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새학기가 되자 동네 공원에서 운동하는 학생들이 갑자기 줄었다. 늦은 밤까지 농구장을 메우던 학생들이 다 어디로 간 걸까. 이게 이른바 ‘신학기 증상’이 아닌가 싶었다. 아이들은 새학기가 되면 ‘이번 학년에는 잘해 봐야지’ 하는 결의를 하고 노는 것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그게 아닌데 하면서 안타깝기도 하다. 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했을 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워크숍에 보냈다. 아이는 별로 내키지 않아 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워크숍에서 다 해주니 정말 좋겠다’는 생각에 억지로 보냈다. 아이가 돌아왔을 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야! 너 워크숍에 잘 다녀왔지? 세번째 습관이 ‘소중한 것 먼저 하기’인데 지금 네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 너에게 가장 소중한 일이 뭐지?” 물론 내 머리는 ‘공부’라는 답이 나올 것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아이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기대와 어긋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체력 단련”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순간 나는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해졌다. 그러나 어쩌랴. 그 말이 맞는데…. 원하는 답이 아니라고 다시 물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해서 아들이 시작한 게 테니스였다. 고2 여름방학 때까지 하루에 1~2시간씩 거의 매일 운동을 했다. 공부가 뒷전으로 밀린 것 같아 불안했지만,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 간섭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당시에는 그 선택에 자신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좋은 선택이었다는 데 본인은 물론 가족 모두가 동의한다. 고2 여름방학이 되자 아이는 좋아진 체력을 바탕으로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번도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아이는 고3 때 확실한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아이들에게 운동이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다는 이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어떤 운동을 하나. 우리는 아이에게 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가. 아직도 공부에 밀려 미처 운동할 시간을 못 내고 있지는 않은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 아니지만, 3시간 동안 미적거리고 공부하는 것보다 1시간 운동하고, 1시간 쉬고, 1시간 공부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최근 신문에서 서울 성북초등학교 학생들의 아침 운동 기사를 읽었다. 일주일에 3번씩 전교생이 운동장을 달리는데 집중력도 높아지고 수업태도도 좋아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솔트레이크시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4개월 동안 매주 3번 이상 하루 한시간씩 산책을 한 사람과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고 그냥 잠자코 앉아만 있었던 사람의 사물에 대한 반응시간, 관찰력, 기억력을 비교한 결과 산책을 했던 사람들이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며칠만 지나면 학생들이 공부 다짐을 작심삼일로 끝내고 농구장으로 나올 거라고 나는 믿는다. 그들은 이미 몸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현자들이기 때문이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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