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수험생 부모 조바심에 누가 돌을 던지랴

등록 2010-02-28 15:15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큰아이가 고3이 되었다. 누군가 얘기하길, 한국의 고3 엄마는 교통경찰도 봐주고, 뜨는 비행기도 멈추게 하는 막강 파워를 가졌다고 한다.

교육 문제, 특히 대입 제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모든 부모들이 불만이어서, 누구나 한마디씩 비판할 거리가 있을 정도지만, 또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그럼 당신이 한번 바로잡아 보라’고 한대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걸 나는 인정한다. 문제가 시원찮은 제도에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시행해도, 어떻게든 내 아이를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부모들의 욕심이 있고, 그 욕심에 기반을 두고 교묘히 장사하는 사교육 업체들이 제도를 악용하는 한, 제도의 좋은 취지도 왜곡되기 마련이다. 입학사정관 제도가 성적으로 줄 세우기 관행을 벗어날 대안으로 거론됐지만, 도입되자마자 ‘입학사정관이 판단하려 해도 뭐라도 하나 더 있는 애가 가산점을 받지 않겠어?’라며 발 빠른 학부모들은 ‘스펙’ 쌓기에 나서고, 이런 부모들의 불안을 바탕으로 사교육 업체가 입학사정관제 컨설팅이란 고가 상품 판매에 나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참으로 문제의 뿌리가 깊고도 넓다. 학벌 위주의 사회가 유죄!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 중 ‘위인들이 한국에 태어났다면’이란 우스개가 있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은 잘했으나 다른 과목은 보통 이하 등급을 받아 결국 대학 입시에 실패한단다. 에디슨은 ‘초등학교도 졸업 못한 녀석’이라며 무시당하느라 발명할 기회나 파트너도 얻지 못해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됐고, 뉴턴은 자기 이론을 훌륭한 논문으로 발표했으나, 명문대 교수 자리에 지원했다가 번번이 ‘우리 학교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탈락을 거듭하다 결국 강남의 입시학원 강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빌 게이츠는 일류대에 입학해 자신만의 길을 걸으려고 자퇴하려 했으나 부모와 친척들이 “졸업장만 따면 앞길이 훤한데 왜 고생을 자처하느냐” 고 만류하는 바람에, 대기업 전산팀에 취직해서 샐러리맨으로 살고 있단다. 호킹 박사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절망해서 집 안에서 고립적으로 살고, 퀴리 부인은 여성 차별의 벽을 실감하고 여성운동 단체를 운영중이라나.

지난 이삼십년 동안 우리가 겪어온 사회변화를 돌이켜 보면, 지금은 강고하게 보이는 ‘학력 위주’의 풍조도 결국은 사라져갈 것이다. 대학 진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직업과 경력 등 인생의 중요한 것들이 대부분 결정되는 지금의 뻣뻣한 경력 경로도 훨씬 다양화하고 유연하게 바뀔 것이다.

입시생 부모가 되어 겪는 갈등도 뿌리를 따져 보면, 평소엔 입시 경쟁과 줄 세우기를 비판하면서도 우리 아이는 그 제도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보낼 수 없을까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수험생 부모들이 대입제도를 연구해 가면서, 혹시 내가 정보를 제대로 몰라서 아이에게 불이익이 가면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약해지는 수험생 부모들에게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수험생 부모들도 저 인터넷 우스갯소리의 풍자를 공감하며 우아하게 소신껏 살고 싶단 말이다.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helenko@eklc.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