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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가장 오래됐지만 가장 젊은 대륙

등록 2010-04-25 17:06

안광복 교사의 인문학 올드 앤 뉴
안광복 교사의 인문학 올드 앤 뉴




안광복 교사의 인문학 올드 앤 뉴 /

30. 스티커 이미지, 내 말을 두뇌에 딱 달라붙게 전하려면
31. 아프리카, 보고 싶지 않아도 보아야 할 세상의 역사
32. 이미지는 어떻게 현실을 이길까? 사진에서 배우다

1945년,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를 둘로 쪼갰다. 북위 38도선 북쪽은 소련이, 남쪽은 미군이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이 땅에 살던 사람들로서는 황당한 일이었다. 어제까지 오가던 이웃 마을이 ‘다른 나라’가 되었으니 말이다. 가족을 보러 가는 데도 일일이 검문을 받아야 했고, 나중에는 아예 왕래마저 어려워졌다.

이런 우리의 역사 경험을 떠올려보면, 아프리카의 처지가 쉽게 이해될 테다. 1884년, 독일 베를린에서는 ‘콩고 회의’가 열렸다. 힘센 나라들이 아프리카를 나눠 갖자고 작당하던 자리였다. 아프리카 대륙은 지도의 선을 따라 직선으로 잘려나갔다.

지도만 보고 땅을 쪼개던 자들은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옹기종기 지내던 이웃이 ‘다른 나라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흔했다. 원수로 지내던 종족들과 ‘같은 나라’로 묶여 버린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갈등과 전쟁이 없을 리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아프리카를 지금처럼 만든 자들은 벌어지는 혼란에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은 노예가 필요해서 아프리카에 눈독 들였을 뿐이다. 1492년, 콜룸보스가 ‘발견’한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숱한 일손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메리카에 살던 ‘인디언’들을 일꾼으로 쓰기는 어려웠다. 유럽인들에게서 옮긴 질병에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던 탓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차지한 자들은 튼튼한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끌고 갔다. 아프리카인들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노예상인들은 ‘검둥이 1만 톤’이라는 식으로 상품 다루듯 그들을 다뤘다.

세월이 흐르자 노예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다. 새로 발명된 좋은 기계들이 일손을 덜어준 덕분이었다. 노예를 팔아서 거두는 수입은 줄어든 반면, 식민지를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점점 늘어났다. 이제 아프리카를 직접 다스리기는 일은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이때부터 아프리카 식민지들은 하나하나 독립해 나갔다. 식민지 주인들은 머리를 굴렸다. 그들은 식민지를 독립시키는 대신, 자기 말 잘 듣는 인물을 지도자로 심어 놓았다. 뒤가 구린 사람들일수록 내 마음대로 길들이기 쉽다. 허점을 잡아 위협하고 이익으로 구슬리면 그들은 내 뜻대로 움직일 테다. 아프리카에 유독 썩은 정치가들이 많았던 까닭이다.

옛 지배자들은 아프리카에 많은 ‘개발 원조금’을 빌려주었다. 돈을 빌려주면서 그들은 어려운 아프리카를 돕는다는 칭찬을 들었다. 또한, 이자까지 쏠쏠하게 챙길 수 있다. 아프리카에 빌려주는 돈에서 3분의 2는 이자로 다시 되돌아왔다. 개발 원조금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게다가 개발 사업으로 생기는 일자리의 상당수는 옛 지배자들 몫이었다. 아프리카를 직접 다스릴 때보다 더 많은 수입이 옛 지배자들에게 돌아갔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프리카의 역사에는 절망과 좌절밖에는 없는 듯싶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대륙의 역사는 14세기에 포르투갈인들이 아프리카에 발을 내디디면서 시작되지 않았다. 포르투갈인들이 처음 만난 아프리카인들 역시 나름의 문명을 갖추고 있었다. 물길을 대며 농사를 지었고 약초를 영리하게 가려 쓸 줄도 알았다. 어찌 보면, 아프리카인들의 사회는 서양 문명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루소는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인간의 원래 모습을 이렇게 그린다. “ 떡갈나무 열매로 배를 채우고 시냇물로 갈증을 풀며, 먹을거리를 주었던 그 나무 밑동에서 잠자리를 구한다.”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 줄 알았다는 뜻이다. 초원과 밀림에서 살던 아프리카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대들은 기름을 얻으려고 거대한 야자나무 농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식물을 위해 수많은 식물과 동물을 죽이는 짓은 나쁘다. 야자나무가 아무리 많아도, 야자나무만으로는 누구도 살지 못한다. 그러면 우리는 필요한 다른 것들을 얻기 위해 아득바득 살아야 한다. 반면, 자연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준다. 우리는 그 가운데 필요한 것만 손에 넣으면 된다.” 중앙아프리카에 사는 어느 피그미족의 말이다.

루소는 인간이 영리해지면서 되레 스스로를 망치고 말았다며 한숨을 쉰다. 자연은 삶에 꼭 필요한 것을 우리에게 주지만 탐욕을 채울 만큼 내놓지는 않는다. 점점 커지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억누르며 가진 것을 빼앗는다. 그러면서 세상은 점점 아름답지 못한 곳으로 바뀌어 갔다.

아프리카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이다. 최초의 인류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또한, 아프리카는 가장 젊은 대륙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 식민지 국가는 1974년에야 완전히 사라졌다. 아프리카에는 20~30대의 혈기왕성함이 그대로 살아있다. 청년에게는 혼란과 고민이 자연스럽다. 새로운 아프리카도 당연한 ‘성장통’을 겪고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자원 확보’의 측면에서만 눈독들이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아프리카에서 얻어야 할 점은 새로운 사상과 정신 아닐까? 그들의 고유 사상인 ‘우분투(Ubuntu)’만 해도 그렇다. 우분투란 ‘인간은 다른 사람 덕분에 인간이 된다.’는 의미다. 나아가 우분투는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서는 우리의 욕심을 다스려야 한다고 가르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 때 인종차별로 눈총을 받던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는 인권을 가장 배려한다고 평가 받는 헌법을 갖추고 있다. 유엔사무총장이었던 코피 아난은 아프리카 가나 사람이다. 아프리카의 숨은 힘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21세기는 환경보호와 조화로움이 중요한 시대다. 아프리카의 고유한 모습 속에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도덕과 가치가 담겨있지 않을까? 그들의 미래에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다.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인간불평등기원론〉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인간불평등기원론〉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인간불평등기원론>, 장 자크 루소 지음, 주경복·고봉만 옮김, 책세상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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