재라는 말이 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이 사회가 말하는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들을 보호하자는 말이란, 청소년들을 사회가 정한 작은 틀에 끼워 넣고 우겨 넣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틀(가정, 학교, 학원)을 벗어나는 나처럼 일하는 청소년들은 아웃오브안중인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출퇴근길에 그 간판을 볼 때마다 들었다.

그럼 청소년 노동자를 비롯하여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노동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중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정부 정책은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장들이 법을 어기진 않았나 일회성 단속을 하는 방식에 그쳤지만, 더 적극적으로 좀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정책도 필요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나는 청소년들 스스로 자신들의 인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하고, 청소년들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그 노동조합이 같이 변화를 만들어간다면 노동 현장에서부터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윤동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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