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적인 읽기’ 수준 넘으려면
모르는 단어 나와도 읽기 계속
모르는 단어 나와도 읽기 계속
김창석 기자의 서술형 논술형 대비법 /
④ 글은 손가락 끝에서 나오지 않는다
⑤ 글을 제대로 읽는 것이 우선이다 (상)
⑥ 글을 제대로 읽는 것이 우선이다 (중)
글쓰기를 잘하려면 읽기와 생각하기를 먼저 갖춰야 한다는 얘기는 직전 글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읽기와 생각하기도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읽는 행위와 생각하는 행위는 사실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읽으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읽는 동안에 어떻게 생각을 정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똑같은 글을 읽어도 초등학생이 읽는 것과 대학생이 읽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남아공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신문에 이런 글이 실렸다고 해보자.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23명의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10 남아공월드컵 결전을 앞두고 넘치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린 해낼 수 있다’는 신념으로 뭉쳐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을 노리는 태극전사들의 유쾌한 도전이 시작됐다. 박지성은 ‘16강이 벅찬 과제이지만, 우리에겐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투혼이 있다. 주장으로서 큰 부담감은 없다. 좋은 경기로 팬들에게 보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초등학생이라면 글자 그대로의 뜻을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허정무 감독은 16강을 자신하고 있고, 주장인 박지성 선수도 열심히 뛰어서 원정 경기 첫 16강에 성공하려고 하는구나 정도의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러나 대학생 정도 된다면 이 글의 이면에 흐르는 여러 맥락과 내용도 함께 고려하고 생각하면서 글을 읽을 것이다. ‘유쾌한 도전’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국가주의에 경도된 국민의식 때문에 국가대표 경기라면 더 주눅 드는 선수들이 이번에는 그 강박에서 벗어나 즐기는 스포츠를 할 수 있을까, 16강에 들지 못하면 국가경쟁력이 평가받은 것인 양 전 국민이 실망하는 이상한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첫 아프리카 월드컵은 세계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읽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읽기와 생각하기는 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하나를 읽고 하나를 생각하는 단계에서 하나를 읽고 그것보다 세 배, 네 배의 생각을 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것이 ‘읽기의 진화’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읽기를 수준에 따라 단계별로 나눠보면 ‘초등적인 읽기→점검하며 읽기→분석적으로 읽기→종합적으로 읽기’ 등 4단계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초등적인 읽기’는 글에 나오는 단어나 문장의 뜻을 사전적 의미로 정확히 이해하는 수준의 읽기다. ‘점검하며 읽기’는 문맥을 파악함으로써 글의 열쇳말과 열쇠문장을 찾아낼 줄 아는 수준의 읽기다. ‘분석적으로 읽기’는 글의 주제와 중심 내용, 세부 내용을 구분하고 전체 글의 구성과 흐름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줄 아는 읽기 수준이다. 최종 단계인 ‘종합적으로 읽기’는 한 권의 책만을 읽고 저자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벗어나 두 권 이상의 책을 비교·통합함으로써 읽는이가 새로운 결론을 이끌어내는 수준의 읽기다. 창의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읽기라고 할 수 있다. 서술형·논술형 시험에 대비하려면 ‘초등적인 읽기’로 시작해 ‘분석적인 읽기’의 수준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초등적인 읽기는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읽기에 해당한다. 쉬운 내용의 글은 모두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지만, 조금 어려운 내용의 글은 일부 이해하지 못하는 정도다. 교통 신호등이나 삽화, 제품설명서, 게임설명서 등의 설명을 거뜬히 읽어내며, 간단한 서류에 기입할 수 있는 실용적인 읽기와 쓰기 능력을 갖춘 상태를 일컫는다. 그림이나 그래픽 등 시각물이 많이 들어가고 적은 분량의 글이 있는 책에서 글 위주의 책으로 넘어갈 경우 너무 자주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그냥 읽게 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전을 너무 자주 찾게 하면 읽는 행동에 제약을 주게 되기 때문에 그냥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에 대해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글에 대한 독해능력’이 본질적으로 키워진다. ‘글 전체로 미루어 볼 때 이 단어의 뜻은 아마도 이럴 것’이라고 생각해낼 줄 아는 유추해석 능력이 읽기와 생각하기 능력을 동시에 길러준다고 볼 수 있다. 김창석 기자 kimcs@hanedui.com
초등학생이라면 글자 그대로의 뜻을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허정무 감독은 16강을 자신하고 있고, 주장인 박지성 선수도 열심히 뛰어서 원정 경기 첫 16강에 성공하려고 하는구나 정도의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러나 대학생 정도 된다면 이 글의 이면에 흐르는 여러 맥락과 내용도 함께 고려하고 생각하면서 글을 읽을 것이다. ‘유쾌한 도전’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국가주의에 경도된 국민의식 때문에 국가대표 경기라면 더 주눅 드는 선수들이 이번에는 그 강박에서 벗어나 즐기는 스포츠를 할 수 있을까, 16강에 들지 못하면 국가경쟁력이 평가받은 것인 양 전 국민이 실망하는 이상한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첫 아프리카 월드컵은 세계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읽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읽기와 생각하기는 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하나를 읽고 하나를 생각하는 단계에서 하나를 읽고 그것보다 세 배, 네 배의 생각을 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것이 ‘읽기의 진화’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읽기를 수준에 따라 단계별로 나눠보면 ‘초등적인 읽기→점검하며 읽기→분석적으로 읽기→종합적으로 읽기’ 등 4단계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초등적인 읽기’는 글에 나오는 단어나 문장의 뜻을 사전적 의미로 정확히 이해하는 수준의 읽기다. ‘점검하며 읽기’는 문맥을 파악함으로써 글의 열쇳말과 열쇠문장을 찾아낼 줄 아는 수준의 읽기다. ‘분석적으로 읽기’는 글의 주제와 중심 내용, 세부 내용을 구분하고 전체 글의 구성과 흐름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줄 아는 읽기 수준이다. 최종 단계인 ‘종합적으로 읽기’는 한 권의 책만을 읽고 저자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벗어나 두 권 이상의 책을 비교·통합함으로써 읽는이가 새로운 결론을 이끌어내는 수준의 읽기다. 창의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읽기라고 할 수 있다. 서술형·논술형 시험에 대비하려면 ‘초등적인 읽기’로 시작해 ‘분석적인 읽기’의 수준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초등적인 읽기는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읽기에 해당한다. 쉬운 내용의 글은 모두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지만, 조금 어려운 내용의 글은 일부 이해하지 못하는 정도다. 교통 신호등이나 삽화, 제품설명서, 게임설명서 등의 설명을 거뜬히 읽어내며, 간단한 서류에 기입할 수 있는 실용적인 읽기와 쓰기 능력을 갖춘 상태를 일컫는다. 그림이나 그래픽 등 시각물이 많이 들어가고 적은 분량의 글이 있는 책에서 글 위주의 책으로 넘어갈 경우 너무 자주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그냥 읽게 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전을 너무 자주 찾게 하면 읽는 행동에 제약을 주게 되기 때문에 그냥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에 대해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글에 대한 독해능력’이 본질적으로 키워진다. ‘글 전체로 미루어 볼 때 이 단어의 뜻은 아마도 이럴 것’이라고 생각해낼 줄 아는 유추해석 능력이 읽기와 생각하기 능력을 동시에 길러준다고 볼 수 있다. 김창석 기자 kimcs@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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