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의 미래직업탐방 / 동물원큐레이터
큐레이터라고 하면, 전시와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불멸의 화가 고흐전’, ‘빛의 화가 모네전’ 등은 바로 큐레이터의 손을 거쳐 기획된 미술전시회다. 큐레이터는 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일하지만, 동물원에도 전시기획 업무를 하는 큐레이터가 있다.
서울대공원 동물기획과 송혜경(31·사진) 주무관은 동물원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동물의 모습을 전시하기 위해 동물원 기획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동물원 큐레이터다. 그는 동물이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지를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고,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이 야생과 비슷한 환경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가장 자연과 가까운 생태환경을 조성한다.
또 유인원관이나 비버전시관 등과 같은 새로운 동물 전시를 기획하기도 한다. 특히 송 주무관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이다. 동물행동 풍부화는 동물에게 야생의 본능을 되살려주고 부족한 움직임을 늘려주는 일종의 야생동물 복지프로그램을 말한다. 예를 들어, 침팬지가 나무 타는 본능을 발현하도록 우리 안에 나무구조물을 설치하거나 흙 속에 미어캣의 먹이를 숨겨주고, 미어캣이 사막에서 땅속 곤충을 찾아 잡아먹듯 먹이를 ‘찾아’ 먹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 등을 한다.
송 주무관은 “어릴 적부터 ‘어린이 동물교실’에 참여할 정도로 동물을 무척 좋아했고, 지속적으로 동물원에서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꿔왔다”며 “자라면서 내가 자연을 참 좋아한다는 사실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때 동물 또는 식물의 모양을 구분하고 분류하는데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처럼 동물원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동물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자연 전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동물원을 단순히 동물의 생김새를 ‘확인’하고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 야생에서 동물을 만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송 주무관은 “그런 점에서 동물원 큐레이터는 자연과 자연 속에 살고 있는 동물을 많이 만나봐야 한다”고 했다. 이 분야와 관련한 대학 전공 학과는 생물학, 생명과학, 야생동물수의학 등이 있다. 실제로 송 주무관은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공부하고 석사 때 ‘생태학’을 전공한 것이 동물원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올해로 국내 동물원 역사는 101년째를 맞았다. 동물복지, 기획, 운영에 대한 업무가 전문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개척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는 가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면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한 직업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