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1863년에 미국인 프레더릭 튜더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뉴잉글랜드의 연못에서 200t의 얼음을 채취해 팔기 시작한다. 비록 수송 도중 상당량이 녹아버리는 어려움은 있었지만, 얼음이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신선한 발상이었고, 가치를 모르고 방치됐던 얼음은 인기 상품이 됐다. 이후 수산업이나 육가공업체, 병원과 레스토랑의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얼음 채취업이 유망산업으로까지 떠올랐다. 인도로 수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자 뉴올리언스에 제빙공장이 세워져 인공 얼음을 싸게 공급하기 시작했고, 제빙기술은 국외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산업 전체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는 이 상황에 얼음채취업자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긴 했다. 얼음을 규격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얼음창고를 개량해 보관능력을 높였으며, 운송비를 줄이는 데 온갖 노력을 다해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얼음채취업이 생산성을 높이더라도 이미 시장은 인공 얼음으로 바뀌었다. 결정적으로, 1차 세계대전 이후 냉장고가 등장하면서 얼음 산업은 빠르게 역사의 뒤로 사라져버렸다.(J.M. Utterback, 1979) 변화를 맞아 완전히 사업을 재구축해야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뭘까? 현재 하는 사업이 돈을 번다는 것이다. 즉, 미래 전망은 어렵더라도 현재 당장 돈을 벌고 있는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게 ‘안전지대’(Comfort Zone)다. 현재를 유지해 주는 익숙하고 안전한 공간에서는 변화와 도전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안전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게만 있다. 사람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안전을 추구한다.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교육과 관련해서 나에게도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하는 몇 번의 지점이 있었다. 큰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낼 때, 아이는 ‘왜 친구들이 다 가는 보통 학교를 놔두고 이런 특수 학교를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안전지대를 벗어난 선택에는 대가와 함께 보상도 따랐다. 둘째 아이를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보내려는데,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과연 어른도 힘든 ‘나 홀로 외국 생활’을 1년이나 잘 보낼 수 있을까.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데, 얼마나 고생할까. 향수병에 시달릴 텐데 안쓰러워 어쩌나, 먹성 좋은 녀석이 홈스테이 가정에서 제대로 챙겨먹지 못할 텐데 등등. 게다가 ‘다녀오면 성적은 어떻게 될까?’도 은근히 걱정이다. 물론 이게 걱정되면 그냥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 나일론이라는 당대의 혁신적 소재를 발명한 기업은 듀폰이었다. 그 후에도 테플론, 라이크라 등 신소재 개발로 승승장구했는데, 2000년대가 되자, 듀폰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주수입원인 섬유사업을 팔았다. 그리고는 환경과 에너지 분야의 과학회사로서 근본적인 혁신을 선언했다. 200년 넘게 일류기업으로 생존하는 비밀이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어떤 변화는 너무 빠르고 근본적이어서, 하던 일을 더 잘하는 노력만으로는 충분히 대처할 수 없다. 21세기에 살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그렇다. 1800년대의 얼음채취업자들이 얼음을 더 효율적으로 채취하고 저가에 운송하는 데 매달렸던 것처럼, 변화는 목전인데 우리 교육이 과거 규칙에 따른 훈련만 냅다 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조직도 개인도, 안전지대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는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필요하다.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helenko@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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