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고2, 달라진 수능 대비법
수리영역 출제범위 넓어져 부담 커져
탐구는 최대 응시과목수 3개로 축소
전형일정 앞당겨져 미리미리 준비를
수리영역 출제범위 넓어져 부담 커져
탐구는 최대 응시과목수 3개로 축소
전형일정 앞당겨져 미리미리 준비를
내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체제에 큰 변화가 생긴다. 2007 개정 교육과정이 수능에 적용되는 첫해이고, 시험일과 성적 통지일이 각각 11월10일과 11월30일로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능에서 수리영역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고, 수시 미충원 추가모집이 가능해졌다. 현재 고2와 고1은 달라진 수능체제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현직 교사와 입시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봤다.
수리영역, 가형·나형 모두 학습부담 커져
2012학년도 수능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수리영역 가형과 나형 모두 올해 수능에 비해 출제영역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이는 현 고2 학생들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변화다.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리 나형에선 수학Ⅰ에 ‘미적분과 통계 기본’ (이하 ‘미통기’) 과목이 추가됐다. 7차 교육과정에서 학습부담을 줄이기 위해 뺀 것을 다시 추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과학창의재단 교육과정개발실 초중등 수학·과학교육과정 담당 김동원 대리는 “대학 상경계열 및 사회계열에서 미적분에 기초한 통계 개념, 특히 연속확률분포 등과 같은 개념을 아는 게 필수적이라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 다시 포함했다”고 말했다. 김규호 명덕외고 수학교사는 “수리 나형 응시자들의 부담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예전 수리 나형의 변별 영역은 지수·로그 함수였는데 내년도 수능에선 미적분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또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이전인 수능 기출문제들, 즉 2004학년도 이전 수능 기출문제들을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계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리 가형에선 예전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가운데 한 과목을 선택해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다. 교육과정이 개편되면서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가 ‘적분과 통계’로 합쳐지고, 이산수학 내용의 일부가 수Ⅰ과 수Ⅱ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세식 풍생고 수학교사는 “‘기하와 벡터’에 일차변환과 행렬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곤 수리 가형에선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교육과정 변화로 ‘단원 통합형’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수리 나형에 ‘미통기’를 추가한 또다른 이유는 6월 수능 모의평가 이후 수리 가형을 치르는 자연계 학생이 교차지원 가능한 대학을 고려해 대거 나형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막기 위해서다. 실제 매년 6월 모의평가 이후 수리 가형 응시자 12만~13만명 가운데 3만명 정도가 수리 나형으로 옮기고 있다. 이에 대해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수리 나형에 ‘미통기’가 추가됨으로 인해 오히려 대학이 교차지원 허용폭을 확대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내년 수리 나형 응시자가 지난해나 올해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탐구영역, 반영 과목수뿐 아니라 반영 비율도 줄이는 추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 이하 교과부)는 2008년 12월 탐구영역 최대 응시과목 수를 현행 4과목에서 3과목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교과부장관 자문위원회인 수능정책심의위원회에서 현행 4과목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3과목으로 줄이자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는데,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명분이 앞서 탐구영역 최대 응시과목 수를 3과목으로 축소하기로 확정했다. 그해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내놓은 ‘탐구와 제2외국어/한문을 합쳐 최대 2과목까지만 선택’하는 안이 상당부분 반영된 셈이다.
문제는 대학에서 발생했다. 지난 3월 말 연세대가 올해 수능부터 탐구영역 반영 과목 수를 3과목에서 2과목으로 줄이겠다고 밝히자, 고려대와 서울 주요 사립대들도 2과목만 대입에 반영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또 2과목 가운데 1과목을 제2외국어나 한문을 반영해도 좋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연근 잠실여고 진학부장은 “말로는 학생들의 학습부담과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외고생들을 우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부장은 또 “일반고가 외고보다 그나마 유리했던 게 탐구영역이었는데, 이번 조치로 대입에서 일반고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 우려했다.
유 실장은 “대학들이 탐구영역의 과목 수뿐 아니라 반영 비중도 줄이는 추세”라며 “탐구영역의 비중 축소로 수능에서 언수외 영역, 특히 수리영역의 영향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학부모지원단 사무국장인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논술을 통해 통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려는 대학이 늘고 있다”며 “탐구영역 공부는 곧 논술 대비”라고 말했다. 수능에서 탐구영역 비중이 줄어들더라도 학교에서 탐구영역 공부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고2, 수시전형 변화에 주목해야
2012학년도 수능은 2005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빠른 11월10일에 치러진다. 무엇보다 11월30일에 성적이 통지된다는 점에 대입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월3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주최한 ‘2012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 수립을 위한 세미나’에서는 수시도 정시와 마찬가지로 미등록 충원기간을 두는 것, 수시 지원 횟수를 5회로 제한하는 것, 그리고 수시 모집인원 상한선을 두는 것 등이 논의됐다. 이에 대해 유 실장은 “교과부가 2012학년도 수능 성적 통지일을 앞당긴 것은 이러한 수시전형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성적통지일이 앞당겨지면서 대학들이 수시전형에서 수능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 교사도 “지금도 학생들이 선망하는 대학 대부분이 수능을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수시만 대비하는 전략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또 “학교 프로그램이나 선배들의 입학실적 등을 통해 자기 학교가 학생부에 강한지, 수능에 강한지, 논술에 강한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젠 학교별로 수시 노하우가 축적돼 있기 때문에 외부 사설 컨설팅보다 학교의 진학지도를 신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교협 안을 보면 현 중3들이 치르게 될 2014학년도 수능은 더 큰 폭의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외국어영역 듣기 비중을 현 34%에서 50%까지 확대하고, 수능 횟수를 기초와 심화로 분리해 연 2회 평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대입 정보의 옥석을 가리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현재 고2가 치르게 될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리영역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특히 수리 나형에 미적분이 포함되면서 수험생의 학습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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