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차를 운전하는데 아내가 ‘차 좀 천천히 몰아요’라고 말하면 어떨까요?” 하고 질문하면, 대부분은 ‘화가 나지만 참는다’고 답한다. 참지만 어떤 때는 냉랭하게 되고, 심하면 말싸움도 할 것이다. 왜 그럴까? 아내가 ‘부정적 스토리’를 썼기 때문이다. 어쩌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지만, 그때마다 화를 낼 수 없으니 참게 되고 참으면 화는 쌓이게 된다. 그러나 내 생각에만 갇혀 있지 말고 상대방의 상황이나 처지에 집중하면 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아내가 어떤 감정이어서 저런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차를 빨리 운전하니까 아내가 불안한가 보구나’라고 생각하는데도 과연 화가 날까? 얼마 전 코칭 워크숍에서 중3짜리 아이를 둔 엄마의 하소연을 들었다. 딸을 강제로 영어학원에 보냈는데 그 뒤로 아이가 엄마를 완전히 무시하고 대화가 단절됐단다. 사과도 해보고 대화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아이의 반응이 시큰둥했다고 한다. 관계가 개선되기는커녕 더 화를 내고 끝낸 게 벌써 여러 번이고, 이젠 시도하기조차 겁난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애쓰는 엄마만 생각하면, 진심을 모르는 아이가 야속할 수 있다. ‘아이가 어떤 상황일 것 같으냐’고 내가 물었다. 한참 생각한 끝에 엄마가 입을 열었다. ‘엄마가 제대로 사과하지도 않은 것 같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고, 뭔가 진지하게 얘기하다가도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게 믿음이 안 갈 것 같다’는 답이었다. ‘아이도 엄마와의 관계 개선을 원하지 않을까’라고 묻자,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럴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런 아이를 봐도 화가 나느냐’고 물었다. 엄마의 눈가가 벌게졌다. 그러면서 ‘이제 다시 얘기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이의 반응이 별로 맘에 안 들어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겠다’고도 했다. 며칠 뒤 반가운 메일을 받았다. “그날 저녁 맘먹은 대로 했어요. 딸이지만 얼굴 표정을 보니 영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지만, 첨부터 대답을 듣자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 학원, 공부, 그동안의 스토리 등 속내를 타 털었죠. 고개를 돌리고 있어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가만히 듣더군요. 그리곤 한 3~4일의 기다림. 아직 깊은 얘기는 없었지만 묻는 말에 조목조목 대답도 하고, 어떻다고 얘기도 하고 표정만으로도 많이 밝아진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아직은 풀어가는 단계지만 훨씬 좋아지리라 믿습니다. 저도 좀 제 욕심에서 벗어나서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따라가려 합니다(조금 불안도 하지만~). 그날은 어찌해야 좋을지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이었는데 지금 전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화가 나는데 참는 것과 화가 아예 안 나는 것은 지옥과 천당의 차이이다. 많은 사람들은 어떤 상황을 보고 부정적 스토리를 쓰면서 화를 참는 데 능하다. 참고 지나쳤으면서 화가 안 난 줄 안다. 죽어서 천당 가는 것도 좋지만 살아서 천당을 경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화가 날 때 아이의 처지에 집중하자.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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